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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COP26 톺아보기 (중) 석탄보다 눈여겨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입력 2021-11-29 09:32 수정 2021-11-29 09:3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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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7)

지난주에 이어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살펴봅니다. 총회 마지막 날, 폐회식에서의 '막판 석탄 반전'에 묻혀버린 다른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장 논란의 '글래스고 기후 합의문'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중엔 당장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하는 내용도 있었죠. 또한 2주의 시간 동안, 국제사회는 글래스고 기후 합의문 외에도 다양한 선언과 약속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입니다. 또한, 국가 간의 약속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귀 기울여야 했던 목소리들도 있었습니다.

 
(자료: UN Climate Change)(자료: UN Climate Change)

#내연기관_자동차의_퇴출
COP26에선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이른바 무공해차(ZEV, Zero Emission Vehicle) 전환 선언()이 이뤄진 것입니다. 영국과 벨기에,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 국가뿐 아니라 최근 자동차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인도와 모로코,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 멕시코,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중남미 국가 등 30개국이 무공해차 전환 선언에 나섰습니다. 늦어도 2030년()까지 무공해차를 '뉴 노멀'로 만들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번 총회를 유치한 영국의 경우,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에 있어서도 전환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2035~2040년 사이, 디젤 트럭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이 선언엔 국가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스페인 카탈루냐 등 전 세계 100여개의 도시도 동참했습니다. 가입한 국가들의 규모로 보자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9%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인구수로는 20억명이 넘습니다.

이번 선언을 통해 신흥 자동차 시장과 개도국의 수송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습니다.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2억달러 규모의 신탁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고, 무공해차 전환 위원회(ZEVTC, Zero Emission Vehicle Transition Council)를 구성해 글로벌 차원의 무공해차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선언에 동참한 나라들뿐 아니라 향후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겁니다. 영국 주도로 만들어진 ZEVTC엔 미국도 공동대표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무공해차 전환 선언에 다양한 국가와 도시,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했다. (자료: 영국 정부 홈페이지)무공해차 전환 선언에 다양한 국가와 도시,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했다. (자료: 영국 정부 홈페이지)
명문화한 이번 선언엔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무공해차 전환은 이미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장 EU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제조사들의 변화는 불가피해진 겁니다. 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은 “국가로 따지면 미국에서 수출하는 자동차의 65%가 '내연기관 판매 금지 예정지'로 수출되고 있고, 기업별로 살펴보면 스텔란티스 그룹 판매량의 48%가, BMW 판매량의 35%가, 폭스바겐 판매량의 30%가 '내연기관의 단계적 퇴출 예정지'로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독일 폭스바겐이 이번 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우리는 100% 달성을 약속할 수 없는 그 어떤 일에도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현재 빠른 속도로 전동화에 나서고 있고, 2035년 내연기관 신차판매 금지를 규정한 EU의 〈핏 포 55〉 패키지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5위를 자랑하는 국내 기업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이번 COP26 기간 진행된 이 '글로벌 무공해차 전환 선언'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의에는 공감하나 이행 시기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섭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의 모든 라인업을 무공해차로 꾸리겠다고 밝혔습니다.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30%를 무공해차로 채우고, EU의 규제에 따라 2035년부터 유럽시장엔 무공해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2040년까지 무공해차 판매 비중 80%를 달성하고,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정확한 탈 내연기관의 시점도,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무공해차 전환 시점도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2035년, 현대차가 유럽에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는 무공해차일 테지만 이때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중 무공해차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모릅니다. 현대차가 한국의 환경보다 유럽의 환경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일까요. 유럽은 '2035년 내연기관 금지'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우리 정부는 그런 목표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목표 달성 시점인 2050년에도 정부는 '내연기관 퇴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2050년, 내연기관의 비중이 3~15%에 달합니다. 기업의 탓만 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탈석탄을_넘어_탈화석연료로
이번 COP26의 최종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글래스고 기후 합의문'에선 석탄발전의 퇴출이 아닌 감축으로 문구가 수정됐습니다. 하지만 총회 기간, 이와 별도로 탈석탄과 관련한 각종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우선 '글로벌 탈석탄 에너지전환 선언(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입니다. 선언은 ① 2030년대(개도국은 2040년대) 석탄화력발전의 퇴출, ②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 ③ 친환경 발전원 확대, ④ 노동자와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전 세계 47개 나라와 5개 지역이 선언에 참여했습니다. 이와 함께, 석탄발전설비의 폐지를 2030년까지 하기로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한 '탈석탄동맹(PPCA, Powering Past Coal Alliance)'도 출범했습니다. 여기엔 48개 나라와 48개 지자체가 동참했고요. “베트남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참여한 것은 이번 COP26의 가장 큰 승리”라는 것이 더 클라이밋 그룹의 평가였습니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석탄발전망을 갖고 있는 나라가 탈석탄 대열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글로벌 탈석탄 에너지전환 선언엔 참여했지만 탈석탄동맹에선 빠졌습니다. 지난주 연재에서 설명해 드렸듯, 산업통상자원부는 “2050년 탄소중립, 석탄발전 폐지 및 해외 석탄 금융지원 중단 등 정책과 부합해 동참하게 된 것”이라며 “2030년 석탄발전 퇴출을 명시한 탈석탄 동맹엔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죠. '탈석탄 과속'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해명이었습니다. 국내 일각의 비판은 해소했을지 몰라도 국제사회의 비판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인도와 중국, 미국, 호주, 일본 등이 글로벌 탈석탄 에너지전환 선언에 불참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과 폴란드가 막판에 서명 이후 내놓은 발언 만큼이나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실상, 선언에 불참한 것만큼이나 문제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PPCA의 동맹 참여지역 명단엔 일부 지자체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구광역시, 강원도, 경기도,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전라남도, 서울특별시, 충청남도(알파벳 순) 총 8개 지자체가 동맹에 참여한 겁니다. 한 국가에서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참여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12개의 주 또는 도시가 참여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정작 국가의 발전정책을 책임지는 부처는 손을 뗐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여럿 있는 지자체들이라도 참여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가운데 프랑스와 스웨덴 등 10개 나라가 모여 '탈화석연료 동맹(Beyond Oil & Gas Alliance)'을 만들었습니다. 탈석탄을 넘어 화석연료의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겁니다. 실제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여기에 참여한 나라가 10개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힙니다. 물론, 여기서도 한국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점진적인 탈화석연료를 부를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중단 선언문(Statement on International Public Support for the Clean Energy Transition)'엔 많은 나라가 참여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뿐 아니라 피지, 에티오피아, 마셜군도 등 국가와 유럽투자은행, 프랑스 개발청 등 기관까지 총 39곳이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2022년 말까지 석탄뿐 아니라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끝내기로 약속한 것이죠. 여기서도 한국이나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본격화한_메탄_감축_압박
우리나라는 아직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 논의조차 여러 갑론을박에 휩싸여 있습니다만 이번 COP26을 통해 메탄은 또 하나의 공식 감축 대상이 됐습니다. COP26 총회 당시까지 107개 국가가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이름을 올렸고, 현재 110개국으로 그 수가 더 늘었습니다. 이 서약에선 구체적인 감축률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참여한 국가들이 메탄을 30% 감축하는 효과는 1000개 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과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낸다는 것이 더 클라이밋 그룹의 설명입니다. 이를 통해 지구의 평균기온 0.2℃를 낮추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죠.

