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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짐삯 모아 1억 기부…설악산 작은 거인의 '큰 나눔'

입력 2022-01-10 20:42 수정 2022-01-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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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악산의 산신령이라고도 불리는 지게꾼입니다. 예순다섯 살 임기종 씨인데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몸보다 큰 짐을 실어 나르면서 그 짐보다 더 큰마음을 이웃과 나눠왔습니다.

숨소리도 이젠 거칠어졌지만, 더 많이 주고 싶단 임씨의 산행길을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도 지게를 지고 함께 했습니다.

[기자] 

설악산 흔들바위 옆 암자에 올릴 상자를 지게에 싣습니다. 무게는 80kg.

한 번 오를 때 2시간쯤 걸리는데 짐을 나눠 두 번 가야 합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이렇게 하면 한 번만 하시면 되는 거죠?) 네. 갈 수 있겠어요? 이거 한 20kg? (메볼까요?)]

한 걸음 오를 때마다 거친 숨을 내쉽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지게 일은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70살까지 하려는데. 힘이 달리더라고요. 숨이 차요.]

지게를 처음 멘 건 16살 때입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겨울에는 하얀 눈이 좋고요. 봄에는 새싹이 올라오고…여기서 청춘을 바친 거죠.]

기자가 멘 지게를 보니 옛 생각이 납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처음에 내가 지게 멘 것처럼 힘들게 보이고 애간장이 타고…나 자신이 거울에 비치듯이.]

아내를 만난 순간도 잊지 못합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첫눈에 반해서 와닿더라고. (프러포즈는 어떻게 하셨어요?) 집사람이 장애가 있으니 살다가 도망칠까 걱정하더라고…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일 없다고, 백년해로할 거라고 했어요.]

산을 오른 지 1시간 30분 만에 암자가 보입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잘하네요. 다 왔어요. 여기 쉬지요. (제 거 되게 가벼워 보이는데 무겁잖아요, 그렇죠?)]

짐을 내리고 품삯을 받습니다.

한 번 오를 때 받는 돈은 3만 원.

이 돈을 모아 아픈 아이들에게 준 건 1억 원이나 됩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24년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이다시피 가만히 있으니까 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건강하세요. 많이 쇠약해지셨네. (오래 보셨어요?) 맨날 봤지.]

[안녕하십니까. (잘 아세요?) 설악산 터줏대감인데. 왜 장갑을 안 껴요. 손 시린데…]

반가운 마음도 큽니다.

[오늘 일거리 있었어? 후계자야? (후계자입니다.) 이 사람 산신령인데 이길 수 있겠어? (많이 배워야죠.)]

[어머니 잘 계시고요?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에서. 아저씨 진짜 멋지게 살잖아요. 힘들게 일해서 남 도와주고 사는 게…]

지게는 임 씨의 인생을 닮아있습니다.

[설안 스님 : 억척같은 삶. 인생의 무게.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가 있잖아요. 내가 힘이 닿는 한 뭔가를 한다.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멋진 거죠.]

임 씨는 평생 올랐던 오르막길 끝에 섰습니다.

[임기종/설악산 지게꾼 : 임기종이라고 하고요. 58년 개띠. 설악산에 짐 올려주고 그런 사람이죠. 삶도 똑같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잠 자는 것도 그렇고요.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오를 수가 없잖아요. 나이가 드니까…(더 올라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더 많은 걸 주고 싶어요. 못 배운 아이들 장학금도 갖다 주고 싶고요.]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조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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