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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 쏴 잡았는데 용의자 아닌 시민…"외모가 비슷했다"

입력 2022-01-07 20:37 수정 2022-01-0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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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장면은 경찰이 범죄 용의자에게 '테이저건'을 쏘며 체포하는 모습입니다. 기절하고, 코뼈까지 부러진 이 남성, 알고 보니 무고한 시민이었습니다. 검은 피부와 문신 때문에 용의자로 착각했다는 게 해명인데, 경찰은 그러면서도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구릿빛 피부, 팔에 문신을 한 남성을 경찰이 뒤에서 몰래 덮칩니다.

놀란 남성이 이를 뿌리치고 달아나자 밀어서 넘어뜨립니다.

순간 경찰 10여 명이 에워쌉니다.

[김모 씨/피해자 : 일단 때리고 제가 막 소리 지르고 고함 지르니까 소리 못 지르게 목을 조르더라고요. 무릎으로 얼굴을 누르고…]

지난해 4월 부산역 역사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외국인 강력범죄 용의자 4명을 잡기 위해 10일간 잠복했던 경찰이 30대 프로골퍼 김 모 씨를 제압했습니다.

[전북 완주경찰서 관계자 : 차림새나 외모가 그 얼굴(용의자)로 보이니까…]

이들은 저항하는 김 씨의 목과 팔 등에 테이저건으로 전기충격을 가한 뒤 기절시키고 나서 수갑을 채웠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깨어나자 일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 '왜 이러냐. 내가 뭐 잘못했냐' 물어보니까 자기들이 놀래가지고 한국말 한다고 이제 수갑을 풀라고 하더라고요.]

태닝으로 태운 피부와 팔 문신 때문에 비슷한 외국인 용의자와 착각한 겁니다.

경찰은 이미 용의자 4명을 다 붙잡고도 관련 내용이 공유가 안 돼 김 씨를 체포했습니다.

[전북 완주경찰서 관계자 : 이쪽에서 다 잡힌지도 모르고 양쪽에서 분리돼 검거작전이 이뤄졌으니까요.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이 일로 김 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는 등 트라우마도 남았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 사람들 많은 데를 못 갔고 전기에 관련된 거 잘 안 만지고 휴대폰 충전기도 잘 안 꽂았어요.]

경찰은 피해를 입은 건 유감이지만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단 입장입니다.

법조계에선 직권을 남용한 독직폭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9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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