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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등이라도 켜주세요"…환경미화원 '아찔한' 청소 현장

입력 2021-12-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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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두운 거리에서 혼자 일하는 환경 미화원들에게 주어지는 건 야광 작업복과 안전모가 전부입니다. 그나마도 별 도움은 안됩니다. 지난 주에 숨진 환경미화원은 차라리 차도의 '난간'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우리 주변을 돌봐주는 환경미화원들을 우리 사회는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지 추적보도 훅, 홍지용 기자가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지금 시각 새벽 6시 10분을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제 뒤에서는 환경미화원 한 분이 거리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따라가보겠습니다.

5년 차 환경미화원 신금철 씨가 차도 가장자리에서 비질을 시작합니다.

왕복 6차로, 거리로 따지면 3㎞를 청소해야 합니다.

청소만 하기에도 바쁜데, 수시로 고개를 들어 뭔가를 확인합니다.

[신금철/5년 차 환경미화원 : 차들이 빨리 달려가지고, 수시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고.]

차가 다가오자, 난간에 몸을 바짝 붙입니다.

아예 매달려 차가 지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차가 많이 다닐 때는 서너 걸음에 한 번꼴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신금철/5년 차 환경미화원 : 깜깜할 때는 차들이 라이트(조명등)를 안 켜고 다니는 경우가 있어요. 차가 오는지도 제가 감지를 못 하고 있어서…]

청소차가 차도 청소를 할 때도 있지만 매번 하는 건 아니다 보니 결국 사람 몫입니다.

유일한 보호 장비인 안전모와 야광 작업복도 짙은 어둠 속에선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연호/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 : 차 불빛이 내 눈에 비춰지면 눈이 순간적으로 머는, 2~3초 되는 순간에 운전자가 보행자를 못 보고 치는 사고가 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날이 밝고 나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을 오전 9시 전에 마쳐야 해, 어쩔 수 없습니다.

[앵커]

환경부는 이미 2년 전에 날이 밝은 뒤에 미화원들이 청소를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달라질 방법은 없는지 어환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둠이 깔린 거리를 환경미화원 정모씨가 청소하고 있습니다.

잠시 뒤 70톤의 기중기가 지나가면서 40대 가장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여덟 번 도전 끝에 미화원이 된 지 5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택민/정모 씨 아들 : (새벽) 5시 반~6시 사이에 준비하시고 옷을 입고 나가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둡기도 엄청 어둡고 날씨도 춥고 그런데 담담하게 나가셨죠.]

사고가 난 건 오전 6시 30분쯤이었습니다.

[정택민/정모 씨 아들 : 사실 어두울 때 보면 잘 안 보여요. 새벽에 나갈 때는 저 데려다주시고 가는 모습 봤는데 이게 그렇게 밝진 않아요.]

어두운 시간대 사고가 잇따르자 환경부는 2년 전, 각 지자체에 지침을 보냈습니다.

밝은 시간에 청소를 시작하라는 내용입니다.

권고일 뿐 강제력은 없습니다.

실제 서울 25개 구의 근로규칙을 보니 절반 넘는 곳이 오전 6시 전에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겨울엔 사실상 밤이나 다름 없습니다.

[A구청 : 야간에 하던 것을 주간으로 다 바꾸면 체계가 너무 흐트러지기 때문에…]

[B구청 : 하절기 같은 경우는 환하니까 상관없는데 동절기에는 시간 늦춰 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환경미화원들에게 미루는 구청도 있습니다.

[C구청 : 미화원들이 편리한 시간을 저희가 선택한 거예요, 그 시간이.]

환경미화원들이 걱정하는 건 시민들의 시선입니다.

[주성준/20년 차 환경미화원 : '왜 낮에 복잡할 때 일 시키냐', '한가할 때 일 시키는 것이 낫지 않냐' 민원이 많이 와요. 욕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냄새부터 시작해서 (말이) 많이 나와요.]

환경부는 지자체가 나서달라고만 할 뿐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주간 작업을 현실화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5년 간 목숨을 잃은 환경미화원은 확인된 숫자만 32명입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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