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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학대당한 말 결국 사망…제작진 피고발·청와대 청원

입력 2022-01-21 09:36 수정 2022-01-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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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태종 이방원'
KBS 1TV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에 사용된 말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작진의 동물 학대 논란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말 학대 정황이 포착됐다며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 등이 지난 19일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 문제의 장면은 1일 전파를 탄 '태종 이방원' 7회 중 한 대목이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촬영장 영상에는 이성계를 연기한 배우를 태운 말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다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쳐질 정도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스태프는 배우의 상태만 확인할 뿐, 크게 넘어진 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더욱 충격을 안겼다.

이에 카라는 "장면을 면밀히 살펴보면 말의 다리를 와이어로 묶어서 잡아당겼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고, 동물자유연대는 "강제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지며, 배우 역시 부상이 의심될 만큼 위험한 방식으로 촬영됐다"면서 "말의 현재 상태 공개와 더불어 해당 장면이 담긴 원본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장면에 등장한 스턴트 배우는 안전 장치 없이 일반적인 보호 장구만 착용한 후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에서 떨어진 후 잠시 정신을 잃었고, 이 때문에 당시 촬영이 잠시 중단됐다.
 
사진=카라사진=카라

KBS "말 일주일 뒤 사망"

KBS는 20일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통해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KBS의 해명과 사과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새롭게 알려진 말의 사망 소식에 시청자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분노하는 시청자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청원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태종 이방원' 방송을 중지하고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은 3만 6000명(21일 오전 9시 기준) 이상의 시청자가 동의했다. '태종 이방원' 홈페이지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도 '둥물 학대 드라마 폐지하라', '폐지해야 한다. 악마 드라마', '제작진이 사람인가'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분노했다. 배우 고소영은 자신의 SNS에 학대 정황이 담긴 영상을 게재하며 '너무해요. 불쌍해'라고 했다. 방송인 겸 영화감독 박성광은 '이건 절대 아니라고 본다. 이런 구시대적인 촬영 기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뮤지컬배우 정선아는 '이게 말 못하는 짐승에게 할 짓인가. 정말 치가 떨린다'고 분노했고, 배우 김효진은 '정말 끔찍하다. 배우도 다쳤고, 말은 결국 죽었다고 한다'고 했다.
 
사진=카라사진=카라

동물권 단체, 제작진 고발

이번 사태의 여파는 법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라가 '태종 이방원' 측을 상대로 20일 고발장을 낸 것.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KBS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시청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 개 단체 또한 '태종 이방원' 측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위험천만하게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고, 2개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사실을 은폐하고 넘어가려 했던 KBS의 파렴치한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KBS는 해당 드라마를 책임지고 폐지하며, 정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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