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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놓고…정치권 '엇갈린 반응'

입력 2021-10-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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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것을 두고 반대 여론도 상당히 높죠. 여권 내에서도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반면 야당은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분위기인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전합니다.

[기자]

[노태우/전 대통령 (1989년 02월 01일) : 여러분 참으로 반갑습니다. 여러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보통 사람의 노태우 대통령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매특허 슬로건, '보통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인 노태우가 보통 사람들의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은 당시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노태우/전 대통령 (1989년 02월 01일) : 도도한 민주주의의 물결이 번영과 통일의 새 역사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열어가도록 이 사람 노태우 여러분과 함께 앞장을 서 나갈 것입니다.]

보통 사람, 얼핏 듣기엔 보통의 말같지만 그 속뜻은 보통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의 세상, 결국 상식이 통하는 세상일 텐데요. 보통 사람의 시대를 꿈꿨던 노 전 대통령, 떠나는 길은 결코 보통 사람 같을 순 없나 봅니다. 떠나는 순간부터 역사의 냉정한 평가에 맞닥뜨렸는데요. 공(功)과 과(過), 고인에 대한 예우를 두고 여론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오늘 '줌 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둘러싼 정계와 세간의 시선을 따라가보겠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살아생전에 광주를 방문해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어제) :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기신 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추모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이 가운데 보통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특히 여야 대선 주자들의 조문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문을 마친 뒤 각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내놨는데요. 여당은 공보다는 과에, 야당은 과보다는 공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였는데요. 다소 냉담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어제) :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있는 거죠.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겁니다.]

노 전 대통령, 보통 사람을 내세우기 이전에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의 2인자였죠.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그런 의미에서 그늘이 더 크다고 평가한 거겠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한층 더 냉랭했습니다. 심 후보는 빈소를 찾지 않겠다는 방침인데요. "고인의 아들이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아 용서를 구한 모습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지만요. "정상참작의 사유가 원칙을 앞서갈 수 없다"며 조문 불참을 알렸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주자들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4명 모두 강원권 토론회를 마치고 저녁에 빈소를 방문했는데요. 고인의 그늘보다는 빛에 주목했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는 북방 정책을 시행을 하면서 대북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게 한 그런 분입니다. 그리고 재임 중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 사회의 조직폭력배들을 전부 소탕하게 한 그런 큰 업적이 있습니다.]

홍준표 의원, 노태우 정부 시절 광주지검에서 근무하고 있었죠. 노 전 대통령이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에 맞춰 호남 최대 폭력조직인 '국제PJ파'를 와해시켰던 바 있습니다. 비록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노 전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고인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 같은데요. 재임 시절 부동산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후보들도 있었습니다.

[원희룡/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든지 결국 나중에는 토지공개념까지 도입을 하면서 당시의 민생안정 그리고 주거안정,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뽑아냈던 면에서…]

[유승민/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재임 기간에 주택 200만 호 건설, 그걸 해서 우리 부동산 시장을 굉장히 오랫동안 안정을 시킨 것도 그때 그 정책 덕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겨냥한 발언인 듯하군요.

이렇게 평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보니 장례 방식을 놓고도 잡음이 일었습니다. 일종의 현대판 예송논쟁이라고 할까요? 정부가 어제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죠. 하지만 당장 광주 5·18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무고한 시민을 죽인 학살주범을 국가 차원에서 애도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국가장 결정 취소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는데요. "광주 시민과 민주주의 열사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이죠. 여당 내 광주 지역구 의원들도 반대 여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민족민주열사 앞에 노태우의 국가장은 그저 호사일 뿐"이란 성명서를 낸 겁니다. 여기에 광주시는 국기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용섭/광주광역시장 (음성대역) :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야가 뒤바뀐 상황 같기도 한데요. 야당은 오히려 정부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정부가 간만에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분위기입니다.

[홍준표/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이 됐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을 좀 부탁드릴게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봅니다.]

[원희룡/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그런 틀에 의해서 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저는 그게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유승민/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문재인 정부가 결정을 한 일이고 결정은 이 정부가 했으니까 거기에 따르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끼지 못한 후보도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결정 소식 자체를 몰랐나 봅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노 전 대통령께서는 국가장으로 결정이 됐는데.) 아 그렇습니까? (오늘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엔 국가장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글쎄 뭐 제가 장례에 관한 의전에 대해서 더 드릴 말씀은 특별히 더 없습니다. 저도 국가장으로 결정된 것은 처음 알았는데, 그런가? 그렇구나. 오늘 결정된 모양이지.]

반으로 쪼개진 여론에 정부의 고심도 엿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청와대는 유럽 순방 일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지만요. 국가장 반대 여론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장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철희/청와대 정무수석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희들이 국가장으로 한다고 해서 이분에 대한 역사적 또는 국민적 평가가 끝났다는 게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화운동을 하셨던 분이고 인권 변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출신, 배경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국민 통합이나 화합 포용에 기여하지 않을까라는…]

국가장 논란이 일자 얼떨결에 소환된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의 카메오이기도 한데요.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신군부 1인자였던 전두환씨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하는데요. 투병 중이라 빈소에 조문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반면, '35년 악연'으로 얽힌 전씨의 숙적이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는 직접 방문했었는데요.

[전두환 (2015년 11월 25일) :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화해하신 거로 봐도 될까요?) …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

숙적이 떠나는 길은 챙겨도 정작 친구 가는 길은 배웅을 못하게 됐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나중에 본인 가는 길에는 친구와 같은 대접은 받기 어려울 듯합니다.

[이철희/청와대 정무수석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이나 이런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고 본인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이 그동안 사과, 5·18도 찾아서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면 나중에 전씨의 장례도 국가장으로 치르는 거냐는 우려가 있었죠. 청와대나 여당이나 그런 염려는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자, 오늘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애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국가장 논란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한 사람의 죽음에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걸 보면 고인은 보통 사람이길 원했을지 몰라도 보통 사람일 수는 없었나 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노 전 대통령의 말로 대신합니다.

[노태우/전 대통령 : 언제나 보통 사람이고자 하는 이 사람 노태우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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