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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납품 사기" 무더기 고소…'마스크 기부천사' 두 얼굴

입력 2021-11-30 21:10 수정 2021-11-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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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스크 수천만장을 기부해서 '마스크 기부천사'로 불린 70대 사업가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빼돌렸다는 사기 혐의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신아람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한 남성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서울광진구청장 옆에 나란히 서 있습니다.

마스크 생산·수출 그룹의 총재라고 알려진 70대 박모 씨입니다.

포털엔 지자체와 군, 종교시설, 해외까지 마스크를 기부했다는 선행 기사가 쏟아집니다.

박씨가 기부한 마스크 수천만 장은 어디서 왔을까.

취재진은 박 씨에게 마스크를 공급했다는 업체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경기도 일산의 마스크 공장입니다.

기계 수십 대가 멈춰 서 있습니다.

[이숙자/일산 A공장 대표 : (박씨가)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는 거다(라고 얘기했어요.) (그 말 믿고 직원) 200~300명 뽑아가지고 작업하다가 중단돼가지고…]

박 씨가 재고를 외상으로 가져간 뒤 마스크 50억 장을 미국으로 수출하겠다는 납품 계약까지 맺었지만 정작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26억 원어치입니다.

[이숙자/일산 A공장 대표 : 이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보다 10배 이상 가져간 거예요. 5000만장이다 보니까. 1원도 안 줬습니다.]

박씨 그룹의 현판이 달린 경기도 포천의 다른 공장입니다.

역시 기계가 모두 멈춰 있습니다.

[포천 B공장 대표 : 물건을 다 가져간 다음에 간판 현판식을 하고 칸막이하면 (생산 물량) 오더 준다고 해서. (박씨가) 기다려라, 기다려라…]

이 공장들은 결국 박 씨를 고소했는데 확인된 것만 10여 곳입니다.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공장들은 서울과 경기, 전북 등 전국에 걸쳐 있습니다.

대부분 창고에 쌓여가는 마스크들을 팔아주겠다고 접근한 뒤 정작 대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박씨는 이렇게 가져간 마스크들을 기부했습니다.

박씨가 공장들과 본격적으로 접촉한 건 올해 초입니다.

공장들 측은 박 씨가 내민 연간 1200억 장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미국의 '큰 손'을 믿었습니다.

[C물류업체 : 미국 바이어라고 하면서 수출 계약을 맺어놓은 수량인 거죠.]

박씨가 외국 바이어와 맺었다는 계약서를 확인해봤습니다.

1년 전엔 연간 1200억장인데, 최근 다시 쓴 계약서엔 15억 장 가량으로 확 줄었습니다.

취재진은 계약이 실제로 이뤄진 건지 알아보려 바이어에게 문의하자 "계약이 바뀌었고 지연됐다" "한국 공장과 박씨와의 관계를 우리는 모른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박 씨는 돈을 가로챈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박모 씨 : 착복한 게 없죠. 오히려 15억에서 20억 가까이 들어갔죠.]

지금까지 마스크 7500만 장을 수출하지 않고 기부했는데, 바이어가 원하는 요건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또, 공장들을 속일 의도가 없었다며 사기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박모 씨 : (자체 생산 마스크는) 안 찢어져요. 안감 부직포. 이게 중요합니다. (다른 마스크) 이거 어떻게 수출해요, 그죠? 할 수 없어요.]

공장들은 박 씨가 마스크를 가져간 뒤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반박했습니다.

[D공장 대표 : 기계 세팅을 전부 다시 해야 되는 거고요. 처음에 전혀 스펙이라든가 알려주지 않았고.]

박씨는 외국에서 신용장을 받아 이달 내로 자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과거 사기죄로 2차례 처벌받은 거로 확인됐습니다.

지금도 법원 두 곳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5일 박씨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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