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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정비구역에 휘갈긴 빨간 글씨…"폐가에 사는 기분"

입력 2021-11-0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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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이런 빨간색 X(엑스)자 표시 또 스티커들 낯설지 않은 분들 계실 겁니다. 재개발, 재건축을 앞둔 곳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흉하다, 무섭다, 위협적이다 거기에 남아 있는 주민들과 그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을 만나서 얘길 들어봤습니다.

밀착카메라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집집마다 창문에 빨간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공가, 빈집이란 뜻입니다.

재건축을 앞둔 이 동네, 내년 5월까지 집을 비워야 합니다.

여섯 달이나 남은 건데요.

하지만 주차장 바닥엔 곳곳에 빨간 스프레이로 '엑스' 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곳엔 지금도 세입자 60%가 살고 있습니다.

[A씨/세입자 : 폐가 같은 데 사는 그런 기분…테이프도 막 늘어지고 이렇게 엑스자로 사고 일어났을 때처럼 너무 무섭더라고요. 아직 이사 기간이 남았는데 걱정되기도 하고…]

어른들은 근처 유치원과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 마음이 걱정입니다.

초등학교 정문 옆 아파트 현관은 빨간색 테이프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소유자 : 여기 정문이니까 애들 입장에서 위축, (아이들이) 동네가 내가 사는 데가 왜 이러지?(라고 생각할 수 있죠.)]

[유치원생 : 노란 테이프는 봤는데…공사하는 느낌이 들어요.]

큰 길로 나와봤는데요.

이렇게 가게마다 빨간 테이프로 엑스자로 붙었습니다.

하나 건너 하나 꼴입니다.

조합 측 관계자는 안전 때문에 하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조합 측 관계자 :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 거의 사망 사고가 있어요. 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과함으로써 그런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다행인 거죠.]

주민 우려도 알지만 어쩔수 없다고 했습니다.

[조합 측 관계자 : 어쩔 수 없습니다. 아주 이쁘게 붙이면 좋겠죠. 근데 이제 일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이 정도 되게 양호한 거예요.]

주민 생각은 다릅니다.

[B씨/세입자 : (안전을 위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걔네(조합)는 그렇게 말하지. 근데 보기 좋아요? 테이프 막 붙어 있고…]

다른 재개발 지역도 둘러봤습니다.

이미 '빈집'으로 표시된 이 곳 그런데 옆에 보시면 빨간 스프레이로 'X'자 표시, 출입금지 등 스프레이칠 투성이입니다.

철거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도 그 위에 스프레이로 마구 덧칠해놨습니다.

'나가'라는 위협적인 표현도 보입니다.

[시민 : 좀 흉하죠. 음산하고 그렇죠.]

이러한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되는 지역은 서울시에만 630곳이 넘습니다.

왜 그동안 이렇게 불쾌감을 주는 빨간 스프레이, 스티커, 테이프를 사용해온 걸까.

[우신구/한국도시재생학회장 : (빈집) 표시하는 용도가 있을 것이고, 남아 있는 분들도 빨리 나가라 무언의 압박이라 할 수 있겠죠. 재개발 현장 주변을 다니는 사람들, 일반 시민들에게도 시각적 공해가 되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 제작한 안내 문구가 적힌 스티커 부착하는 등 주민 불편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빨간색 표시는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서 당연한 듯이 그려져왔습니다.

몇 달, 길게는 몇 년 간 주민들이 또 시민들이 불안, 불쾌함을 견뎌야 한다면 이제는 당연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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