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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었다…유령처럼 산 세 자매

입력 2021-12-31 20:44 수정 2021-12-3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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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에선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20대와 10대 세 자매가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법적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의무 교육과 의료 혜택도 못 받고 살았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최충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입니다.

이곳에 40대 여성 A씨가 세 딸과 나타난 건 지난 20일.

사실혼 관계로 지낸 남편의 사망 신고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센터를 찾은 딸들이 갑자기 출생신고를 요구했습니다.

[제주시 관계자 : '엄마 우리도 출생신고해야 될 거 아니냐'고 이렇게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저희들에게 의뢰가 들어와서 이상하다, 가정 방문해서 상담을 해야 할 거 같다.]

센터에선 23살인 첫째, 21살인 둘째, 14살인 셋째 딸 모두 출생 신고가 안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큰 딸을 낳은 후, 몸이 아파 출생 신고 시기를 미루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세 자매는 의무 교육이나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고 투명 인간처럼 살아왔습니다.

크게 아프지 않아 병원에 간 적이 없었고, 집에서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휴대전화는 사망한 아버지 명의로 개통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이름이나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검정고시도 볼 수 없었습니다.

20대인 두 딸은 취업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세 자매는 과거부터 부모에 출생신고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시 관계자 :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한 채로 살아왔던 거고 가족들끼리만 이렇게 지냈었고, 워낙 아빠를 중심으로…]

신체나 정서적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시 관계자 :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어요. 엄마랑 애들 관계도 너무 좋아요.]

뒤늦은 출생신고로 진행된 세 자매의 유전자 검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쯤 나올 예정입니다.

경찰은 어머니 A씨를 교육 방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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