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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특한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 '감독 꿈 이룬' 新도전

입력 2021-12-07 09:28 수정 2021-12-07 09:55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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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제작발표회

(왼쪽부터)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장선거'를 연출한 박정민 감독, '재방송' 손석구 감독, '반디' 최희서 감독, '블루 해피니스' 이제훈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왼쪽부터)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장선거'를 연출한 박정민 감독, '재방송' 손석구 감독, '반디' 최희서 감독, '블루 해피니스' 이제훈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특할 일이다. 충무로 중추신경으로 허리라인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프로젝트로 묶인 단편영화 감독 도전을 통해 영화계에도, 개인 배우 인생에도 큰 의미로 남을 한 페이지를 썼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제작발표회가 6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언프레임드'는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 최희서 감독의 '반디', 이제훈 감독의 '블루 해피니스' 등 네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됐다.

지난 10월 개최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였던 '언프레임드'는 전 회차 상영이 빠르게 매진되는 등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 속에서도 큰 호응을 얻어 화제를 모았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공식적으로 메가폰을 잡는건 이번이 처음. 시나리오부터 후반작업까지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언프레임드'는 이제훈이 양경모 감독, 김유경 PD와 공동으로 설립한 영화 제작사 하드컷에서 준비한 프로젝트로, 하드컷 설립 자체가 연기 외 영화 제작과 연출 등 전반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이제훈의 새로운 도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바, '언프레임드'라는 신선하면서도 의미있는 기획과 결과물을 완성해 영화계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때문에 이들이 모이게 된 시발점 역시 단연 이제훈. 박정민은 "이제훈의 전화 한통을 받고 참여하게 됐다. 연출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고, 손석구는 "나는 이제훈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하자'고 했다", 최희서는 "손석구에게 먼저 내용을 듣고 이제훈에게 따로 연락을 넣어 진행 상황을 들었다. 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미 본업으로는 출중한 능력치를 인정받은 배우들이 영화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마음으로 옹기종기 모여 새로운 길까지 닦아 본 셈. 뭐가 됐든 하고 싶은건 일단 해보는 시대적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한 걸음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도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기만 했던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 진정성을 더한다.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포스터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포스터 〈사진=왓챠〉

박정민 감독이 연출한 '반장선거'는 어른의 세계만큼 치열한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담은 초등학생 누아르 영화로 설명되며,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다.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특별한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한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사연을 담았고, 이제훈 감독의 '블루 해피니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마주한 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취준생이 아무리 애써도 쉬이 잡히지 않는 행복을 쫓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이자 동시에 관객의 눈이 된 네 감독은 자신의 눈으로 본 타 감독의 영화를 평하기도 했다.

박정민은 '재방송'에 대해 "기분좋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영화, 배우들의 티키타카와 호연이 눈부신 영화다. 배우들에게 그러한 연기를 이끌어내고 이야기를 만들어낸 감독님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머로 그려낸 점도 신선했다"고 전했다.

손석구은 '반디'에 대해 "어른들이 보는 당연하다는 시각을 아이 눈으로봤을 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극중 아이의 눈이 된 박소이 친구의 눈망울이 담긴 신이 있는데 그 한장면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힐링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희서는 이제훈 감독의 '블루 해피니스'에 대해 "20, 30대 청춘의 얼굴을 대표하는 정해인이 빛나는 작품이다. 취준생의 고들픔과 씁쓸한 미소가 너무 좋았다"며 "난 세 번을 봤는데 보면 볼수록 짙어지는 감성이 있다. 볼 수록 더 좋았다", 이제훈은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에 대해 "굉장히 신나는 힙합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통해 지금 시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극찬했다.

감독들은 각자 영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비하인드와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캐스팅 하나하나 공을 들이지 않은 구석이 없다.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반장선거' 스틸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반장선거' 스틸 〈사진=왓챠〉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장선거'를 연출한 박정민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장선거'를 연출한 박정민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

"초등학생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박정민 감독은 "사실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삭제하고 싶을 정도로 아직은 너무 어색하고 쑥스럽다"며 솔직한 속마음부터 드러낸 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시각 때문에 누아르라고 표현되는 것 같은데,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박정민 감독은 아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주변에서 항상 듣는 이야기이고, 영화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정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이와 동물이 나오는 영화 연출은 어렵다'는 것이다"고 토로한 박정민 감독은 "근데 난 꼭 초딩학교 교실을 그리고 싶었다. '그럼 50대 아저씨들에게 초딩 옷을 입혀서 출연 시켜야 하나? 황정민 형님에게 부탁해 볼까?'라는 생각까지도 갔다"고 귀띔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정민 감독은 "그래도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이들 모습으로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밀어 부쳤다. 근데 생각보다 우리 친구들이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줬고, 참여하는 자체를 즐거워해줬다. 3회차 정도 촬영을 했는데 내가 그 에너지를 받아서 힘을 냈고, 여러가지를 시도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캐스팅은 오디션으로 진행됐다. 박정민 감독은 27명의 아역 배우들을 직접 만나 합격 목걸이를 걸어줬다. 탈락의 경계를 허물고 원하는 배우만 딱딱 불러 미팅의 형식을 취했다고. 박정민 감독은 "한 반을 이루는 27명의 학생들이 이름없이 소모되길 바라지 않아서 제 학창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싹 다 긁어모아 등장인물의 이름을 만들어줬다"고 언급해 세심한 배려도 엿보이게 했다.

