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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사람엔터 이소영 대표 "전례없는 정호연 기적, 더 긴장할 때"

입력 2021-10-17 10:00 수정 2021-10-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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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새벽役 정호연 | 사진=넷플릭스(Netflix)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새벽役 정호연 | 사진=넷플릭스(Netflix)


| 모델→배우 '오징어 게임' 정호연, 글로벌 신데렐라 급부상
| 이소영 대표 "붐은 현상, 매 순간 긴장…韓스타 모범 사례 됐으면"
| 아티스트만큼 외로운 매니저의 길 "내가 나를 믿는게 중요"


'사람'으로 확장하고 '콘텐트'로 공유한다. 사람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가장 먼저 소개되는 사람엔터의 정체성이다. 지난 2006년 충무로 연기파 배우 중심의 매니지먼트로 출발한 사람엔터테인먼트는 15년만에 눈에 띄는 글로벌 성장을 일궈내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났다. 효율적인 배우 콘텐트 사업을 바탕으로 제작·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며 브랜드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돌고 도는 생태계에서 '사람 시대'를 맞이했다. 갑자기 얻은 결과가 아니다. 운도 세 번이면 실력이다. 인정받을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위해 아티스트 외 사람엔터 사람들이 함께 걷고 달렸던 시간을 업계는 알고있다. 사람엔터의 수장으로 15년의 세월을 이끈 이소영 대표는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그리고 중심에서 의미있는 경쟁력 속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며 '사람'이라는 고유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했다.

뿌린 씨앗으로 얻은 열매도 달다. 최근 사람엔터 배우들은 TV와 영화, OTT 등 전 플랫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주목도가 남다르다는 점이 엔터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인다. 올해 농사는 그야말로 대풍년. 이 또한 온갖 풍파를 겪으며 버텨냈기에 얻어낼 수 있었던 성취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기, 이소영 대표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던 부산에서 만났다.

2년 만의 오프라인 행사에 사람엔터 배우들 역시 많은 힘을 보탰다. 조진웅·엄정화는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각각 개막식 레드카펫, 액터스하우스 등 공식 일정을 비롯해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최희서는 '언프레임드' 감독으로, 상반기 '자산어보'와 추석시즌 '보이스'를 선보인 변요한과 '미나리' 한예리도 참석해 "'부국제'에서는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부국제 내 사람엔터의 존재감은 매 해 남달랐다. 영화인으로 시작해 독립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은 신인 시절부터 부국제와 함께 해 왔다. 2년 전에는 소속사 이름으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글로벌 오픈 세미나 with 사람'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결과없는 계획에 "과연"이라는 시선도 따라 붙었지만, 그로부터 2년 후 대내외적으로 준비했던 글로벌 전략이 하나 둘 꽃을 피우고 있다.

공명·권율·김민하·김성규·김성식·김재영·데이비드 맥기니스·문동혁·민성욱·박규영·박예진·변요한·신주환·심달기·엄정화·유희제·이가섭· 이기홍·이성욱·이운산·이주영·이하늬·전채은·정소리·정호연·조진웅·최수영·최원영·최희서·한예리 등 신예부터 터줏대감까지 맹활약 중인 사람엔터의 모든 배우들을 이야기 한다면 2박 3일도 모자라다. 이번엔 부국제의 시간을 잇는 마음으로 '글로벌'에 집중했다.

2년 전 발표했던 영국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감독과 협업작 옴니버스 프로젝트 '셰임(SHAME)', 이후 공개한 스타트렉 시리즈 작가 조 메노스키(Joe Menosky)와 함께한 '킹 세종 더 그레이트(King Sejong The Great)'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사람엔터는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로서, 매니지먼트 대표로서 아티스트들과는 또 다른 외로움과 고충, 성취감을 느꼈을 이소영 대표의 이야기도 엿들을 수 있었다. 전쟁터 같은 업계에서 여성대표로서 버티고 이겨내야만 했던 숱한 장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해 가능하다. 사람엔터 최고 강점 중 하나는 배우, 감독, 스태프 할 것 없이 한 발 빠른 속도로 '사람'을 알아보는 '좋은 눈'이다. 책임감과 신뢰, 경험으로 쌓은 선구안. 미세하게나마 털어낼 수 있었던 이소영 대표와 사람엔터의 영업 비밀 아닌 비밀이다.

"글로벌 꽃이 피었습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배우로서는 첫 작품으로, 단 며칠만에 글로벌 신데렐라가 됐죠.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글로벌 OTT 플랫폼에 고마운 일이에요.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 황동혁 감독께 가장 감사하고요. 정말 럭키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모델로만 알려졌던 정호연 씨가 '오징어 게임'에 합류하게 된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시작은 역시 '미나리'네요.(웃음) 지난해 초 '미나리'가 선댄스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미국에 넘어갔던 시기에 호연 배우는 뉴욕에서 모델로 쇼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는 코로나19 직전이라 한창 제작 관련 미국 현지 오피스 설립도 추진을 하고 있었거든요. 한 3~4일 정도 시간이 있었고 뉴욕과 LA를 넘어가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찰나에 뉴욕에서 호연 배우를 만났죠. 이상하게 '오징어 게임' 새벽이 이미지가 자꾸만 떠오르더라고요. 새벽이는 대사가 많지 않고, 정서와 감정으로만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잖아요. 호연 배우를 보면서 '그 모든걸 이미 다 갖고 있는 사람이다'는 엄청난 확신이 생겼어요."

