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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중국 빚의 함정' 빠진 우간다…트럼프가 떠오른 이유

입력 2022-01-15 07:00 수정 2022-01-15 13:18

中, 아프리카 국가 대출 심사 조건 강화
돈줄 조여지면 빚 돌려막기 한계점 압박

스리랑카 채무상환 못해 中에 항만 운영 넘겨
서방 "中, 빚 앞세워 해외 군사거점 확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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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프리카 국가 대출 심사 조건 강화
돈줄 조여지면 빚 돌려막기 한계점 압박

스리랑카 채무상환 못해 中에 항만 운영 넘겨
서방 "中, 빚 앞세워 해외 군사거점 확보" 비판

9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마힌다 라자팍사(오른쪽) 스리랑카 총리와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만났다. [사진=AP, 연합뉴스]9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마힌다 라자팍사(오른쪽) 스리랑카 총리와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만났다. [사진=AP, 연합뉴스]
오늘 칼럼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중국의 아프리카 프로젝트는 에너지ㆍ자원과 경제 인프라 구축 사업과 맞물려 진행돼 왔습니다. 막대한 차이나머니가 양쪽을 분주하게 오가며 이 프로젝트는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시진핑 체제의 국가전략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 와도 인프라 건설을 접점으로 '튜닝'해왔습니다. 인권 개선ㆍ자유민주주의 등 조건을 다는 서방 자금과 달리 차이나머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퍼주기식 대출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 부패 정권의 리베이트 스캔들이 터지는 등 오명으로 얼룩졌지만 실리를 앞세운 차이나머니의 진군은 거침 없었습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직진하던 차이나머니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위험선에 근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 돈을 털리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담보가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2일자 기사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FT는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규모가 상환 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앞으로 해당 국가들에 대한 대출 허가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돈줄을 죄겠다는 겁니다. 갑자기 돈줄이 조여지면 새로운 부채를 일으켜 이자와 원금을 갚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패닉에 빠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상환 여건이 악화된 일부 국가들에겐 대출 당시 담보로 삼은 현지 인프라에 대한 운영권을 양도받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스리랑카에서 선보였던 기법 아닙니까.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항의 환영 깃발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스리랑카 총리의 회담장 주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스리랑카 수도 콜롬보항의 환영 깃발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스리랑카 총리의 회담장 주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아프리카에선 우간다가 사정권에 들어갔습니다. 우간다는 2015년 중국 수출입은행에서 2억 달러(약 2377억원)를 빌렸습니다. 이 돈으로 엔테베 공항 활주로를 추가로 건설하고 수도 캄팔라와 연결하는 고속도로 사업을 벌였습니다. 확장 공사는 중국 국영 기업 '중국교통건설'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빚을 못 갚으면 어떻게 될까요. 계약 조건을 봐야합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우간다 재무장관 마티야 카사이야는 의회에서 중국 은행에서 빌린 2억 달러 규모의 대출 조건에 대해 일부 조항이 국가 주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의원들이 추궁하자 그는 “우리는 중국측이 제시한 일부 대출 조항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중국측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주권침해란 무슨 뜻일까요. 의사결정을 자국의 국익 기준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는 말입니다. 스리랑카처럼 말입니다.

부채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간다도 스리랑카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 인프라의 사업권을 중국에 통째로 넘긴 사례입니다. 스리랑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특히 해상 실크로드 인프라 사업에서 핵심 국가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사진=연합뉴스, 로이터〉

스리랑카는 중국 차관을 통해 남부 해안가 함반토타에 대형 항구를 건설했지만 사업 부진으로 빚더미에 올랐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으로 인해 스리랑카는 눈물을 머금고 2017년 결정을 내립니다.

연간 11억 달러를 받고 임차 형식으로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사실상 중국 기업에 넘긴 겁니다. 빚의 덫에 빠진 스리랑카는 함반토타항뿐 아니라 주변 60㎢(약 1800만평)의 땅을 중국 회사에 내줬습니다. 19세기 제국주의 침탈로 99년간 홍콩을 영국의 식민지로 내줬듯이 중국도 함반토타항과 배후의 땅을 '식민지'로 삼은 겁니다. 99년간.

최근엔 이 나라가 중국에 상환해야 하는 빚이 33억8000만달러(약 4조500억원)을 넘는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최근 스리랑카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스리랑카 총리는 채무 재조정을 요청했습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악화된 스리랑카의 경제 상황 때문입니다.



서방에선 중국이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성 없는 사업을 지원해 참여국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면 이를 빌미로 군사 거점을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픽=중앙일보〉〈그래픽=중앙일보〉
그간 일대일로의 본질과 정체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많았습니다. 경제적 동기도 나름 설득력 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이 집권했던 2012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이었습니다. 돈이 넘쳐 흘렀고 공장 야적장에는 재고가 쌓여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화끈하게 돈을 풀었습니다.

그 때 푼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이 산업의 모세혈관까지 과잉을 낳았습니다. 국유기업이 주도하던 철강ㆍ시멘트ㆍ알루미늄 등 건자재 분야가 특히 심했습니다. 이걸 어딘가에 팔아야 할텐데요.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등장한 돌파구가 일대일로였습니다.

일대일로는 '공동운명체', '공존공영' 등 화려한 수사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체는 건설 프로젝트입니다. 스리랑카에 항구가 건설되고 있고, 파키스탄에서는 가스관이 깔리고 어디에 운하를 파고 하는 식입니다. 동남아에서는 고속철도가 깔리고 있고 중앙아시아서는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냥 주는 돈이 아닙니다. 중국은 70여개 일대일로 연선 국가에 빌려줍니다. 그 돈의 상당액은 중국 국유기업의 공사 대금으로 다시 중국으로 회수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차이나머니가 풀려 거창한 인프라가 지어졌지만 다른 경제 부문과의 연계와 시너지가 거의 안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항구와 공항만 좋으면 뭐 하겠습니까.

함반토타항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이유는 항구 주변에서 싣고 내릴 물자들이 공전했기 때문입니다. 배후 시설과 인프라와 연결돼 잘 나가던 콜롬보항을 두고 허허벌판인 함반토타로 둘러가야 할 배가 거의 없었던 겁니다. 결국 인프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사업이 안되니 빚만 쌓여간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난이 만성화에 빠질 위험에 처한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에서 채무 상환 어려움이 가중되면 스리랑카 사례가 우수수 쏟아질지도 모릅니다. '빚의 함정'에 빠진 인도양 연접 국가들은 스리랑카처럼 주요 핵심 인프라의 운영권을 내놔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스리랑카 콜롬보항.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스리랑카 콜롬보항.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래서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대놓고 일대일로에 직격탄을 날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2018년 여름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일대일로를 두고 “대단히 모욕적인 프로젝트”라고 했습니다. 이제 와서 보면 볼수록, 일대일로의 지향점은 지정학적 요충지 확보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본질과 정체는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성격이 명확해졌습니다.

미ㆍ중이 본격적인 경쟁과 대결 국면에 들어가면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는 별도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중수교ㆍ관계격상은 미중 밀월 시대의 후광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전처럼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각자의 공급망에서 움직이던 시대로 돌아가진 않더라도 중국 중심의 공급망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이런 살벌한 국제정치의 현실 앞에서 2022대선이 치러집니다. 다음주 화요일이면 D-50입니다. 이번 대선은 지난 30년간의 선거와 다릅니다. 국제정치의 판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번에 우리가 뽑는 지도자는 시대가 제시한 도전과 과제를 극복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국익 기반의 철학과 상상력으로 돌파해야 합니다. 때문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 표의 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책임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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