'반장선거'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영화의 배경음악이다. '반장선거' 음악은 힙합계에 일가견이 있는 마미손이 담당했다. 박정민 감독은 "좀 비틀어보고 싶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볼때 규정하는 시선이 있지 않나. '아이들은 순수하다'라는 관념을 비트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데, '그런 영화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생각하다가 힙합 음악이 버무려지면 이상하면서도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다 잘 안풀리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라디오에서 이영지 씨의 '나는 이영지'가 흘러 나오는 것을 들었다. 뭔가 속이 뻥 뚫리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마미손 뮤지션을 찾아가 음악을 부탁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경림이 "과거 MC 심뻑으로도 유명하지 않았냐"며 영화 '변산(이준익 감독)'에서 맡았던 캐릭터를 언급하자 박정민은 "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걱정되기는 했다. 그건 잊아줬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푹 숙이더니 "요즘 '유희열의 스케치북' 영상도 다시 떠돌아 다니더라. 정말 너무 부끄럽고, 여행도 못 가서 어디 숨을 때도 없는데 미치겠다"고 답답해 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재방송' 스틸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재방송' 스틸 〈사진=왓챠〉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재방송'을 연출한 손석구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재방송'을 연출한 손석구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

손석구 감독은 '재방송' 시나리오를 쓰게 된 처음을 회상하며 "한 결혼식장에 갔는데 뭔가 소외된 듯 서 있는 두 사람을 봤다. 한복을 입은 어르신과 아직 자아가 확립이 안 된 것 같은 청년이었는데, 내 추측으로는 왠지 이모, 조카 사이 같았다. 남의 결혼식인지 아는 지인의 결혼식인지 멀뚱히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눈에 들어왔고 혼자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고 전했다.

'재방송'은 임성재와 변중희 배우의 열연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배우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더 표현하지 못해 안달을 낸 손석구는 "두 분이 워낙 연기를 리얼하게 잘 하는 분들이라는걸 알고 있었음에도 경탄했다. 캐스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아, 이래서 감독을 하는 사람들은 연기 잘하는 배우를 보면 그 배우와 사랑에 빠지는구나'라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고 뿌듯한 속내를 내비쳤다.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반디' 스틸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반디' 스틸 〈사진=왓챠〉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디'를 연출한 최희서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디'를 연출한 최희서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

3년 전 쓰다가 멈춘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반디' 최희서 감독은 "서랍 한켠에 깊숙이 넣어놨다가 '만약 연출을 하게 된다면 이 작품으로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했다. 사실 싱글맘과 딸의 이야기는 상업영화에서는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싱글맘 역할을 두번 연속으로 하게 되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쉽게 나오지 않아 '내가 해보자'고 생각했다. 내 연기 인생의 여러 기로를 하나로 묶어 준 작품이다"고 의미를 더했다.

'반디'는 충무로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소이가 함께 했다. "캐스팅은 무조건 박소이를 생각했다"는 최희서는 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처음 만났는데, 촬영은 2회차 정도였지만 타지에서 지내며 생각보다 더 많이 가까워지게 됐다. 소이의 잠재 가능성도 봤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연락을 자주 하면서 지내 소이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흐뭇해 했다.

이 과정에서 손석구와 최희서가 과거 인연과 시나리오 쓰기 모임 활동을 함께 했던 사실도 알려져 주목을 모았다. 최희서는 "진짜 시나리오를 많이 썼다기 보다는 대부분 수다로 시간을 보냈다. 원래 멤버는 석구 오빠와 오빠와 친한 감독님 둘이었는데 내가 객원 멤버처럼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석구는 "사실 나는 10년 전 단편영화를 연출해보고 싶었다. 희서는 그 전에 나를 데리고 단편영화를 한번 찍었다. 이후에 내가 준비를 하다가 포기해 나름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을 깰 수 있게 돼 더 좋다"고 귀띔했다.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블루 해피니스' 스틸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블루 해피니스' 스틸 〈사진=왓챠〉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블루 해피니스'를 연출한 이제훈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블루 해피니스'를 연출한 이제훈 감독이 6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왓챠〉

마지막으로 '블루 해피니스' 이제훈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어떤 것에 열광적인지, 무엇을 찾는지 키워드를 쭉 나열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다가 무거워지는 부분은 조금씩 걷어내면서 최종적으로 청춘 이야기를 담게 됐다"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해도 희망적인 미래와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할 수 있는 도전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블루 해피니스'는 정해인이 노개런티로 참여해 의리를 보여준 작품. 이제훈 감독은 "애초 정해인 배우를 염두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솔직히 정해인 배우 밖에 생각이 안 났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너무 빠르게 '하겠다'는 답을 줘 고마웠다"며 "거절도 당하고 쓴맛도 느껴봐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허투루의 개념을 모르는 배우들이 뭉쳐 진심을 다해 만든 작품들. 단편영화의 매력까지 십분 살린 '언프레임드'는 8일 왓챠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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