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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내부고발자의 외로운 2년 싸움…이문옥 상 받았다

입력 2022-01-18 11:14 수정 2022-01-19 18:16

뭉개졌던 외로운 고발…대부분 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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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졌던 외로운 고발…대부분 사실로

전 성남시 정무직 비서관 이승균 씨는 백수다.

2020년 3월 19일까지 성남 시에 근무했으니 백수 생활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번 수입은 100여 만원이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데 이 돈은 모두 국가에서 받았다. 증인으로 검찰청을 오가면서 받은 여비다. 제법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던, 한 때 공무원은 한 순간 선택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전 성남시 정무직 비서관 이승균 씨는 '공익 제보자'다.

이 씨가 고발한 건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은수미 시장 캠프 출신들이 성남 시와 산하 기관에 대거 부정 채용됐다는 것. 다른 하나는 경찰관이 은수미 시장 수사 정보를 흘려준 대신 이권을 받아 챙겼다는 거였다.

2020년 12월, 이 씨는 JTBC와 인터뷰를 했다. 아마 내부 고발자로서 마지막 시도였던 걸로 보인다. 그해 3월 시청을 나온 뒤 9개월 동안 아무도 이 씨의 고발을 들어주지 않았다. 채용비리와 수사 정보 유출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작 '수사 정보 유출' 당사자가 사건을 담당했다. 고발은 뭉개지고 구겨졌다.

이승균 씨는 JTBC와 2020년 12월 첫 인터뷰했다. 이전까지 이 씨의 고발은 모두 묻혔다. 이승균 씨는 JTBC와 2020년 12월 첫 인터뷰했다. 이전까지 이 씨의 고발은 모두 묻혔다.

2020년 12월 21일 JTBC는 '성남시, 은수미 사람들 27명 채용…캠프의 경쟁력?'이란 제목으로 첫 보도를 내보냈다. 은 시장은 곧바로 반박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이 씨는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 시장 말은 틀렸다. 절차상 문제는 있었다. 결국 부정 채용을 주도한 걸로 보이는 은수미 캠프 전 상황실장은 구속됐다. 또 인사 청탁을 받아들여 채용을 가능하게 해준 성남시 담당 과장도 역시 구속됐다. 지난 17일 재판에선 “범죄 사실을 인정 한다”고 진술했다.

이 씨 경력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성남 시는 이 씨 퇴직 뒤, 경력 증명서에 있던 '대외 협력' '정책' 등 담당 업무를 삭제했다. 외부 정보 수집 권한이 없었다는 거다. 하지만 최근 권익위원회는 '이 씨 경력 삭제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씨가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는 거다.

결국 은수미 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정보를 유출한 경찰관 두 명도 구속됐다. 이 경찰관들은 사실상 브로커로 활동하며 성남시 사업 이권을 따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 씨의 내부 고발은 대부분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깝다.

JTBC는 재작년 12월 22일 성남시의 은수미 캠프 출신 채용 비리를 첫 보도했다. JTBC는 재작년 12월 22일 성남시의 은수미 캠프 출신 채용 비리를 첫 보도했다.

그 대가로 이 씨는 지난 2년 가까이 '배신자', '관심병자', '유별난 사람'이란 손가락질을 받았다. '통화 녹취만 뿌리면 공익 제보자냐'는 비아냥도 받았다. 매일 겪은 차가운 눈초리는 셀 수 없다. 전형적인 내부 고발자에 대한 공격이다. 직업도 없고, 월급도 없고, 남은 건 마음의 병이었다.

이런 이 씨가 지난 15일, 부정부패를 막고 사회를 깨끗하게 만든 내부 고발자에게 주는 '이문옥 밝은 사회상'을 받았다. 그래도 사회가 내부고발자에게 주는 작은 고마움이었다. 시상식장에서 이 씨 옆엔 지난 2016년 현대·기아차 세타2 엔진 결함을 외부에 알린 김광호 씨가 섰다. 비슷한 시간을 겪었던 둘은, 잠깐 서로 껴안았다.

이 씨가 지난 15일 '이문옥 밝은 사회 상'을 받고 있다. 이문옥 상은 부정부패를 없애는 데 헌신한 내부 고발자에게 주는 상이다.  이 씨 오른쪽에 김광호 씨.이 씨가 지난 15일 '이문옥 밝은 사회 상'을 받고 있다. 이문옥 상은 부정부패를 없애는 데 헌신한 내부 고발자에게 주는 상이다. 이 씨 오른쪽에 김광호 씨.

이 씨가 시작한 고발은 아직 진행형이다. 채용비리 재판과 수사정보 유출 재판이 병합되어서 이어지고 있다. “아직 싸우고 있고, 할 수 있는 한 계속 싸울 겁니다” 이 씨 심경은 단단했다.

〈성남시, 은수미 사람들 27명 채용…캠프의 경쟁력(2020년 12월 22일 보도)〉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25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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