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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각된 손준성 영장청구서엔…손준성·김웅 뺀 대부분 '성명불상'

입력 2021-10-27 19:54 수정 2021-10-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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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이 어젯밤(26일) 기각됐습니다. 저희는 기각된 영장청구서의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그 안엔 공수처의 수사가 아직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고발사주 지시자와 고발장 작성자 모두 '성명불상'이라고만 적혀있었습니다.

이서준 기자입니다.

[기자]

기각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A4용지 12장 분량입니다.

공수처는 청구서에 손 검사를 5가지 혐의로 수사중이라고 적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 조직이 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하도록 야당에 사주한 혐의에 대해선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을 적용하고,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을 유출한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법 위반 등을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로 밝혀낸 범죄사실을 적으면서 손 검사를 뺀 등장인물 대부분을 누군지 특정할 수 없단 의미의 '성명 불상'이라고 적었습니다.

"손준성과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간부들이 성명불상의 검찰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 고 적은 겁니다.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 첨부자료를 수집한 사람 모두 밝혀내지 못한 겁니다.

직권남용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직무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범죄입니다.

청구서엔 손 검사의 상급자도, 손 검사의 하급자도 전부 성명불상으로만 적혀있습니다.

또 손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성명불상의 미래통합당 관계자와 공모했다고 적었습니다.

공수처는 "이와 같이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됐으니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는 글로 구속영장 청구서를 끝맺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의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앵커]

구속영장 청구서엔 대검찰청 검사의 의심스러운 행적들도 담겨 있습니다. 김웅 의원이 조성은 씨에게 자료를 전달하기 전날과 당일 손준성 검사의 부하 검사가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된 인물의 판결문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공수처가 법원에 청구한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엔 주요 상황이 날짜, 시간 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김웅 의원이 공익제보자 조성은 씨에게 고발장을 처음 전달한 건, 지난해 4월 3일 입니다.

이날 오전 9시 15분쯤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A검사가 지모 씨의 이름을 검색어로 설정해 판결문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모 씨는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A검사는 전날인, 4월 2일에도 '신라젠' '이철' 등의 검색어로 판결문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된 검색어들입니다.

공수처는 이 모든 지시를 손 검사가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에 "손 검사 등은 윤석열 장모 관련 의혹과 검언 유착 의혹 등이 제기되며 검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적었습니다.

공수처는 이런 기록들을 바탕으로 4월 3일 오전 7시쯤 손 검사가 김웅 당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지모 씨의 SNS 게시글, 관련 기사 등을 보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손 검사가 김 의원과 긴밀히 소통하다 4월 3일 오후 3시 20분쯤,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게 공수처 주장입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손 검사가 관련 자료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자료를 보낸 '시간'을 어떻게 특정했는지도 영장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공수처는 현재 손 검사의 휴대전화 잠금해제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수처가 손 검사 휴대전화 내역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섣불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영장청구서에 따져볼 내용이 좀 더 있습니다. 법조팀 이지혜 기자 나와있습니다.

청구서에 윤석열 전 총장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면서요.

[기자]

구속영장 청구서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름이 52번 등장합니다.

조국 전 장관 압수수색 이후 상황,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배포, 윤석열 전 총장 장모 대응문건 작성 등 5가지에서 언급 됩니다.

[앵커]

왜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겁니까.

[기자]

대부분 '사건의 배경' 설명에 담겨 있습니다.

공수처는 영장에 "윤 전 총장이 조국 장관 본인과 가족 전방위적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청와대와 여권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를 본격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사 사찰 의심 문건 과 관련해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 걸 알면서도 손준성에게 지시해 손준성 지시를 받은 A검사가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에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석열 장모에 대한 언론의 공세와 재수사 요구가 거세지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이용해 대응한 것"이라고 했고요.

고발 사주와 관련해선 "윤석열과 그 가족과 검찰조직에 대한 공격을 무마하고 21대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 측에 도움을 주고 범여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순차 공모했다"고 했습니다.

일단 모두 공수처의 주장으로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는 않았고, 윤 전 총장 측에선 모두 부인하는 내용들입니다.

[앵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의심하는 건가요?

[기자]

영장에 담긴 범죄사실에는 '손준성 그리고 성명불상 상급 검찰간부들이 성명 불상의 검찰공무원에게 지시했다'고 만 돼 있습니다.

직권남용 범죄사실에 직권남용으로 입건한 윤 전 총장 이름을 넣지 못한 겁니다.

앞선 주장들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손 검사 등을 아직 조사하지 않았고, 고발장 작성 주체를 찾지 못한 상태라 이렇게 정황한 설명만 한 걸로 보입니다.

[앵커]

영장청구서에 또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이죠?

[기자]

한 검사장은 사건의 배경에 등장하고, 범죄사실 가운데 직권남용에서 딱 1번 언급됩니다.

지난해 1월 23일부터 손 검사와 꾸준히 연락했고, MBC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한 이후 손 검사와 한 검사장 둘의 카카오톡 횟수가 많다는 내용 뿐입니다.

향후 공수처가 의심하는 부분들을 채워넣으려면 김웅 의원과 손 검사 등을 조사하는 등 광범위한 보강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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