 
[박상욱의 기후 1.5] COP26 톺아보기 (중) 석탄보다 눈여겨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여국가의 경제 규모를 보면, 글로벌 경제 규모의 약 70%를 아우르는 수준에 달합니다. COP26 기간 막판, 미국과 중국이 메탄 감축에 협력하기로 약속하면서 중국 또한 메탄 감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다른 서약 가입국과 마찬가지로 30% 감축에 나선다면, 추가로 70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는 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메탄 감축은 기후 감수성이 높은 일부 국가만 참여하는 일이 아닌, 또 하나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산_넘어_산_NDC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자체에 대해서도 압박은 거세졌습니다. 한국의 '40% 감축' 목표에 많은 나라들이 환영의 메시지를 내놨지만, 지금 지구의 상황이 녹록지 않았던 겁니다. EU와 미국이 50% 넘는 감축목표를 내놓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1년 새 감축의 고삐를 바짝 조여왔음에도 2030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13.7% 많을 걸로 예상됐습니다. 이대로라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은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온의 상승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농도 등 과학을 통해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추측이 아닙니다. 1.5℃ 목표 달성을 위해선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하죠.

이에 이번 총회 기간, 각 당사국은 내년 연말까지 2030 NDC를 다시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간신히 '40% 감축' NDC를 만들어냈는데 내년에 또 다시 이를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이는 우리 정부에 굉장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이 주최한 COP26 결과 공유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정부에서 추가로 더 감축목표를 올릴 여지가 있다면, 강화된 감축목표를 발표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못 하다면, 내년부터 당장 '우리는 최선을 다 해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어필할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COP26 결과 공유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선임연구위원 (자료: 한국기후변화연구원)COP26 결과 공유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선임연구위원 (자료: 한국기후변화연구원)
'당연히 목표를 더 높여야지 변명부터 준비하려면 어떡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합니다. 설령 우리가 내년 말까지 '2018년 대비 50% 감축'이라는, 보다 강화한 2030 NDC를 내놓는다 할지라도 국제사회로부터 “고생했습니다”라는 인정보다 “그것이 최선입니까?” 비판적 검증을 받게 될 테니까요. 이젠 그저 '우리가 이런 목표 내놨습니다' 선언하고, 자랑하는 데에서 끝날 때가 아닙니다. 그러기엔 2030년은 '가까운 미래'가 되어버렸죠. 각국은 서로가 정한 감축목표를 상호 점검하면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대한 책임을 본격적으로 물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처럼 이번 COP26 기간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2주간의 총회 기간, COP(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외에도 CMP16(제16차 교토의정서 당사국총회), CMA3(제3차 파리협정 당사국총회), SBSTA52~55(제52~55차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 SBI52~55(제52~54차 이행부속기구) 등 여러 회의가 열렸으니까요. 그저 '석탄의 단계적 폐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을 약속했다며 국제사회를 비판할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 밖에도 우리가 귀 기울이고, 눈여겨봤어야 할 것들은 더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놓인 위기를 국제사회에 울부짖은 군소 도서국 등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 그리고 비로소 룰이 완성된 국제탄소시장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COP26 톺아보기 (중) 석탄보다 눈여겨봤어야 할 대목이 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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