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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날린 '느린 공의 미학'…유희관이 남긴 기록들

입력 2022-01-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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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느림의 미학을 보여줬던 두산의 투수 유희관 선수가 13년 프로 선수 생활을 끝냈습니다. 늘 유쾌했던 유희관 선수가 남긴 장면들이 있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로 전 세계의 야구가 멈춘 2년 전, 우리 프로야구를 중계한 미국 방송사는 이 장면에 가장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미국 ESPN 중계 (2020년 5월) : 와, 구속 49마일(77km/h)이 찍혔어요. 저 49마일짜리 공은 나도 칠 수 있다고요!]

시속 160㎞ 넘는 공이 쏟아지는 미국에 유희관의 느린 공은 수수께끼였습니다.

휘어져 나가다 뚝 떨어져 헛스윙을 끌어낸 또 다른 공은 도대체 정체가 뭔지 투표까지 벌어졌습니다.

한국 야구에서도 유희관은 '빠른 공이 강하다'는 통념을 흔들어 왔습니다.

야구 인생도 빠르진 않았습니다.

데뷔 4년 만에야 대체 선수로 선발 등판해 첫 승을 거뒀습니다.

[유희관/두산 (2013년) : 두산의 왼손 투수 하면 유희관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공은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로 승부를 던졌습니다.

시속 80㎞도 안 되는 커브로 타자를 얼어붙게 했고, 속도가 제각각인 느린 공을 영리하게 섞어 타이밍을 빼앗았습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쌓으며 자신을 향한 편견을 깼습니다.

KBO리그 역사상 네 명만이 이룬 기록입니다.

[유희관/두산 : 주변에서도 1년, 2년 하다 보면 안 될 거란 그런 말을 많이 하셨지만 보이지 않게 많이 노력했던 부분이…]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한국시리즈 우승도 세 차례 일궜고, 몸을 사리지 않은 흥겨운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웃음도 선물했습니다.

늘 유쾌한 모습이었지만, 국가대표로는 한 번도 뽑히지 못해 홀로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유희관/두산 : 자신은 있었던 거 같아요. 제 공이 느렸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할지 말지 그런 의견들이 많았던 것 같고…]

열한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해, 부진 속에서 통산 100승 고지를 밟은 유희관은 마운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유희관/두산 :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고) 팬들을 가장 생각했던…]

'느린 공'으로 야구의 다른 길을 보여준 유희관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합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오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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