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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급주택 주민만 '통행'…8년째 공공도로 사유화

입력 2021-10-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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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인데, 자신들만 쓰겠다고 막아놓은 곳이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뒤늦게 시에서 명령을 내리고 법원의 판결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제주도의 고급 주택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8년째 벌이고 있는 일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직접 출입을 시도해봤습니다.

[기자]

제주도에는 공공도로이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건지, 어떤 상황인지 직접 차를 타고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공항에서 40분을 달려 나타난 곳,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고급 주택단지입니다.

단지 안팎에 나 있는 도로들은 국가 혹은 제주도가 소유한 공공 도로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다닐 수 있어야 할 도로 한복판에 경비실과 차량 차단기가 있습니다.

취재진 차가 다가가자 경비원이 제지합니다.

[개인적으로 입장은 안 되시고요. 레스토랑이나 박물관은 예약하고 오셔야 합니다. (더 볼 수 있는 데가 있나요?) 그렇게는 안 되세요. 개인주택단지라서 입장이 제한…]

이곳은 주택단지로 들어가는 또 다른 입구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화단이 도로를 막아서 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또 제 키 정도 혹은 더 큰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철조망도 설치돼서 사람이 넘어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걸어서 들어갈 순 없을까, 한 시간 뒤 다시 가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냥 산책하는 건데…) 산책은 안 되세요. 출입 자체가 안 되세요. 개인주택단지라서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하더니,

[현재 여기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사지이기 때문에 저희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안전상 저희가 여기 있는 겁니다.]

선심 쓰듯 말을 바꿉니다.

[한번 돌아보실 수 있게 해드릴 순 있는데 박물관은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되세요.]

직접 부탁하지 않고 들어가는 방법은 단지와 같이 있는 식당, 박물관을 예약하는 것뿐입니다.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식당 관계자 : 저희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예약 안 해주시면 보안실 통과가 좀 어려우세요.]

다음날엔 겨우 예약해, 방문객 표시를 붙이고 들어갑니다.

방금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왔습니다.

입구에선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는데, 단지 안에서는 문제가 없을까요?

직접 둘러보며 살펴보겠습니다.

주택들과 박물관, 바다 앞 풍경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관람객 말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안 도로를 걸은 지 2시간 정도가 됐습니다.

입구와는 달리 저희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제 뒤로 보이는 풍경을 식당을 방문하거나 돈을 주고 박물관을 예약하지 않은 경우엔 볼 수 없다는 겁니다.

[투숙객 : 원래 처음엔 (들어오는 게) 됐었대요. 됐는데, 일반인들이 들어오면서 화장실 쓴다고 문 열어달라고 하고 개인 소유 잔디밭에서 도시락 먹고…저희도 여기 생태공원 이렇게 돌면 이게 되게 아깝거든요. 정말 소수의 사람밖에 못 보거든요, 이거를.]

허탕을 친 관광객도 있습니다.

[최민경 이찬욱/관광객 : (박물관 안에) 들어가는 건 사유지니까 어쩔 수 없지만, 거기 앞까지는 저희가 들어갈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

마을 입구 도로 두 곳에 있는 초소와 화단 모두 서귀포시로부터 점유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물입니다.

설치된 건 2014년입니다.

그런데 서귀포시는 세워진 지 4년이 지난 뒤에야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 : (외진 곳이라) 우리가 계속 가볼 수가 있는 상황이 아니고 신문이든 관광객이든 얘길 하니까 그때야 알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맞죠. 행정이 태만했던 것 같다.]

단지 주민회는 이를 따르지 않고 철거 명령 취소 소송으로 대응했습니다.

고급 주택단지 대부분이 담이 없거나 매우 낮아 공공도로 출입을 막지 않으면 주거의 평온과 안정을 해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서귀포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공중의 통행을 막아서 주거의 평온과 안정을 누리려 한다면 불법적인 이익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겁니다.

주민회는 법원에 항소했습니다.

모두의 것이긴 하지만, 정작 자유롭게 다닐 수는 없는 공공도로.

여러분께는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소수만을 위해 다수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조성혜·조영익 / 인턴기자 : 이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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