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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상우 "재미있는 작품 만드는 배우로 기억되길"

입력 2022-01-22 01:32 수정 2022-01-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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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

해를 거듭할 수록 연기와 작품에 점점 더 진심을 보이고 있는 배우 권상우(47)다. 언제나 그래왔듯 돌려 말하는 것 없이 꽤나 직설적인 화법은 솔직한 권상우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여기에 더해진 여유로움과 배우로서 고민, 그리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결코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으려 하는 권상우의 도전 의식을 있는 그대로 학인하게 만든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김정훈 감독)'을 통해 데뷔 이래 첫 사극, 거기에 악역이라는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 권상우는 도시 미남 분위기를 싹 빼고 '탐라의 왕'을 꿈꾸는 부흥수로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 없었던 얼굴을 내비친다. 권상우에게만큼은 정통 사극이나 다름없다. 액션 능력치만 잃지 않았을 뿐 코믹한 이미지도, 부드러운 멜로 성격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오랜 분장 시간마저 즐거웠다는 고마움을 연기에 쏟아냈다. 배우 권상우에게 감사한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탐정: 더 비기닝' 김정훈 감독의 선택은 이번에도 통했다. 서로를 향한 신뢰 아래 다시 뭉쳤다.

영화도 드라마 성향이 강한 작품에서 주로 활약한 권상우에게 몇 백 억이 투자된 블록버스터 대작에, K기술력을 뽐내는 판타지 장르는 그 자체로 낯설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후배들이 이끌어가는 작품에서 어느 덧 최고 선배가 됐지만 그렇기에 더 더욱 "튀지 않기 위해,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마음가짐도 아낌없이 꺼내들었다. 권상우는 '해적: 도깨비 깃발'에 대해 "배우로서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권상우 이런 것도 할 줄 안다. 이런 것도 하고 싶어한다. 충분히 열려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20대와 30대 원조 한류스타로 대단한 전성기를 일찌감치 누렸던 만큼 아쉬울 것은 없는 배우 인생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의 나이 28살과 물리적 나이에 간극이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최대한 좁혀 나가기 위한 수련도 현재 진행형이다. '액션'하면 손꼽히는 배우로 작품과 몸이 닿는데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애정. 권상우는 "이미 찍어둔 작품이 몇 편 더 있어 '해적: 도깨비 깃발'을 시작으로 올해 여러 번 인사드리게 될 것 같다. 항상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배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
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


-데뷔 20여 년 만 첫 사극 장르다.
"사극을 언젠가는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어떤 작품이 될까' 나도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는 김정훈 감독님과 '탐정: 더 비기닝'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이 책에 대해서도 사실 오래 전부터 듣고는 있었다. 최종적으로 감독님이 연출을 하게 되면서 더 신뢰할 수 있었고,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늘 '탐정' 시리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탐정 더 비기닝'은 나에게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당시 배우로서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는데, 그것을 돌파시켜 준 작품이 '탐정: 더 비기닝'이었다. 감독님이 '째째한 로맨스' '탐정: 더 비기닝' 등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지 않았나. 사실 그 해에 아주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들은 아니었지만, 연출가의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내기도 했다. '탐정'을 찍던 매순간 감독님을 인정하고 존경하게 됐다."

-'해적: 도깨비 깃발' 때는 어땠나.
"감독님과 작품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자주 연락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만나면 통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말로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슬쩍 해보고 '감독님이 괜찮아 하나?' 눈치를 보는데(웃음) 감독님도 약간 비슷한 성향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서로 무한 신뢰하는 부분 있다. 난 이제 눈빛만 봐도 '감독님 피곤하시다'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이 부흥수 캐릭터에 많이 신경써준 것이 느껴져 감사하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 대한 의미도 크게 남을 것 같은가.
"권상우도 총각일 땐 액션도 많이 했는데(웃음) 최근에는 '히트맨' '탐정' 같은 작품의 역할을 주로 맡지 않았나.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작품이지만 대부분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드라마 형식의 영화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해적: 도깨비 깃발'은 '권상우도 다른 것을 할 수 있구나' 배우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K기술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촬영 하면서 우리나라 CG 기술에 놀라기도 했다. 또 대본을 볼 땐 해적선 장면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대박이다' 싶었다. 화면에 아주 감쪽같이 표현되더라. '이정도면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첫 사극이면서 첫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강한 남자 욕심의 끝은 권력이지 않나.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가 '나는 탐라의 왕이 되겠다' 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물이 필요하고, 재물이 필요하니 움직이고. 보편적인 탐욕이 있지 않나.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아주 나쁜놈이다'라는 마음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모든 배우가 자기 캐릭터에 그렇겠지만 이해하려 했다. 그들을 쫓는 하이에나 같은 캐릭터로 생각했다."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이번 액션은 어땠나.
"난 사실 맨몸 액션이 편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술 액션이었다. 검으로 하는 액션은 합이 더 중요하다. 나와 상대방이 잘못하면 다칠 수 있어서 정신적으로 조심스러웠다."

-촬영 과정에서 부상이 있었다.
"클라이막스 액션 촬영이 남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다쳐 배우,들 스태프 등 제작진 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기브스를 하고 촬영을 했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기브스가 예전처럼 석고가 아니더라. 어느 정도 디딤발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부상이 아니었다면 좀 더 시원한 액션을 보여드릴 수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는 하다."

