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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청각 장애인도 맘놓고 영화 봐야"...'차별구제소송' 또 이겼다

입력 2021-11-25 18:24 수정 2021-11-25 19:02

1심 이어 항소심에서도 "영화관이 시·청각 보조장비 구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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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이어 항소심에서도 "영화관이 시·청각 보조장비 구비해야"

박승규 씨는 일 년에 30~40편의 영화를 볼 만큼 '영화광'입니다. 하지만 이 중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날은 일 년에 한두 번으로 손에 꼽습니다. 박 씨에겐 저시력 장애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원하는 영화를 관람하고 생기는 감정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2021년 11월 25일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 차별구제소송' 항소심 선고 후 기자회견문을 읽는 박승규 씨2021년 11월 25일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 차별구제소송' 항소심 선고 후 기자회견문을 읽는 박승규 씨


하지만 영화관 측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결국 박 씨는 자신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다른 장애인 3명과 함께 국내 대형 영화관인 CGV와 롯데쇼핑, 메가박스, 롯데컬쳐웍스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소송을 냈습니다.

오늘 그 2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는 영화관들이 시·청각 장애인들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총 좌석 수가 300석 이상인 영화관이라면 필수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되, 그 횟수는 전체 상영횟수의 3%를 채우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안경처럼 생긴 스마트글라스나, 손바닥만 한 수신기기와 이어폰 등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때 쓰는 장비를 "최소 2개 이상씩" 구비하라고도 했습니다.

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한 스마트 글라스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한 스마트 글라스
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한 스마트 글라스와 수신기기 등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한 스마트 글라스와 수신기기 등
박 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입니다. 박 씨를 포함한 원고들은 지난 2016년 "영화관이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화면해설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만인 지난 2017년 12월에 나왔습니다. 1심 재판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단과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영화관은 문화예술사업자로서 이런 편의를 장애인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영화관 측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영화관 측은 "노력할 의무"가 있을 뿐, 이를 필수적으로 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영화관에서 마음 놓고 영화를 보고 싶다며 5년이 넘는 시간을 싸워왔습니다. 특히 1심 판결 이후 영화관 측과 관람에 도움을 주는 수신기기, 이어폰, 스마트글라스 등의 구입비용을 놓고 조정기일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영화관 측이 2심 결과에 상고하지 않는다면 판결은 이대로 확정되고, 시·청각 장애인들이 전국에서 원하는 영화를 불편 없이 볼 수 있는 제도가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이기 이전에 영화라는 문화콘텐츠를 사랑하는 관람객"이라는 박 씨의 호소를 대형 영화관들이 들어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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