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87년,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고 쓰러진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사는 아들의 장례식에서 '이제 내가 아들 대신 싸우겠다'고 했었죠. 그리고 그 약속을 어제(9일),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삶으로 지켜냈습니다.
정영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어머니.
그 옆에는 6월 항쟁 33주년 기념식 때 받은 훈장이 놓여 있습니다.
최근 급성 심근경색 시술을 받고 퇴원했는데, 쓰러진 겁니다.
[김순/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 집행위원장 : 저도 어제(8일) 오후에 계속 어머니랑 같이 있었는데 좋으셨거든요. 백남기 선생님 사모님 집에 가서 메주 사 와서 고추장 담가야 한다고 그런 얘기하셨어요.]
평범한 주부 배은심의 삶이 바뀐 건 1987년입니다.
아들 고 이한열 열사가 6월 민주화 항쟁 때 최루탄에 맞아 숨지면서입니다.
아들 대신 투사가 돼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길 35년.
어느새 그녀는 '유월의 어머니'가 돼 있었습니다.
[박행순/고 박관현 열사 누나 : 아들을 잃고 보니 우리가 해야 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난 아들 몫까지 다 하리라 하면서 열심히 열심히 그렇게 열심히 하실 수가 없었고…]
여든 넘은 나이에도 20년째 제자리걸음이던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앞장섰습니다.
하지만 끝내 이한열 열사가 민주유공자가 되는 걸 보진 못했습니다.
[배은심/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 : 다시는 이 나라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분향소는 서울 이한열 기념관 3층에도 마련됩니다.
배 여사는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을 지나 광주 망월동 묘역 아들 곁에 잠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