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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질 걸 알면서도 지켜볼 수밖에"…무력한 의료현장

입력 2021-12-0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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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결단을 주저하는 사이 의료시스템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취재한 의료진은 한 목소리로 "무력하다"고 했습니다. 환자를 무작정 기다리게 해야 하고 숨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 환자가 실려오면 걱정부터 된다고 응급실 의사 A씨는 털어놨습니다.

입원을 못 하고 며칠씩 응급실에서만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A씨/응급실 의사 : 응급실은 다른 응급환자도 보는 곳이기 때문에 좀 소홀해지죠. 3박 4일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제대로 된 치료가 안 되죠. 버림받죠.]

입원할 곳이 없는 건 코로나 고위험군인 투석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A씨/응급실 의사 : 그런 병실도 없는 거예요. 투석이 가능한 일반 병실이. 투석 못 해서 그 사람들 다 중환자가 돼 버려요. 그러다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거죠.]

당장 출산해야 하는 산모도 갈 곳이 없습니다.

확진된 산모를 받아주는 병원은 서울에 단 두 곳 뿐입니다.

[최은영/서울대병원 간호사 : 만삭의 산모가 온 적 있었습니다. 15분 만에 병실에서 출산했었습니다. '다른 병원에 다녔고 전화를 했다. 그랬는데 병실이 없다고 얘기를 하더라…']

중환자실뿐 아니라 격리 치료가 가능한 병상 자체가 모자랍니다.

그러다 보니 중환자실에 가야 할 환자가 그 아래 단계, 중등증 병상에 갑니다.

병상 배정을 담당하는 서울시의 입원 요청 기록입니다.

알츠하이머와 당뇨, 고혈압이 있는 80대 환자인데 상태는 '양호'로 돼있습니다.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상에 입원했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환자 상태를 알았다고 의료진은 말합니다.

[B씨/코로나 전담병원 의사 : (요청서에) 환자 정보가 빠져 있어요. 목에 숨구멍이 있는 환자인데 그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고…여기 병원에는 인공호흡기가 없으니까 중환자실 가야 하거든요.]

병상 문제가 답을 찾지 못하면서 자포자기한 듯한 목소리도 나옵니다.

[A씨/응급실 의사 : 점점 포기를 많이 하게 되는 거죠. 중환자실에 좀 여유가 있으면 한 번 살려 볼 만한데, 어쩔 수 없이 설득하게 되는 거죠. '살기 쉽지 않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도 수습하지도 못했다며, 의료 현장에서 가장 바삐 움직이는 전공의들도 날을 세웠습니다.

[여한솔/대한전공의협의회장 : 언론을 통해 'K방역' 치적만 홍보하는 행태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을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의료진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대책 마련과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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