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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서열 상승 암시한 김여정…북한, 대외 협상에 시동?

입력 2021-12-20 17:48 수정 2021-12-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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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위상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67일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나면서 올해 초 강등됐던 서열이 높아지는 정황이 포착된 건데요. 북한이 대외 메시지의 '창구' 역할을 했었던 김 부부장에게 다시 권위를 부여하고 대외 협상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 정치국 성원 사이에 이름 올린 김여정

지난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중앙추모행사에서 김 부부장은 주석단에 섰습니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 이후 두 달 넘게 공개 활동을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요. 특히 주석단에서 김 부부장의 위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으로 김덕훈 총리, 오수용·김재룡·김영철 정치국 위원에 이어 5번째에 자리했습니다.
 
지난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으로 김덕훈 총리, 오수용·김재룡·김영철 정치국 위원 다음에 김여정 중앙위 부부장이 자리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지난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으로 김덕훈 총리, 오수용·김재룡·김영철 정치국 위원 다음에 김여정 중앙위 부부장이 자리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김 부부장은 정치국 위원도, 후보위원도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정치국 후보위원직을 유지하다가 올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지위가 내려갔습니다. 노동당 제1부부장 자리도 부부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때문에 김 부부장이 이들과 나란히 선 것을 두고 적어도 후보위원 이상으로 서열이 상승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 것입니다.

다음 날 노동신문 보도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합니다. 노동신문은 참석자 명단에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ㆍ조용원 당 조직비서ㆍ김덕훈 내각총리ㆍ박정천 당 비서 등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의 이름을 먼저 올렸습니다. 다음으로 이일환ㆍ정상학ㆍ오수용ㆍ태형철ㆍ김재룡ㆍ오일정ㆍ김영철ㆍ정경택 등 정치국 위원을 호명한 후 김 부부장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김성남·허철만 후보위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통상 북한매체는 공식 서열 순서대로 이름을 올립니다. 성원이 30명 정도에 불과한 정치국은 명실상부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 핵심 엘리트만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김 부부장의 이름이 이들 사이에서 발견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 '대외 메시지 창구'의 복귀…북한, 협상 시동?

김 부부장이 실제 정치국 성원으로 서열이 올라갔다면, 북한의 대외 기조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김 부부장이 강등된 것은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해석됐습니다. 외교안보 인사들에 대한 문책의 일환이었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북한 내 2인자였던 김 부부장에게도 형식적으로나마 그런 조치가 취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대외 관계를 막다시피 한 북한 행보와 연결짓기도 합니다. 대남·대미 메시지를 총괄하는 김 부부장의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 73주년 기념 열병식 영상에서 한 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전만 해도 공개석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 이례적이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노동신문에 공개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서도 김 부부장은 포착되지 않다가 오후 조선중앙TV 보도 영상에서 뒷줄 가장 끝에 서있는 모습이 잠시 잡혔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대외 메시지를 담당하는 김 부부장을 부각하는 게 북한의 대외 기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봤습니다.

 
지난 9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지난 9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그런 북한이 지금에 와 김 부부장을 내세우는 것은 대남·대미 협상 의지와 연결된다는 얘기도 됩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9월 말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승진한 바 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외 협상과 대외 관계의 권위, 그리고 공신력을 갖는 인물이 김여정”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서열 상승은 충분히 예상해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부부장이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으로 등극했다면 코로나19 이후 대남·대미 등 대외 관계 활동 폭을 넓혀 나가겠다는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 “가족 행사라 나섰을 가능성” 서열 상승 신중론도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당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여정 중앙위 부부장은 다섯 번째 줄 맨 왼쪽에 자리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당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여정 중앙위 부부장은 다섯 번째 줄 맨 왼쪽에 자리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하지만 17일 참배에서 김 부부장이 당 중앙위 위원들과 함께 5번째 줄 끝에 서있다는 점을 들어 서열 상승을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주요 행사 등에서의 도열 위치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이 12월 하순에 열 예정인 당 전원회의 등 관련 동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역시 “김정일 위원장 10주기라는 가족 행사 성격상 김 부부장의 호명 순서가 가족 자격으로 앞에 나온 것일 수 있다”며 “과거 김정일 위원장 동생 김경희 당 비서의 경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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