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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제재만능론 접어라"…미국 주도 대북제재, 중국에 발목

입력 2022-01-21 11:20 수정 2022-01-2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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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은 해를 넘기자마자 벌써 네 번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연초부터 북한이 이렇게 자주 미사일을 쏜 적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중단하겠다고 한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재개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중국이라고 이런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시기적으로 베이징 올림픽이 두 주 앞으로 다가와 더 그런데요. 여전히 중국은 북한을 감싸는 모양새입니다.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제재를 확대하려던 미국의 시도는 중국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습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 재무부가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에도 올리는 추가 제재를 요구했었다. 〈사진=로이터〉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 재무부가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에도 올리는 추가 제재를 요구했었다. 〈사진=로이터〉

■ 미국 주도 대북제재, 결국 중국에 발목

당초 미국은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에도 넣자고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안했습니다. 지난 12일 미국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제재하겠다고 한 북한인 가운데 5명인데요. 중국과 러시아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물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미국의 제안에 이사국 15개 나라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제재가 어려웠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보류해 달라고 했습니다.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제재안은 유엔 규정에 따라 일단 6개월간 보류되겠지만, 실현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보여온 입장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20일) 중국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핵 실험과 ICBM 발사를 재검토하겠다는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그는 "덮어놓고 (북한에)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거듭 증명됐다"고 브리핑 도중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중 북핵 협상 수석대표 화상 협의 당시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류사오밍 트위터〉지난해 11월 한·중 북핵 협상 수석대표 화상 협의 당시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류사오밍 트위터〉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는 분위기는 이날 한·중 북핵 협상 수석대표 간 전화 협의에서 더 분명히 감지됩니다. 중국은 우리 측과의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를 비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미국이 '대북 제재 만능론'을 포기하고 북한이 느끼는 안보 위협을 없앨 실질적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고 대립과 긴장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당국과의 협의에서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운 건 흔한 일은 아닙니다.

■ 北 두고 미·중 기싸움…길 잃은 종전선언

결국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 꺼낸 제재 카드가 중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이후로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대북 정책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를 볼 때 예견된 결과이기도 한데요.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해결이 우선이라면서도 전제 조건이 없는 만남, 즉 대화하겠다고 제재부터 먼저 풀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지난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자신의 전용 차량 안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지난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자신의 전용 차량 안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반면 중국은 국제사회가 민생 분야를 위주로 대북 제재를 일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다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경우에만 제재를 복원하자는 결의안을 과거 안보리에 제출할 정도였습니다. 최근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진 상황에서도 중국은 미국 주도의 제재에 선을 긋고, 북한을 되려 옹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고조된 갈등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 틈에서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여전히 논의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분명 동력은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종전선언에 물꼬를 터보려던 구상은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애진작 물 건너갔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과 미·북 관계에 진전이 없어도 북한이 모라토리엄만은 파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이게 성과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예고한 대로 모라토리엄을 깨고 고강도 도발을 다시 시작한다면, 종전선언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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