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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유 "'고요의 바다', 한국 SF의 의미 있는 첫걸음"

입력 2021-12-30 17:04 수정 2021-12-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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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는 K-콘텐트의 도전, 그리고 배우 공유의 도전이 담겼다.


지난 24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8부작 시리즈다. 2014년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동명의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단편을 연출했던 최항용 감독이 짧은 이야기를 시리즈로 확장시켰고, '마더'·'미쓰 홍당무'의 각본과 '안시성'·'키친'의 각색을 담당했던 박은교 작가가 힘을 보탰다.

공유는 '고요의 바다'에서 탐사 대장 한윤재 역을 맡았다. 한윤재는 그 어떤 어렵고 불확실한 임무라도 성공시키고 마는 인물. 공유는 한윤재의 냉철하고 절도 있는 모습을 표현하며, 배두나·이준·김선영·이무생·이성욱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일인자였던 그는 언젠가부터 '로코'하지 않기 시작했다.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도깨비' 이후로 영화 '밀정'·'82년생 김지영' 등에서 사랑 이외의 것에 집중해왔다. 흥행이 보장된 장르가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 장르들을 선택했다.
'고요의 바다' 또한 그러한 도전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달을 배경으로 한 SF 장르물인 데다, 공유는 출연진 크레딧에서 배두나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환경 문제·자원 경쟁·계급 장벽·연구 윤리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에서 부성애까지 표현해야 했다. 그런데도 공유는 '고요의 바다'에 도전했고, 함께 달로 향했다.
 
'고요의 바다' 스틸. '고요의 바다' 스틸.

-장르물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고요의 바다'를 선택했다고 말했는데, 완성된 작품에 만족하나.
"만족할 만큼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며 잘 봤다. 내가 느낀 건 단순히 SF라는 장르물에 관한 갈증은 아니었다. 시리즈 장르물을 하고 싶었는데, '고요의 바다' 출연 제안을 받았다. 나는 지금의 결과물에 만족한다."

-영화 '용의자'·'부산행'에 이어 이번에도 부성애를 연기했다.
"내가 연기한 각 작품의 부성애를 설명하기엔 모호한 것 같다. 전작들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요의 바다'의 윤재라는 인물은 딸을 위해서 달로 가는 우주선에 승선한 건 맞지만, 그보다 더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지금 세대의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면 대답이 될 것 같다. 인문학적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공상과학물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인문학적 작품이라 좋았다. 그런 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아이러니한 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고요의 바다'는 양면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작품에 등장하는 월수가) 인류의 희망이고 미래일 수 있으나, 금단의 열매일 수 있다는. 그런 모호한 지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주복이 매우 무거웠다는데, 액션이 힘들지 않았나.
"근미래 설정이기 때문에, 그전에 봐왔던 우주복에 비해서는 경량화됐다. 그런데도 처음 접했을 땐 무게가 나가더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헬멧을 쓰면 산소가 부족해져서 폐소공포가 있는 사람들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오래 쓰지 못하고 금세 벗었던 배우들도 있었다. 적응이 되며 조금씩 여유를 찾았다. 윤재는 액션이 많았다. 아무리 편하게 제작을 했다고 해도 우주복이다. 액션을 하는 데 있어서 가동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무게 때문에 몸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다."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한윤재라는 인물과 공유는 닮아있나.
"나는 캐릭터를 받았을 때, 실제 내 모습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본다. 그 모습을 찾아내서 극대화한다. 윤재는 어느 정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윤재가 가진 시니컬함이 나에게도 있다. 정의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윤재가 가진 굳건함과 책임감이 실제 내 성격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윤재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윤재는 최연소 탐사대장에 엘리트 군인이다. 그런 부분들 말고, 한 아이의 평범한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파하고 있고, 아이에게 조금 더 많은 식수를 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했다. 윤재의 얼굴에 고단함이 있었으면 했다. 윤재의 고단함, 시니컬함이 얼굴에 묻어났으면 해서 더 건조한 사람의 얼굴로 접근했다. 딱 한 번 딸 앞에서 웃는다. 그런 얼굴도 필요했다."

-다양한 평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시작하면서도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했다.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조금 더 많이 갈릴 거라고 예상했다."

-계속해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 2021년 마지막 라인업이기에 부담도 됐을 텐데.
"마지막 라인업이라고 해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장르도 다르고, 어차피 각 작품이 지닌 고유의 정서가 다르다. 부담을 가지든 안 가지든 달라질 게 없었다. 이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 초반만 하더라도 다른 시리즈들이 신드롬을 일으킬 거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이런저런 결과를 보면서 '수치가 절대적 기준이 돼서는 안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 1등을 하려고 드라마를 만든 게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결과를 갖고 이야기하니까. 수치가 절대적 기준이 되면 안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실까 봐 노파심이 있었다."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단편 영화인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나.
"원작을 보며 '이 감독님은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이들과 함께라면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힘차게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단편은 내부 기지 안에서의 일만을 다룬다. 넷플릭스를 만나서, 지구 혹은 한국의 모습과 달의 모습이 교차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여유가 생겼다.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CG 퀄리티가 높아졌다. 장르적으로, 오락적인 요소가 다양해졌다."
 
