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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마라토너가 꿈이었던 설악산 지게꾼...못다 한 이야기

입력 2022-01-11 15:28 수정 2022-01-11 15:29

짐삯 모아 1억 기부...오르막길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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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삯 모아 1억 기부...오르막길 끝에서

올해 65살인 임기종 씨는 45년간 설악산 암자에 짐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하면서 받은 3만원을 모아 아픈 아이들을 도왔습니다. 선행은 24년간 이어졌고, 그 돈은 1억원이나 됩니다. 지난 10일(어제) JTBC 뉴스룸은 〈짐삯 모아 1억 기부...설악산 작은 거인의 '큰 나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16살 때부터 지게를 멘 임씨에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 같은 마라토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임씨는 실제로 학창시절에 마라톤 선수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힘은 약했지만 끈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임기종 / 설악산 지게꾼]
"아무리 달려도 숨이 가쁘지 않더라고요. 황영조 선수처럼 달리고 싶었지요. 하루아침에 유명한 선수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만큼 노력을 해야 그런 선수가 될 수 있지요. 그런데 혼자서는 안 되잖아요. 누가 뒤에서 밀어주고 가르쳐주고 해야지요. 잘 먹어야 해요. 사흘을 굶고 뛰니까 별이 보이더라고요. 하늘이 두 개로 보이고 어지럽더라고요."

임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삶은 '고난의 길'과도 같았습니다. 임씨는 그 길을 오롯이 홀로 버텨왔습니다. 첫눈에 반한 아내와 하나뿐인 아들 모두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임씨에게 가족은 아득한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는 힘을 만들어냅니다.

임씨는 우리가 사는 인생이 산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그저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임씨에게 오르막길 끝에서 한 번 더 물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더 오를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뭘 하고 싶은지 말입니다.

[임기종 설악산 지게꾼]
"산도 그렇지요.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듯이. 힘들잖아. 굴곡이 험하니까. 인생살이도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계속 올라가지는 못하잖아요."

[임기종 설악산 지게꾼]
"(지금 이 순간은 오르막인 것 같아요? 내리막인 것 같아요?) 위에까지 올라갔으니까 전성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라갈 데까지 다 올라갔지요. 더 이상 올라갈 수는 없는 거거든요. 내려가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기종 설악산 지게꾼]
"(소원이 있을까요?) 아들을 온전하게 만들어주고 집사람을 제대로 걷게끔 해주고요. 더불어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임기종 설악산 지게꾼]
"(선생님을 위해서는 뭘 하고 싶으세요? 나 자신을 위해서요.) 없는 분들 있잖아. 소외된 분들. 소년소녀가장들. 공부하고 싶은데 장학금 같은 것 주고 온전히 가르쳐서 우뚝 서게끔 만들어주고 싶죠. 그런데 내가 이제 한계까지 와 있으니 할 수는 없고. 나이는 먹을 만큼 먹으니까 힘이 자꾸 줄더라고요. 조금 있으면 내려놓아야 하니까, 못 하니까 그게 안타까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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