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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 설경구의 책임감

입력 2022-01-17 17:48 수정 2022-01-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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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 설경구의 책임감

진정으로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배우 설경구의 책임감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충무로 큰 형님의 존재감은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배우 설경구가 26일 개봉하는 '킹메이커(변성현 감독)'를 통해 지난해 3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 시국 두 번째로 굵직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극에서 또 다른 시대극으로, 실질적인 역사를 토대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교집합이 있다. 또한 설경구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 '킹메이커'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이라는 명확한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그의 파트너는 공교롭게도 '창대'라는 같은 이름을 쓴다. '자산어보'의 창대도, '킹메이커'의 창대도 기록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인물이다.

 
[피플]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 설경구의 책임감

[피플]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 설경구의 책임감

전혀 다른 장르와 비주얼을 갖췄지만 닮은 지점도 꽤 많은 '자산어보'와 '킹메이커'는 설경구가 함께 호흡 맞출 배우를 감독에게 직접 추천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에게 변요한을, 변성현 감독에게는 이선균을 추천하며 두 명의 창대와 만났다. 주연 배우로서 연기 뿐만 아니라 작품을 애정하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마음이다.

실제로 '자산어보'의 변요한은 애초 이준익 감독은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배우.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의 '변요한 어떠냐'는 말에 영화를 상상하면서 대사를 붙여봤더니 좋더라. 스케줄을 알아보고 바로 시나리오를 줬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감시자들'(2013) 상견례 자리에서 잠깐 만났던 변요한의 눈빛을 기억하고 이름 석 자를 입에 올렸다.

'킹메이커' 이선균도 변성현 감독에게 어느 날 걸려 온 설경구의 전화 한 통으로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그리고 꽤나 운명적인 과정을 거치게 됐다. 변성현 감독은 "서창대 캐스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경구 선배님이 '선균이 어떠니?'라는 제안을 주셨다. '너무 좋은데요?' 싶더라. 바로 선균 선배님께 시나리오를 드렸고 노심초사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미용실에서 정말 우연히 뵙게 됐다. '무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 이선균은 "여러 일정이 겹쳐 공식적으로 답변을 못 드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미용실에서 만나 '잘 읽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심지어 미용실은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 두 달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겼다. 감독님을 만나기 위해 갔던 것 같다"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다.

 
[피플]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 설경구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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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에 따르면 설경구는 주연 뿐만 아니라 특별 출연 섭외에도 적재적소 힘을 보태며 사실상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로 활약 중이다. 감독들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주고 있는 셈. '자산어보' 당시에는 해외 영화제에 참석해서도 이준익 감독과 캐스팅 관련 메시지를 줄기차게 주고 받았다는 후문.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천금 같은 한 방이 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시나리오는 작가 혹은 감독이 쓰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직접 연기하는 배우가 보는 배우, 배우가 보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 능력은 분명 다르다. 설경구는 작품 보는 눈 만큼이나 사람 보는 눈도 남다른 것 같다"며 "작품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잔잔하게 현장을 아우르는 힘도 크다. 매 작품 본인의 연기는 물론, 케미에 대한 호평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고 분석했다.

설경구는 앞선 인터뷰에서 '브로맨스 케미'를 묻는 질문에 "그냥 친구가 돼야 한다. 거리감을 좁히는 게 우선이다. 연식이 되다 보니 후배들이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어 남자배우들에게는 늘 '선배님'이 아닌 '형'이라고 부르라 한다. 모든 선배가 후배에게 귀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먼저 좀 더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이다"고 귀띔했다. 설경구 픽으로 또 한 번의 케미까지 만들어낸 '킹메이커' 역시 가히 합격점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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