'고요의 바다' 스틸. '고요의 바다' 스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출연 배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이 짧았다. 원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처럼 금방 가까워졌다. 고생을 같이하다 보니 전우애가 생겼다. 의지했고, '파이팅'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배두나와는 처음 작업을 했다. 배두나가 아이코닉한 배우라고 생각했고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동갑내기라서 더 마음이 편했다. 배두나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지켜보니 좋더라. 잘 맞았다. 드라마에서 중심축이고, 가장 큰 서사를 가지고 간다. 우리는 배두나를 따라가는 드라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잘 잡아줬다."

-전작인 '82년생 김지영'도 그렇고, 여자 주인공이 강조되는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로맨스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은데.
"(로맨스 장르 작품을) 일부러 피하지는 않는다.(웃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역할의 크기보다는 같이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에 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내 정서와 본능에 따른 행동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뭔가가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배우이니까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의 한 명으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장르를 따지고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 어쩌다 보니 여자 주인공이 강조되는 작품이긴 하다."

-'고요의 바다'를 작업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양면적이란 것. 이 드라마의 매력적 포인트이기도 하다. 비윤리적이라도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또한, 환경에 대해서는 확실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거지 않나. 개인이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할까. 불특정 다수가 바르다고 하는 것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보다, 개인이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이런 점들을 느꼈다."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맘에 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처음 작품을 볼 때 소름 돋았던 장면이 있었다. 수찬이 처음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물을 토할 때, 그 대원의 죽음이 세세하게 묘사됐어야 했다. 그때 한번 소름이 돋았다. 보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던 장면도 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지는 신이었다. 와이어 10개를 달고 우주복을 입고 힘들게 찍었다. 수많은 스태프가 붙어서 나를 올리고 날렸다. 근데 비주얼 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하며 신나게 찍었다. 비주얼 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완성된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SF 장르의 길을 열어줬다는 평을 받는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광활한 우주의 모습과 역동적인 모습을 기대하셨던 분들이 다소 부정적으로 보신 것도 이해한다. 애초에 이 작품은 그렇지 않은 작품이었다. 현실의 범주 안에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잘했다'는 아니지만, (한국 SF 장르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봐야 아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다른 제작진이 이걸 초석으로 삼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 '서복'이나 '고요의 바다' 등의 보면 철학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선택했더라.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서인 것 같다. 허구이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고 시간을 겪으며 나에게도 남는 게 있다. 그 안에 들어가면서 느끼고 체험하고 싶은 것 같다. 대단히 철학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딱지맨으로 깜짝 출연했는데, 다음 시즌에 출연하나.
"나도 모른다.(웃음) 감독님과 연락을 자주 하는데, 요즘 너무 바쁘더라. 미국에서 귀국 후 자가격리할 때 연락을 받았는데, 감독님과의 연락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나에겐 구체적인 이야길 안 해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언제나의 나처럼 (시즌 2 출연 여부는) 시나리오를 보고 판단하겠다. 하하하."

-올해 돌아보며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일까.
"'오징어 게임' 때 우정 출연한 것과 '고요의 바다' 촬영한 것. 두 가지가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느끼지 않나.
"잘 모르겠다. 코로나19로 해외도 못 나가다 보니, 직접 접한 건 없다.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겼다. 거기서 각국의 분들이 정말 많은 이야길 해주신다. 올해 데뷔 20주년이었는데,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결정적 이유는 해외 팬들 때문이다. 기껏 해봤자 가끔 사진 올리는 게 다지만, 그것조차 팬분들은 좋아해 주시더라. 고민 끝에 인스타그램을 열게 됐다. 각자의 언어로 나에게 이야길 해주시는 것을 보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하다 보니 이런 피드백을 접하게 되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부터 SNS는 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게 뭐라고 너무 좋아해 주신다. 나도 내려놓기도 했다. 아직 게시물이 몇 개 없지만, 멋있는 사진만 올리는 건 오글거려서 싫다. 진지함과 엉뚱함, 병맛 어딘가에 내 SNS 계정이 있을 거다."

-제작자로 나선 정우성처럼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지는 않나.
"기획이나 프로듀싱을 해보고 싶긴 하다. 관심이 많은 분야다. 하고픈 이야기를 작은 콘텐트라도 만들어 담아내고 싶은 욕심과 관심이 있다. 먼저 하고 있었던 정우성을 보며 자극보다는 반성이 됐다. '나 정도의 열정 가지곤 건들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정적이더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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