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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하청 30대 감전사 유족 "예비신부는 면회도 못 하고 납골함 끌어안은 게 마지막 인사"

입력 2022-01-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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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30대 노동자가 전봇대에 올라가 홀로 전기 작업을 하다 감전돼 숨진 가운데, 유족은 사고 이후 한국전력공사와 하청업체가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고 김다운 씨는 지난해 11월 5일 경기 여주시 한 신축 오피스텔 근처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다 고압 전류에 감전됐습니다.

김 씨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다고 합니다. 또 2인 1조 작업이 규칙이지만 사고 당시 혼자 작업했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 장갑을 낀 채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씨는 10m 높이에서 전봇대에 연결된 안전고리에 매달려 있다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맥박과 호흡은 있었지만, 상반신 대부분 심한 화상을 입은 김 씨는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사고 19일 만인 같은 달 24일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 씨는 올봄 예비신부와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자료사진=연합뉴스〉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김 씨의 매형인 A 씨는 오늘(6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전과 하청업체의 사고 이후 대응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 씨는 "사고가 나고 최초 연락을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 받은 게 아니"라며 "사고 1시간 뒤 고인의 전 직장 동료를 통해 알게 됐다. 이때까지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선 연락조차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현장 소장이 와서 하는 말이 (사고 경위에 대해) '저야 모르죠. 119가 알아서 했으니까'였다"라며 "직원들, 부장, 이사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두꺼비집 커버 같은 것을 작대기로만 올리면 되는데 눈에 뭐가 씌웠나 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바로 구조할 수 없이 30분이 지체됐다. 그 작업에 차량 지원이 안 됐기 때문에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119구급차도 사고가 나고 빠른 시간 안에 도착했는데, 구조대원이 손 쓸 수가 없었다. 10m 상공에 전기가 통한 상태로 머리에 불이 붙은 채 매달려 있는데 활선차가 없어 손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19구조대가 한전 측에 활선차를 빨리 보내달라 해서 15분 뒤에 도착했는데, 해당 높이까지 올라갈 수 없는 차량이었다"라며 "더 높이 올라가는 차량을 한전에서 요청해 도착하는 데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처음에 고인이 호흡도 불가능해서 기관 삽관을 해 구급차로 이동하다가 헬기를 타고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병원에서 처남 이름을 찾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더라. 화상 상태가 너무 심각해 60대 무명남으로 분류돼 있었다. 한전과 하청업체에서 처남의 인적정보 등을 아무것도 안 준 상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체 특징 등으로 처남인 것을 확인했다"며 "주치의 선생님이 머리에 불이 붙고 전기 화상은 열 화상하고 달라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장기 손상이나 근육 손상이 심각할 거라면서 사망까지도 보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A 씨는 고인의 예비신부가 직계가족이 아니란 이유로 면회 한 번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직계가족) 1명만 면회할 수 있었다"며 "예비신부는 (고인을) 마지막으로 안아본 게 화장터에서 납골함을 끌어안은 거다. 너무 힘들어하고 있고 매일 꿈에 (고인이) 나타나서 펑펑 울면서 억울하다고 한다더라"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또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나이가 많아 아무도 하기 싫어하고 위험한 일을 항상 막내인 고인에게 시켰다고 한다"며 고인은 가족들이나 예비신부를 만날 때마다 '너무 힘들다. 전 직장에선 이렇게까지 안 했었는데 너무 한다'고 힘든 사항을 얘기하긴 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피해자 유족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한전과 하청업체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오늘 낮 12시 기준으로 5,900여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유족은 "활선차와 안전장비, 2인 1조로 일하라는 지침이 모두 무시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느냐. 한전은 하청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이 고인을 사지로 내몰았다"며 "하청업체는 사고일부터 현재까지 제대로 된 사고 경위에 대해 유족들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고 단순히 고인 실수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한전도 유족에게 정확한 상황과 사과·재발방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부는 하청업체에 과태료 1,400만 원을 물리고 지난달 29일까지 한 달간 작업중지를 명령했다"며 "문제의 업체는 최근 전기 작업을 재개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는 단순히 얼마 되지 않는 벌금을 내고 다시 일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발생시킨 한전과 하청업체에게 강력한 처벌과 함께 중대재해에 대한 최대한의 형벌로 다스려주시길 간곡하게 읍소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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