 
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

-강하늘은 "권상우 선배에게 한 수 한 수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나도 그 기사를 봤다. 역시 강하늘은 과도하게 친절한 배우다. 하하. 액션도 결국엔 연기다. 하늘이는 모두가 알다시피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지 않나. 액션도 하나의 연기처럼 물 흐르듯이 쉽게 하더라. 그것 또한 '역시' 싶었다."

-한효주의 액션도 칭찬했다.
"효주를 보면서 느낀건 '지금까지 액션을 효주 만큼 잘하는 여배우 있었나?' 였다. 일단 힘이 넘친다. 회전도 잘한다. 잘하기도 너무 잘하는데 무엇보다 스스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해적: 도깨비 깃발' 현장을 많이 좋아한다는게 느껴졌다."

-팀워크가 좋기로 소문나기도 했다.
"배우들을 만나면 지들끼리 되게 잘 놀더라.(웃음) 나는 설정상 거의 고립돼 있는 상황이었다. 친구들과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가끔 만나면 그 분위기가 그대로 나에게도 전달됐다. 후배들이 주도하는 현장이었고, 나는 그 분위기를 망치면 안되니까 나름 눈치도 봤다.(웃음) 근데 또 나이나 경력으로는 어느 덧 최고 선배가 됐다. 후배들이 잘 놀면서도 자연스럽게 나를 배려해줬다. '정말 친절하고 착한 사람만 모여있구나' 진심으로 생각했다."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될 때도 있나.
"당연하다.(웃음) 노화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인데, 최대한 늦게 오게 어떻게 잘 관리하고 신체적으로 안 둔해지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특성상 액션도 계속 하고 싶어 몸 관리와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마음으로는 아직 나이가 28살에 멈춰 있는 것 같은데, 몸은 점점 늙어간다."

-할 수 있다면 몇 살까지 액션을 하고 싶나.
"목표는 내 또래나 선배들이 액션을 못할 나이에도 '아, 권상우는 저렇게 잘 관리해서 액션을 할 수 있나?'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발목 수술도 하고 예전과 같은 몸은 아니지만 최대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내 꿈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다."

-작품을 보는 시선과 선택의 접근 방법에도 변화가 있을까.
"'흥행이 될까, 되지 않을까'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 동안에도 좋은 책이 있으면 용감하게 덤벼들었던 것 같다. 내가 잘 활용 될만한 작품을 찾으면서, 여러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서도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너무 하고 싶다. 아직 내가 그런 것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제작사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웃음) 이번 '해적: 도깨비 깃발'도 '나는 충분히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참여한 부분도 있다. 내 캐릭터에 자신있고, 작품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친근한 이미지도 조금씩 더 돋보이는 것 같다.
"난 예전부터 이랬는데 이제야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하하. 결혼하고 좀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게된 것 같기는 하다.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아이들도 커 가고 가족과 있을때 느끼는 편안함이 좋은 작용을 한다."

 
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수컴퍼니〉

-가족들이 미국에 체류 중이라 영화를 관람하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아들 룩희가 궁금해 하지는 않나.
"제 아들이 이제 사춘기라 사실 문자를 보내도 길게 답을 안 보낸다. 근데 먼저 연락이 왔더라. '아빠 유튜브로 '해적2' 보는데 리뷰도 되게 재미있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라고 해서 나도 놀랐다. 이번엔 그걸로 대화를 많이 했다. 아들이 되게 궁금해하더라. 그런걸 보면 '10대 친구들이 많이 봐주지 않을까' 기대도 한다. 보통 아들과 대화를 하려면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웃음)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데 '해적2'에도 꽤 관심이 있더라."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내가 자가격리만 4번을 했다. 가족들이 미국에 있으니까 일이 없을 땐 당연히 가야한다. '해적2' 홍보를 끝내고도 다시 들어갔다가 다음 작품 스케줄에 맞춰 들어 올 예정이다. 가족들이 빨리 보고 싶다.(웃음) 정신은 없지만 어느 정도 정리는 된 것 같다. 그래서 더 촬영도 열심히 한다. '이 작품을 끝내야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마음이다. 하하. '보고 싶으니까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도 생긴다.긍정적인 작용이 있는 것 같다."

-최근 K콘텐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눈여겨 본 작품이 있다면,
"요즘에 감각적인 배우들과 감독들이 정말 많더라. '술꾼도시여자들'과 'D.P.'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얼마 전 '출장 십오야'에서 정우성 배우가 본인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말하지 못했는데 혹시 시청했나.
"하하하. 매니저가 말해줘서 바로 봤다. 그리고 영상을 보자마자 우성이 형한테 '너무 하신다'고 문자를 남겼다. '어떻게 저를 모를 수 있어요'라고 장난스러운 문자를 보냈는데, 형은 진짜 장문으로 '미안하다'는 내용의 답을 보내줬다. 근데 진짜 왜 몰랐지?(웃음)"

-'해적: 도깨비 깃발'로 2022년을 시작하게 됐는데,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나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올해 우리나라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 두 편을 찍어놨고 올해 개봉을 준비하게 될 것 같다. 그 작품들 또한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싶다. 올해 활동이 쉼 없이 계획돼 있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배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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