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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 반정부 시위 격화…양안 갈등 대리전|아침& 세계

입력 2021-11-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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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약 70만 명의 작은 섬나라죠. 솔로몬제도에서 지난 24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한 반발이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중국과 대만 양안 갈등 대리전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일주일 가까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는 대만,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말라이타섬 주민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36년간 맺어왔던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공식 수교를 맺은 후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된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폭발했다는 분석입니다. 시위대는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집과 국회의사당을 공격하고, 차이나타운 지역에 있는 대형마트에 불도 질렀습니다. 이번 시위로 지금까지 100여 명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위대가 휩쓸고 지나간 거리는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로 가득 찼습니다. 현지 경찰은 시위가 격화되자 필수 근로자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집에 머물 것을 권고했습니다. 매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통행 금지령도 내렸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격렬한 시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수도 호니아라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삶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 주민 : 많은 어머니들과 여성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목숨마저 두렵게 만들고 있어요.]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시위에, 인접국들이 군대까지 파견하면서 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솔로몬제도와 안보 조약을 체결한 호주는 경찰과 군 병력, 외교관 등으로 구성된 150여 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솔로몬제도 내 치안 유지와 사회기반시설 보호 활동에 나설 계획입니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정상적인 관계 발전을 방해하는 시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폭력 사태를 비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자오리젠/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 시민과 중국이 자금을 지원한 기관에 대한 공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솔로몬제도 정부에 요청합니다.]

중국과 대만, 양안 갈등의 대리전으로 확산되고 있는 솔로몬제도 반정부 시위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전화로 연결되어있습니다.
 
  • 중앙정부 vs 말라이타섬 갈등…반정부 시위 배경은?

    [채인택 /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 그렇습니다. 솔로몬제도를 보면 인구 65만에 1인당 GDP가 1511달러에 불과한 아주 가난하고 작은 섬나라입니다. 그런데 인구 5만의 수도 호니아라가 있는 과달카날섬과 6개의 주요 섬 가운데 인구 16만으로 가장 많은 이웃 말라이타섬 이주민 사이에 갈등이 굉장히 뿌리가 깊습니다. 이미 2000년에도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2006년 4월에 일어난 반정부 폭동으로 경제권을 쥐고 있는 차이나타운이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호주에서 2000명 이상의 군대가 파견됐을 정도로 굉장히 심각했고요. 그런데 중앙정부가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으로부터 5억 달러 정도의 원조를 받기로 하고 수교하면서 문제와 갈등이 더욱 커졌습니다. 중앙정부는 중국과 수교했지만 이웃 말라이타섬은 대만과 관계가 크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 이득을 얻기 때문에 갈등이 더욱 커져서 이번에 말씀하셨듯이 대리전이 되고 있는데요. 지난 사흘간의 폭동 중에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이 대만기를 걸었더니 시위대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나올 정도로 지금 남태평양 절해고도에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이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놓고 중국 vs 대만·미국 힘겨루기?

    [채인택 /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 그렇습니다. 서방과 중국이라는 고래들의 경쟁에 솔로몬제도라는 작은 나라의 등이 터지는 형국입니다. 이미 2017년 수교하기 9년 전에 중국 기업 화웨이가 솔로몬제도와 호주 시드니를 잇는 3400km의 해저 케이블 부설사업을 설치하고 인터넷을 강화하려고 하니까 호주가 국가안보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서 무산시켰습니다. 그때부터 경쟁이 시작된 것이고요. 중국은 2019년 9월에 수교 이후로 경제, 외교,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 왔고요. 그러자 말라이타섬 정부는 대만으로부터 의료 지원을 받았고 미국으로부터는 지난해 10월에 2500만 달러 자금 지원도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있는 과달카날섬과 이 말라이타섬 주민 사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고요. 이 자체가 하나의 남태평양지역의 세력 경쟁 구도로 그렇게 비화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총리 퇴진" vs "굴복 안 해"…해결책 어떻게 찾을까?

    [채인택 /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 그렇습니다. 총리 관저에도 방화 시도가 있는 상황에서 의원 50명에 7개 이상 정당, 의원 절반이 무소속인 취약한 정치 구조라서 언제든지 중앙정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솔로몬제도 자체에서 문제 해결이 어려운 수준이고요. 여기에 넘어서 중국을 겨냥한 공격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이미 지난 24일에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국왕이 무장민병대의 공격을 받아서 중국인 2명이 숨지고 5명이 납치됐습니다. 지난 7월에는 파키스탄에서 버스 테러로 중국인 9명이 숨졌거든요. 중국이 2017년 특수부대 전랑 요원들을 외국에 파견해서 자국민을 구출하는 애국영화 전랑을 제작해서 당시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마는 현실은 중국이 이렇게 개입하기도 녹록지 않고요. 이런 상황이 계속적으로 답보 상태로 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 차이나타운 지역의 불탄 건물에서 시신 3구가 확인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습니다. 시신을 발견한 건물 경비원은 "시신이 매우 심하게 불에 타 중국인인지 현지인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솔로몬제도 반정부시위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변국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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