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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소송, 집 가압류까지…'1㎞ 무덤' 기나긴 아픔

입력 2022-01-21 20:25 수정 2022-01-2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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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전엔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6.25 전쟁 때 좌익으로 몰려 학살당한 민간인 천여 명이 묻힌 구덩이들입니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밝혀졌지만, 국가가 배상금을 놓고, 유족들에게 소송을 걸면서 가압류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와의 소송 때문에 또 한 번 울어야 하는 희생자 가족들을 공다솜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대전 산내동의 골짜기입니다.

한국전쟁 때, 좌익으로 몰려 학살당한 민간인 천 2백여 명의 유해가 구덩이 8개에서 발견됐습니다.

연결하면 길이가 1km가 넘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립니다.

전미경 씨도 이곳에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꼭 60년이 지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억울한 죽음을 밝혀냈고, 법원 판결로 민사배상 1억여 원과 형사보상 3천 800만 원도 받았습니다.

[전미경/'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 : 세상이 온통 내 것으로 아주 그냥 확 열리는 것 같이. 아버님 명예회복도 시켜드려야 되겠고.]

하지만, 국가는 형사 보상까지 받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1심에서 지면서 집이 가압류됐고, 지난해 대법원이 전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암흑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전미경/'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 : 진짜 내가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더라고요.]

이렇게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밝혀져도 배상이나 보상을 놓고 국가와 다시 싸워야 하는 유족들이 많습니다.

[송상교/진실화해위원회 사무처장 : 피해구제, 피해회복, 명예회복에 관련된 어떤 제도적 접근이 결국은 개별적인 피해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습니다.]

정근욱 씨의 형은 1950년 빨치산으로 몰려 육군 11사단의 총탄에 희생됐습니다.

2007년에 진실이 밝혀졌지만, 소멸시효에 걸려 배상을 못 받았습니다.

[정근욱/'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 : '(변호사들이) 민법에서 사건이 난 날로부터 3년이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재판해도 이건 안 되는 사안입니다. 하지 마십시오'.]

몇 년 뒤, 과거사 사건에 소멸시효를 둬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지만, 정 씨에게 소급되진 않았습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밝혀진 이들의 72%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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