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꼭대기 층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현장에서 일해온 노동자는 저희 JTBC에 중요한 증언을 하나 해줬습니다. 한 층의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기도 전에, 그 위층 또 위층을 서둘러 올렸다고 합니다. 마치 속도전을 벌이듯 아파트가 위태롭게 올라갔다는 얘기입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 직후 현대산업개발은 콘크리트 양생 작업에 12일에서 18일까지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작업 일지에선 6일에서 10일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노동자들은 콘크리트 거푸집을 타설 하루 이틀 안에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광주 붕괴사고 현장 노동자 : 타설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 다음 날 해체를 합니다. 여기 현장도 그렇게 작업을 했어요.]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로 바닥과 벽을 채우고 나면 이를 지탱해 주는 거푸집을 해체합니다.
벽체와 바닥 순으로 받쳐주던 거푸집을 떼어내서 위층 타설에 쓰기 위해 올리는 겁니다.
사고가 난 39층과 가까운 38층, 37층을 맡았던 담당자도 콘크리트를 채운 뒤 이틀 만에 거푸집을 해체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 표준 시방서에 따르면,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가 14mpa을 넘길 때 거푸집을 해체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이 쳐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하지만, 겨울철엔 하루 이틀 만에 이 강도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임남기/한국건축시공학회장 : (콘크리트) 강도가 발현이 안 됩니다, 날씨가 추우면. 하루 만에 (거푸집) 철거는 특히 겨울에는 말도 안 되는 거죠.]
노동자들은 현장이 위태롭게 느껴져도 현대산업개발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단 입장입니다.
[박정규/광주 붕괴현장 타워크레인 노동자 : 원청이나 하도급에서 하루에 한 번씩 공정회의를 하고 그에 맞춰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가 난 건물이 39층까지 쌓아 올려지기까진 1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A씨/광주 붕괴사고 현장 노동자 : 보통 저희들이 25층짜리 아파트 지어도 지하주차장부터 1년 정도 걸리거든요. 그런 거 봤을 때는 굉장히 빨랐죠.]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법적 기준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유튜브 'SAMMOK S-FORM')
(영상디자인 : 안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