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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죽어가는데, 의사 없다고…'속수무책 구급차'

입력 2021-11-26 20:14 수정 2021-11-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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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 행위는 의사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환자가 탄 구급차에서도 예외는 아니죠. 그런데, 구급차에 의사가 타는 일은 100대 중 4대도 되지 않습니다. 결국 많은 환자들이 구급차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배승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19특별구급대원이 심정지로 쓰러진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합니다.

[압박 좋습니다. (CPR을 계속하십시오.)]

의사와 통화를 마치고 에피네피린을 주입하자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심장은 돌아왔어요, 지금. 근데 다시 심정지 발생할 수 있고요.]

이 여성은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습니다.

에피네프린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데 쓰입니다.

구급차에 있는 여러 가지 약물 중 하납니다.

그런데 구급대원 모두가 이런 약물을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전에 교육을 받은 특별구급대만 가능합니다.

[황재성/119특별구급대원 : 시범사업 중이라서 소방서당 1개 팀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른바 전원 환자가 타는 사설구급차는 사정이 더 나쁩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입니다.

감염에 의한 패혈성 쇼크 증세로 한때 혈압이 정상 수치의 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무슨 환자예요? BP(혈압) 떨어지고…]

그런데 구급차에 의사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사설구급차를 불러 응급구조사만 태워 보낸 겁니다.

[일시적으로 140까지 올랐다가 차에서 이렇게 됐어요.]

현행법엔 의사의 지시나 의사 없이 의료행위를 하면 불법입니다.

구급차에 타는 119구급대원은 물론 응급구조사나 간호사도 안 됩니다.

약물을 주입하거나 조절하지도 못합니다.

탯줄을 자르거나 혈액 교체, 진통제 주사를 놓는 것도 안 됩니다.

구급차에서 사람을 살리려 의료행위를 했다간 고발당하기 일쑤입니다.

[1급 응급구조사 : 불법을 저지르고 환자를 살리느냐 아니면 환자가 죽어가더라도 지켜만 보느냐 그런 딜레마에…]

문제는 병원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안에 의사가 구급차를 탄 경우는 3.8%에 불과합니다.

의사 없는 구급차에서 환자가 죽어도 책임을 묻기조차 어렵습니다.

[서모 씨/의사 없이 전원 중 숨진 환자 보호자 : 어디다가 누구에게 항변을 하거나 요청을 하거나 그런 걸 할 수가 없다 아닙니까?]

해외에선 1급 응급구조사의 약물주입과 혈액교체 등 사전에 약속된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료 질이 떨어진다며 관련 법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소방당국이 구급대원만이라도 의료행위를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려 했지만, 3번이나 무산됐습니다.

현장에선 소방과 응급구조사, 의사와 간호사 등 각 협회에서 서로를 견제하다 벌어진 일이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2019년 숨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도 자신의 SNS에 이런 기막힌 현실을 알렸습니다.

협회 간 득실을 따지기보다 환자 생명을 가장 우선하란 말이 유언으로 남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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