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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희연, EXID 하니이자 코튼캔디 제나라 칭한 이유

입력 2021-12-21 17:06 수정 2021-12-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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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안희연
배우 안희연(29, 하니)이 JTBC 월화극 'IDOL [아이돌 : The Coup]'(이하 '아이돌') 완주를 마쳤다. 스타피스 엔터테인먼트 내 데뷔 6년 차 걸그룹 코튼캔디의 성장기를 그려내며 치열한 아이돌 세계를 현실적으로 조명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코튼캔디의 리더 제나로 분한 안희연은 EXID 시절 하니를 연상케 하는 리얼한 연기로 현실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6일에 촬영이 끝났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라 끝난 게 후련하기도 하고 '함께'라는 공간에서 나와 다시 또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시원섭섭하기도 하다"라고 밝힌 안희연은 그렇게 '아이돌'과 작별하고 있었다.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겪어낸 시간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려지는 드라마에 전시되길 원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1, 2순위가 아이돌이라고 하는데 드러난 실상은 많이 없지 않나. 어떤 애환이 있는지보다는 판타지가 있다. 그릇된 로망을 심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난 뒤 드라마를 만들려는 이유가 선한 의도로 시작됐다는 걸 느꼈다. 내 시간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이 작품은 세상에서 말하는 실패를 한 뒤 청춘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끝을 보지만 그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메시지가 위로 됐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신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아니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주사도 계속 맞으면 좀 익숙해지지 않나. 사실 첫 감정신을 찍으러 갔을 때는 눈물이 나지 않아 실패했다. 여기 있는 난 아프지 않더라. 큰 마음을 먹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모르고 있다가 받는 것과 상처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받은 상처가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마음먹기가 힘들었다."

-결말에 만족했나.

"결국 코튼캔디가 해체하고 각자의 갈길을 가는데 너무 행복해한다.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팀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체되어도 하나의 팀이지 않나."

-대본을 보면서도 좀 많이 와닿았을 것 같다.

"코튼캔디가 굴욕적인 일들을 겪지만, 외부적인 요인들은 별로 힘들지 않았을 것 같다. 제나를 더 힘들게 한 건 현지가 '어차피 난 내일이 없는 애야'라고 말하는 게 자기 탓인 것 같은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엘이 '어차피 무슨 소용이냐, 누구도 우리 노래를 안 듣는데'라는 말도 제나로서 더 마음 아프고 힘들었을 것 같다."

-제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과거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제나가 굉장히 이상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하는데, 사실은 엄청 흔들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당장의 선택을 하지 않을 뿐 결국은 어려운 선택을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청 흔들려 괴로웠을 것이다. 예전에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부분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안희연 안희연

-기존에 봐왔던 여자 주인공과 다른 결이었다.

"어려운 선택을 함으로써 본인이 괴로울 걸 아니까 답답했다. 조금은 타협을 해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걸 아는데, 본인은 그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게 신념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떤 강박적인 면이 나의 과거와 정말 비슷했다. 조금은 내려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ID 시절 리더였던 솔지 씨가 많이 생각났을 것 같다.

"우리 언니 많이 힘들었겠다 생각하게 됐다. 제나는 리더라는 책임감에 성격적인 면이 더해져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EXID를 하지 않았으면 이 작품을 찍지 못했을 것이다. 난 원래 팀 활동하기 전에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때 유독 혼자 다니는 그런 스타일 있지 않나. 근데 팀 활동을 하면서 알았다. 함께라는 소중함. 그래서 드라마 홍보 활동을 할 때 나를 EXID 하니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코튼캔디와 EXID도 닮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작가님이 우리 팀을 반영했나 싶었다. 많은 팀들이 그런 것 같다. 사실 여건상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회사가 달라지고 환경이 달라지니까. 팀의 모양이 달라진달까. 그래도 팀은 팀이다."

-극 중 모습이 하니 시절을 많이 연상하게 했다.

"제가 의도적으로 추가한 게 많다. 제나는 힘들 때 웃는다. 샤워할 때 슬픈 생각이 지나가는데 입이 딱 올라가더라. 방어기제처럼 그러는데 좀 불쌍했다. 제나는 항상 입만 웃는다. 그런 걸 많이 가지고 와서 했다. 활동할 때 입었던 체크남방이었는데 가지고 왔다. 제나의 스타일링을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하니로 보면 안 되니까 지금까지 내가 안 했던 스타일링을 하려고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이걸 굳이 왜 분리하려고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인식된 직캠 스타일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지금의 제나 스타일링은 그때의 나를 가져다 놓은 것이다. 제나를 하고 싶다, 하겠다고 하고 나서 지난 영상들을 다 찾아봤다. 지난 내 시간들 속에서 제나와 가장 비슷한 접점이 있는 순간들을 끌어올렸다."

