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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난 매우 용감하거나 무식한 모험가" 英가디언 인터뷰

입력 2021-11-06 09:16 수정 2021-11-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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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가디언(The Guardian) 화면 캡처〉배우 윤여정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가디언(The Guardian) 화면 캡처〉

배우 윤여정(74)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근황을 전했다. 오스카 수상 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휴식에 집중한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새김질하고, 다음을 향해 달려갈 에너지가 충전됐음을 시사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 배우 윤여정의 연기 인생을 조명했다. 이번 인터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가디언은 '올해 74세의 이 여배우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과 연기 경력을 지녔다. 서구에서는 여전히 윤여정의 아주 작은 부분만 알고 있을 뿐이다'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고 운을 뗀 윤여정은 "배우가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우연이었기에 계획된 삶도 아니었다"며 "그땐 솔직히 돈 받는 걸 즐겼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1960년 후반 한 어린이 방송을 촬영하던 TV 스튜디오를 방문, 제작진 요청으로 관객들로부터 선물 받는 일을 도운 후 오디션에 초청됐고, 몇 개월 뒤 해당 어린이 방송에서 주연을 맡으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가디언은 '처음은 우연이었어도 이후 여정은 우연이 아니었다. 윤여정은 드라마 '장희빈'에서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수 많은 출연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여정은 "대부분 '가난한 소녀가 부자 남자친구를 만났지만, 가족 반대로 결혼이 무산됐다'는 내용이었다. 다 똑같은 이야기라서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당시부터 남달랐던 가치관을 드러냈다.

스크린에 입성한건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에 출연하면서다. 김기영 감독은 윤여정이 오스카를 품에 안은 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한 한국의 거장이다.

가디언은 ''화녀'는 간통, 성폭행, 낙태, 살인, 자살, 심지어 쥐잡이까지 다루면서 한국 사회의 계급 분열과 가부장적 전통을 꼬집은 영화다. 윤여정은 남성 지배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새로운 한국 여성상을 구현했다'고 평했다.

윤여정은 "나는 한국 기준으로 미인이 아니다. 여배우가 되려면 연기는 상관없고 굉장히 예뻐야 한다. 영화계 사람들이 볼 때 난 좀 이상했을 것이다. 현대적이고, 누구에게도 순종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죽여 주는 여자'(2016), '돈의 맛'(2012) 등에 출연하며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서도 "내 삶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일 뿐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 역할을 맡는 게 두렵지 않다"고 단언했다.

가디언은 윤여정 개인의 인생도 살짝 들여다봤다.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뒤, 조영남의 미국 유학을 따라 영화계에서 은퇴한 점도 가부장적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며 '1987년 이혼 후에는 생계를 위해 다시 스크린으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윤여정은 "나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 하지만 감독들은 내가 이혼녀라는 이유로 배역을 주길 꺼려했고, 내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 윤여정은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가디언은 '윤여정은 '윤식당' 등 예능에 출연하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친근한 배우가 됐다. 하지만 이젠 너무 유명해져서 더 이상 그런 예능에 출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또한 윤여정의 차기작이자 한국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애플TV플러스 '파친코'에 대해서도 언급, 윤여정은 "미국에서도 많은 작품을 제의 받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다"며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매우 용감하거나, 매우 무식하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트에 대해서는 "한국에는 늘 훌륭한 영화가 있었다. 세계가 이제 겨우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고 특유의 솔직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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