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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초록불'에 건너다 숨진 아이…우회전 화물차 여전히 쌩쌩

입력 2021-12-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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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아이는 11살 정요한 군입니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요한이는 열흘 전쯤,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던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나흘 뒤 두 살 어린 또 다른 아이도 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뉴스룸은 다시는 가슴 아픈 일이 없길 바란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요한이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게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빠른 속도로 달리는 대형 화물차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습니다.

초록불이 켜진 오른쪽 횡단보도엔 11살 정요한 군이 건너고 있었습니다.

요한 군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정병욱/고 정요한 군 친형 : 꿈이 축구선수라고…꿈도 못 펼쳐보고 간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현장을 다시 가봤습니다.

사고 이후 얼마나 달라졌을지 카메라를 설치해 지켜보겠습니다.

길을 건너는 사람들 앞으로 우회전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거의 부딪힐 뻔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화물차는 다른 일반 차량보다 운전석이 높아 시야가 좁습니다.

운전석에서 보니 차량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몇 걸음 옮겨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공사 현장을 오가는 트럭들은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달립니다.

직진 신호는 잘 지키는지 보겠습니다.

카메라를 든 취재진 앞에 화물차 한 대가 아찔하게 지나갑니다.

길을 건너려는 아이들을 보고도 그냥 내달리고, 화물차 세 대가 줄 지어 달리기도 합니다.

모두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요한 군이 숨진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이곳 주변엔 학교 10여곳이 모여 있습니다.

[강민근/초등학생 : 덤프트럭이 많이 다니니까, 공사 때문에. 조심히 봐가면서 운전하는 게 생겼으면…]

[서하린/초등학생 : 트럭기사들도 신호가 초록불이 깜빡이더라도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트럭들이 교통신호를 어긴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사고 한달 전입니다.

하지만 주민 신고에도 현장은 그대로였습니다.

[김승훈/주민 : 초록불에 거의 박는다는 식으로 확…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CCTV 확보해 경찰청 앱으로 민원을 넣었거든요. 조치가 전혀 없더라고요.]

경찰은 "관련 접수가 많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공사 책임자도 찾아가봤습니다.

[공사현장 관계자 : 경찰서가 됐든 시청이 됐든 관리 책임을 지는 부서가 해석을 내려주시겠죠.]

인천의 또 다른 교차로입니다.

요한 군이 숨지고 나흘 뒤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아이가 우회전하는 화물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지금도 차량들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든 없든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13세 이하 어린이는 350명이 넘습니다.

[정병욱/고 정요한 군 친형 : 운전기사가 조심 안 하면 결국 생기는 거잖아요. 피해자들이 아무리 울고불고 부딪혀도 안 되고…]

내년부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만 걸치고 있어도 무조건 멈추는 걸로 법이 바뀝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우회전하는 운전자의 시선에서 본 횡단보도입니다.

누가 주변에 있는지 잘 안 보입니다.

무조건 멈추고 살피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초록불은 안전한 곳이 될 수 없습니다.

(VJ : 김대현·김원섭 / 인턴기자 ·: 조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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