-실제 걸그룹 활동처럼 준비했다.

"극 중 총 7곡을 소화했다. 앨범 준비보다 힘들었다. 12회에 마지막 무대가 있는데 '이게 진짜 내 마지막 무대가 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쉬움을 처음 느껴봤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을 못했는지 다른 걸 하느라 그리움을 못 느꼈는지, 아니면 이제 30살이 되어서 그런 건지 아쉬움이 처음으로 확 왔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 마지막이 아니길 바랐다. 팬분들이 무대가 많아 좋아해 줬다."

-드라마 속 멤버들과 호흡이 좋았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이 친구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제나일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도 '네가 현지여서 고맙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고, '사랑해'라고 하면 감정이 많이 올라오더라. 감정신이 많았는데 이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감정신을 못 찍었을 것이다."

-김민규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그 친구는 진짜 강아지 같았다.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6시간 동안 대기했는데 대기실 6곳을 돌아다니며 스태프들과 다 친해졌더라. 진짜 '인싸'였다."

-곽시양 배우와의 키스신도 기억에 남는다.

"오빠와의 첫 촬영이 키스신이었다. 몸으로 친해진 사이라고 했다.(웃음) 진짜 의지를 많이 했다. 제나가 극 중 사건의 중심이 되다 보니 80% 이상 분량을 차지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빠가 항상 만나면 '괜찮아?'라며 걱정을 해줬다. 정말 많이 챙겨줬다.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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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D 시절 하니를 떠올린다면 코튼캔디 내 어떤 위치였을까.

"제나이기도 했고 엘이기도 했고 채아이기도 했고 스텔라이기도 했고 현지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힘들었던 게 제나가 정말 선한 캐릭터인데 내가 7년 동안 혹은 더 넘는 시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을 텐데 제나를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화한테 물으니 '제게 언니는 이랬었다. 나는 언니랑 있으면서 그냥 무조건적이 느낌이 있었다. 언니가 뭘 하면 이유가 있겠지 그런 믿음이 있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모든 시간들이 전체적인 시각으로 예뻐 보이더라. 가장 크게 얻은 선물은 과거 영상들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못 봤었는데 이젠 잘 볼 수 있게 됐다. 고맙다."

-그동안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유는.

"과거 영상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난 그때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지 않나. 내 눈에만 보이는 열등의식, 질투심 같은 게 부끄러웠다. 근데 지금은 그게 한 인간으로서 너무 당연한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나에게 고맙더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힐링 아닌 힐링을 했다. 여러 면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제나를 하기 위해 13년이란 시간을 찬찬히 훑어보고 인정하기 싫었던 걸 인정하는 과정을 밟았다."

-아이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성공과 실패는 세상에서 심플하게 나뉘지 않나. 실제 삶에서는 그렇게 쉽게 딱 구분 지어지지 않더라. 어떻게 매번 성공하겠나. 반 정도 성공하고 반 정도 실패할 텐데. 내 소중한 순간들의 반은 실패가 아닌가. 세상은 그렇게 정리할지 몰라도 다른 단어를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청춘이라던가, 추억이라던가. 근데 이 드라마는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된다고, 모든 순간들이 반짝반짝거리는 거니까."

-3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난 30대가 싫다.(웃음) 30대란 생각을 못 했는데 요즘 들어 어른이 되기 싫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더라. 그 전엔 어른이라는 건 너무 멀리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어른이 되기 싫다는 생각조차 안 했는데 이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30대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슬프고 싫었다. 좀 더 자유롭고 싶은데 주위의 시선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매년 새해에 목표를 단어 하나로 설정한다. 근데 올해 처음으로 실패했다. 올해 단어가 '활공'이었는데 활공을 못 했더라. 활공을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장비가 필요한데 준비도 없이 활공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많은 걸 할 수 있었고 많이 배웠고 느꼈다. 전보다 뭘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내년에는 올해 이루지 못한 걸 연장시켜보려고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내년 계획이 잡힌 건 아닌데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있다. 파격적일 것이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써브라임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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