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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힘이 없다" 기후학자가 본 영화 '돈 룩 업'…혜성보다 무서운 '기후 위기'

입력 2022-01-12 15:38 수정 2022-01-12 16:08

기후학자 허창회 교수 "1년에 태풍 10개 오는 현실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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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학자 허창회 교수 "1년에 태풍 10개 오는 현실 반드시 온다"


영화 '돈 룩 업' [사진 넷플릭스]영화 '돈 룩 업'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돈 룩 업(Don't Look Up·2021년)'이 지난해 공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6개월 뒤 지구와 부딪히는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풍자극인데요. 단순히 보면 코미디 영화지만 영화는 '기후 위기'에 대한 비유를 담고 있습니다.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스페셜 코멘터리 영상에서 “기후 위기 완화를 지지하는 지도자든 무엇이든 선택하지 않으면 영화 속 인물들과 무척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될 겁니다”라며 과학자들의 진실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합니다.

“혜성이 날아와 지구가 6개월 뒤 멸망합니다”


끔찍한 팩트를 카메라에 친절하게 말해야 하는 영화 속 랜달 민디 박사를 보고, 현실에서 기후 위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영국 로이터가 '세계의 기후학자 1,000인'으로 꼽은 서울대의 허창회 교수와 화상을 통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기후 위기를 다룬 영화라는 걸 눈치채셨나요.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하든 과학자들은 참 힘이 없구나. 영화는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은 안 나왔지만 그건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똑같았습니다. 혜성을 발견한 첫 장면에서는 '내가 모르는 걸 알아낸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했죠. 그런 감정들은 과학자들이 모두 비슷할 겁니다.

6개월 뒤 반드시 충돌하는 영화 속 혜성처럼 '기후 변화'는 반드시 오는 건가요?
반드시 옵니다. 영화 속 소행성이라면 궤도를 바꾸거나 로켓을 쏘아 올려 폭파하는 해결책이 나오죠. 하지만 실제 기후 변화에는 그런 가능성이 없습니다. 2040년이나 2050년쯤 되면 반드시 올 것이고 그건 막을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가 기후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까지는 과거에 있었던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것뿐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한국의 무더위는 1994년과 비슷하죠. 제가 생각하는 기후 변화는 이런 겁니다. 지금 평균 2~3개 오는 태풍이 1년에 10개씩 오고, 일일 강수량이 1,000mm가 넘고, 2018년의 폭염이 평균 더위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온도가 되겠죠.

에너지를 계속 쓰는 한 대체 에너지 같은 건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원전을 줄인 대신 석탄 발전이 훨씬 많아졌고, 대기 질의 악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팩트를 계속 얘기해도 안 되는 게 영화랑 똑같은 상황이죠.

탄소를 줄이는 여러 대책이 있잖아요?
대책을 이야기할 거라면 솔직해져야 합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제 사회, 특히 미국·중국 등에 충분히 항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전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생활을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깨끗한 공기는 공짜일 수 없고 우리는 환경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태양열이나 풍력 에너지 같은 대체 에너지로 기후 변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월성 원전 하나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려면 서울시 면적 정도의 태양광 발전이 필요할 겁니다.

절망적인 느낌도 드는데,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뭘 해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우리 세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피할 수 없지만, 이 세상은 우리 미래 세대가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가 뭔가를 해 놓지 않으면 안 돼요.

영화 '돈 룩 업' 서울역의 모습 [사진 넷플릭스]영화 '돈 룩 업' 서울역의 모습 [사진 넷플릭스]

'돈 룩 업'에선 서울역과 사찰에서 뉴스를 지켜보고, 한국의 과학자들도 혜성에 관심을 가진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한국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감독은 전 세계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 겁니다. 허 교수는 한국이 '기후 위기'의 백화점이라면서 집중호우·태풍·폭염·폭설·장마·황사·미세먼지 등 좁은 국토에 모든 기후 위기를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후학자로서 어려움도 있을까요.
일기 예보와 달리 기후 예측은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연구의 결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겠죠. 하지만 기후 변화는 제 개인적인 상상이 아닙니다. 기후 관련 논문의 95% 이상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게 맞겠죠.

영화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영화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허 교수는 마지막으로 “제2의 지구, 제3의 지구가 있다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지구는 하나뿐이고, 비용을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돈 룩 업'의 포스터에는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기후학자에겐 영화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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