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직 의사가 자신의 어머니가 당한 의료사고를 두고 소송을 벌였는데요. 의사인데도,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어떨까요.
추적보도 훅,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A씨의 어머니는 한 대학병원에서 담관암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숨졌습니다.
염증이 심한 상태에서 강한 빛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시술을 무리하게 하다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의사인 A씨는 이 시술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의료진에게 미리 부탁했습니다.
[A씨/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 의학적으로 안전성 입증되지 않았고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한 거예요. 동의도 안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엔 앞선 병원에서 고름을 빼내는 관을 엉뚱한 곳에 꽂아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 9월 A씨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병원이 3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 추정입니다만 얼마나 우리 어머니 같은 희생이 많았을까. 아들이 의사인데도 이렇게 하는데…]
해당 대학병원은 적절한 처치였다며 항소심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입니다.
[A씨/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 의사가 아니면 사실 법원 감정서나 차트가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아실 수가 없을 겁니다. 어떤 내용인지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법원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선 도움말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윤성진/변호사 : (유족이) 의학적 전문지식을 가지지 못한 일반인이었다 하더라도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 소송에선 병원 기록이 중요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병원 측이 처음부터 불리한 부분을 축소할 수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
또 재판부가 다른 의사에게 의무기록의 문제 여부를 확인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객관성이 보장되느냐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A씨/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 변호사들이 안 맡으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소송해 봤자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고. 다들 안 맡겠다고 하니 참 답답하더라고요, 저도.]
소송이 끝나면 새로운 싸움이 시작됩니다.
패소할 경우, 상대 병원이 쓴 변호사비 등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게 원칙입니다.
분만 중 사고로 의식 없던 아이는 세상에 나온 지 8년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의료 소송에서 졌고, 4000여만원의 청구서가 날아들었습니다.
병원이 재판을 하며 들인 돈입니다.
[김소영/유족 : 바로 주저앉아 버렸어요. 너무하다. 어떻게 이렇게 한 개인을 짓밟을 수 있을까, 대형병원이.]
일부 승소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B씨의 아버지는 한 대형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혈액형을 잘못 써넣는 바람에 이식 받을 수 있는 간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건강하지 못한 간을 이식받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법원도 병원 책임을 인정했지만, 병원은 B씨가 일부 패소한 부분에 대해 수백만 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했습니다.
[B씨/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판결이 다 끝나고 모든 게 다 끝났잖아요. 그러면 그걸로 끝내야 하는데…]
법조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어 공익소송이나 의료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해 소송 비용을 물리지 않게 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호균/변호사 : (현행 제도는) 소송 자체도 못 하게 하는 것이고, 일단 소송을 용기 내서 했더니 나중에 벌을 주는 거죠.]
헌법재판소도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입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