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PTSD 겪는 일본 마코 공주, 예식도 없이 결혼…"무서웠다"

입력 2021-10-26 19:24 수정 2021-10-27 11:5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고무로 노(No)!"

26일 일본에는 색다른 시위가 있었습니다. 왕실 공주의 결혼에 반대하는 100여 명이 도쿄 거리에 쏟아져 나왔는데요.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 공주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26일 일본 도쿄에 쏟아져 나온 시위대가 마코 공주의 결혼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일본 도쿄에 쏟아져 나온 시위대가 마코 공주의 결혼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일본인 93%, 축복 안 해"…예식 없이 왕실 떠난 공주

이날 마코 공주가 결혼했습니다. 상대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만나 교제한 고무로 게이라는 30살 동갑내기입니다. 따로 결혼식은 안 했습니다. 대신 왕실 사무를 보는 궁내청이 이 둘의 혼인 신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냈습니다. 서류만으로 결혼한 셈입니다. 일단 도쿄에서 지내지만, 곧 미국 뉴욕으로 신혼살림을 옮겨갈 예정입니다.

마코는 남편 성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고무로 마코'로 바꿨습니다. 그 길로 일반인이 됐고 왕실을 떠났습니다.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적을 박탈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정착할 때 쓰라고 15억 원 정도 지원하는데, 마코가 안 받겠다고 해 이 일시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아사히 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둘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는 응답자가 93.3%에 달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둘은 따로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마코는 "(언론에) 잘못된 사실이 사실처럼 보도돼 근거 없는 이야기로 번질 때 무섭고 슬펐다"고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26일 궁내청을 통해 혼인 신고를 한 고무로 부부. 나란히 선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코는 ″잘못된 의혹 보도에 슬펐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6일 궁내청을 통해 혼인 신고를 한 고무로 부부. 나란히 선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코는 ″잘못된 의혹 보도에 슬펐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모친 의혹 받은 '국민 사위'에 '혼테크' 비난까지

남의 결혼에 무슨 오지랖인가 싶지만, 왕실을 향한 일본인들의 애정은 남다릅니다. 4년 전 마코가 약혼자를 공개했을 때 반응은 지금과 정반대 의미에서 폭발적이었습니다. 약혼자 게이가 일반인이라선데요. 당시 게이는 도쿄에 있는 법률사무소 '오쿠노 & 파트너스'에서 변호사 일을 보조하던 직원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마코다운 소탈한 선택"이라며 게이를 '국민 사위'로 응원했습니다.

그렇게 응원하던 일본인들이 한순간 돌아섰습니다. 2017년 9월 약혼 발표를 하고 석 달이 지나 게이 모친의 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게이 아버지가 숨지고 어머니가 교제한 남성에게서 400만엔, 우리 돈 4천여만 원을 빌린 뒤 안 갚았다는 의혹인데요. 모자가 이 돈을 왕실로부터 빌리려 했다는 주장이 파다했습니다. 결혼하면 나올 일시금 15억 원을 노리고 마코와 결혼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 "왕실 찬스로 약혼자 로스쿨?"…PTSD 겪은 마코


이 둘은 이듬해 2월 결혼을 미룬다고 발표했고, 반년 후 게이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의혹은 끝없이 따라붙었습니다. 게이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포담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JD) 과정을 밟았는데요. 왜 도망치듯 갔는지, 그가 입학할 자격은 됐는지, 장학금은 어떻게 받았는지, 모든 것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게이가 아직 미국에 있던 지난해 마코 아버지인 후미히토 왕세제는 이 결혼을 다시 인정했습니다. 정작 일본인들이 못마땅해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게이가 공부를 마치고 지난달 말 귀국할 때 묶은 긴 머리조차 볼썽사나워했습니다. 26일 시위에서도 "도피성 결혼, 의혹은 안 풀렸다", "왕실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 못 한다"며 반대가 극렬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일본 나리타 공항에 입국한 고무로 게이. 당시 묶은 머리가 화제였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일본 나리타 공항에 입국한 고무로 게이. 당시 묶은 머리가 화제였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월 학위를 받은 게이는 여름에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인데, 이미 기업법에 특화된 뉴욕 소재 로펌에 사실상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코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