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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손준성, 영장 발부해야"…야 "공수처가 경선 개입"

입력 2021-10-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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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오늘(26일) 열렸습니다. 손 검사는 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여당은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야당은 공수처가 경선에 개입했다고 반발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전합니다.

[기자]

요새 웬만한 지구촌 사람은 다 봤다는 드라마가 있죠. '오징어 게임'입니다. 잔인한 장면을 잘 못 보는 저희 어머니까지 보셨다고 하니 이 정도면 사실 한국인은 다 본 셈입니다. 그래서 제가 살짝 스포 좀 뿌릴까 하는데요. 오징어 게임 속 세번째 게임, 바로 공중 줄다리기입니다. 진 팀은 저렇게 공중에 매달려 있다가 줄이 잘리면서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는데요.

뜬금없이 줄다리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냐고요. 오늘의 인물, 줌 인 최초로 정치인이 아닌 인물을 골라봤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키맨인 손준성 검사인데요. 손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둘러싸고 여당X공수처와 야당X윤석열이 극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죠. 오늘 줌 인은 손준성 검사에 초점을 맞춰 양측의 기싸움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손준성/대구고검 인권보호관 : (고발 사주 관여 혐의 인정하시나요?) 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대해서 판사님께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지난 22일 손 검사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냅니다. 손 검사가 출석을 차일피일 미루자 심기가 불편해진 듯한데요. '납득할 만한 해명 사유가 없어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강제수사에 의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장 청구를 시사하는 문자였죠. 손 검사, 수사를 지연시킬 방법을 잘 아는 전문가죠. 공수처가 더 이상 손 검사와의 수싸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였습니다. 그리고 문자 발송 하루 뒤인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었는데요. 그리고 오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죠.

승부수였을까요, 무리수였을까요. 손 검사의 영장청구를 두고 당장 여론은 둘로 나뉘었습니다.발부파와 기각파인데요. 발부를 바라는 쪽은 당연히 여당이고 기각을 외치는 쪽은 야당이겠죠. 여당은 공수처의 영장 청구는 적법했다며 발부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수사의 달인들이 수사 대상이 되면 본인들이 갖고 있는 핸드폰을 교체한다든지, 이처럼 증거인멸의 우려가 굉장히 높은 사람이 바로 손준성 검사와 같은 엘리트 검사들일 거 같고요. 따라서 오늘 이 구속영장이 발부가 돼서 신병이 확보된 채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으면…]

손 검사 본인이 수사의 달인이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말인데요. 비록 체포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요. 체포 영장과 구속영장은 요건이 다르다며 발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수처가 손 검사의 증거 인멸 정황이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으니 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란 추측입니다. 모험을 감행할 때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11월 5일, 국민의힘 본경선 날짜인데요. 손 검사가 일부러 본경선 날짜에 근접해 출석하려는 건 별도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선출이 된다고 가정을 했을 때 11월 5일에.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관련된 사건입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역시 마찬가지로 공수처가 그러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하는 의구심이 또 들 수밖에 없겠죠. 그러면 손준성 검사의 입장으로서는 자기는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만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본선 후보로 확정이 된다면요. 손 검사로서는 공수처의 칼날로부터 일종의 보호막이 형성된 셈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11월 5일 이후로는 공수처 수사가 더욱 더뎌질 것이란 전망인데요. 그러니 공수처로선 지금이라도 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 반대편에서 줄을 잡고 있는 야당과 윤 전 총장의 입장은 어떨까요? 공수처가 이 시기에 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이미 정치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캠프는 누가 공수처에게 영장을 사주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잠시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요. 첫문장에 '대선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여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해당 내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공수처가 야당 경선일에 임박해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경선 전에 '망신주기'를 통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속셈이라고 봤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어제) : 변호인 선임이 조금 늦어져서 11월 2일에 들어간다 했는데도 주말에 구속영장을 쳐놓고 보통 영장 치면 바로 알려줍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오픈을 하고 그러면서 경선 일정 때문에 시급히 조사를 해야 된다는 이런 황당한 우리 야당의 경선 대선 개입을 했습니다. 지금 여당은 저 하나 잡으면 집권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캠프에 힘을 보탰습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공수처가 정치중립 의무와 적법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한홍/국민의힘 의원 : 출석 의사를 밝힌 피의자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부터 청구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입니까? 증거로는 윤석열 후보의 연관성을 엮을 수 없으니 '손 검사 구속영장쇼'를 통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되지 야당 일정을 고려해 조사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지적인데요. 공수처 검사 혼자 이런 정치공작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윤한홍/국민의힘 의원 : 누가 설계하고 누가 지시한 것인가. 제보 사주로 윤석열 후보를 쓰러뜨리려는 1차 공작과 친여 언론이 녹취록 보도로 거짓 여론몰이에 나선 2차 공작이 통하지 않자 이제 국가기관인 공수처의 영향을 사주하는 3차 공작에 나선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수처의 수사에 현 정권 혹은 여당 인사가 개입했을 것이란 의구심이죠. 

어쨌든 줄다리기는 시작됐고 승패는 곧 결정이 납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오늘 밤 늦게 혹은 자정 너머에 나올 텐데요. 오징어 게임처럼 진다고 해서 떨어져 죽는 건 아니지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손 검사가 재직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자리, 검찰총장에게 수사정보를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곳이죠. 총장의 '눈과 귀'에 비유되는데요.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전 총장과 야당에는 명백한 악재입니다. 윤 전 총장의 직접 관여 정황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휘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요. 윤 전 총장이 지속적으로 손 검사와 선을 그어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손준성은 윤석열이 아니라 오히려 추미애의 사람이라고 했었죠.

[윤희석/윤석열 캠프 대변인 (지난달 10일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애초 윤 당시 총장은 손준성 검사 전임자, 그 전임자의 그냥 유임을 원했었어요. 그런데 작년 1월 8일에 추미애 장관은 이른바 뭐라고 할까요. 1차 검찰 인사 대학살. 그걸로 손 검사가 오게 되죠. 그렇게 보면 손 검사는 윤 총장보다 추미애 장관과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봐야 되겠죠.]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공수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미 법조계 내에서도 공수처의 이번 영장 청구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데요. 손 검사의 진술도 받지 않고 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하게 인신 구속을 노리는 것으로 비친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공수처를 비판하는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인데요.

여당 역시 마음이 다급해지겠지요. 공수처를 질타하며 더욱 신속히 수사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실제로 수사가 개시된 지가 좀 됐고 중앙지검에서 공수처로 이첩한지도 꽤 됐지 않습니까? 관련자들을 한 명도 제대로 소환하지 못했다, 소환해서 수사를 못했다, 그러면 굉장히 수사기관으로서 치명타가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소환에 필요한 조치들 이런 것들 취하리라고 보여집니다.]

자, 오늘은 이렇게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살펴봤는데요. 어느쪽 줄이 끊어졌는지는 내일 저희 운영진 중 누군가가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손준성 구속영장 둘러싼 줄다리기…발부냐 기각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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