-배우를 설득했나요.
"그보다는 제작사와 감독님에게 먼저 어필을 해야했죠. 아무리 우리 소속 배우라 하더라도 추천을 할 땐 최대한의 확신이 있어야지 아니면 민폐가 되잖아요. 책임도 제 몫이고요. 배우를 브리핑 하는 입장에서 저 스스로도 제 말에 대한 믿음을 생명같이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배우를 이 작품에 쓰는데 나를 믿어 주십시오'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요. 정말 어려워요. 결과가 잘 나와야 믿음도 유지가 되고요. 선구안, 해석력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호연 배우는 뉴욕에서 만남 후 제작사와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됐죠."

-어떻게 했나요.
"고민이 많았어요. '나는 계속 새벽이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는데 이 배우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너무 신인 배우여서 추천을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솔직한 마음도 있었고, 사실 새벽이 역을 두고 이미 너무 많은 오디션을 봤던 때라 '이 타이밍에 호연 씨를 말씀 드리면 제작사, 감독님께 너무 혼선을 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됐고요. 그래서 일단 '해외에 있으니 배려를 해 달라'는 마음과 함께 셀프 테이프를 보냈고, '최종적으로는 감독님이 판단하시겠지만 한번 확인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감사하게도 대표님과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들이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호연 씨의 상황은 어땠나요.
"단순히 셀프 테이프만으로 선택된 배우는 아니에요. 저 역시 대면 오디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쨌든 감독님도 얼굴을 직접 보셔야 결정을 하시지 않을까' 싶었죠. 미국에 쇼가 걸려있던 호연 배우에게 '나는 이 작품이 호연 씨에게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지금은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근데 또 겸손한 배우라(웃음) '당연히 가겠다. 떨어져도 괜찮다.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기회다'라면서 쇼를 캔슬하고 오디션을 택했어요. 운명이었나봐요. 결국 가장 마지막에 새벽이 캐스팅이 확정됐죠."

 
모델에서 배우로 성공적 데뷔 신고식을 치른 정호연 | 사진=넷플릭스(Netflix)모델에서 배우로 성공적 데뷔 신고식을 치른 정호연 | 사진=넷플릭스(Netflix)


-모델 정호연의 어떤 모습에서 배우의 가능성을 봤나요.
"워낙 많은 배우들을 봐왔고, 특히 제가 광고·마케팅을 했던 사람이라 모델의 강점도 알고 있었어요. 영상보다 그래픽 광고를 많이 다뤘는데, 찰나의 순간 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워낙 많이 공부하고 고민을 했죠, 영상 광고가 갖고 있는 힘이 브랜드와 만났을 때 그 이미지를 찰나에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델이거든요. 시간이 지나니까 배우들을 만나 이야기하거나, 영상, 사진을 보면 그 배우가 자신의 감정과 소울, 아이덴티티를 순간 극대화 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는 보여요. 호연 배우는 모델 시절부터 매력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했지만 연기적으로도 자신의 것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본연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외모와 매력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범죄도시' 때 현장에서 김성규 배우를 처음 봤는데, 비주얼이 그렇게 예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눈썹도 다 밀고.(웃음) 근데 에너지가 확 느껴졌어요. '아, 굉장한 배우다. 너무 잘생겼다. 상업적 엣지가 어마어마하다'고 칭찬했더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이후 현장 태도, 평판 체크만 추가적으로 하고 바로 '계약하자'고 했죠.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니지먼트를 꾸려 가고, 훌륭한 감독님, 배우들과 작업을 하면서 매니저로서 저 역시 많은 성장을 한 것 같아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고요."

-배우들의 다음 스텝도 지금의 성공만큼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예리 배우는 저와 가장 오래 된 배우 중 한명이에요. 아무 조건없이 '미나리' 출연을 결정하고, 그 척박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돌아와서도 약속했던 작품을 하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아, 저렇게 곳곳에서 세상이 흔들리고 바뀌어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배우가 있구나' 새삼 감동했어요. 배우로 힘을 얻는건 아무래도 한예리예요. 아카데미 때도 존경하는 윤여정 선생님 옆에 설 수 있는 것 만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만으로 그저 기뻐했던 배우거든요. 그래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제가 더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호연 배우는 이렇게 훌륭한 기회를 통해 전세계 어떤 배우, 패션 모델에게도 볼 수 없었던 인성과 소양으로 리스펙할만한 배우가 되기를 바라요. 지금의 현상 자체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뮬레이션도 해야겠지만, 분명 겸손할 필요가 있고, 호연 씨는 그러한 배우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해요."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가장 필요한건 역시 시간이겠죠.
"맞아요. 빠르지만 정확하게. 호연 배우는 일단 이 아티스트를 알고, 도움을 줬던 분들 모두가 섭섭하지 않게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할까'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어요. 누구도 곤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해외에도 '한국 본사가 이렇게 다 열어놓고 생각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특히 외국은 업무 스타일 자체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활동을 결정할 때 자칫 오류를 범하기 쉬워요. 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우리도 없던 일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라 빠짐없이 점검을 하고 있는 단계예요. 지킬 수 없는 행사를 약속 한다던가, 계약을 잘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안되니까요. 호연 배우의 모델 일을 담당하는 미국 에이전트도 이 현상들에 너무 놀라워하고 있어요."

-또 주목할만한 배우가 있을까요.
"애플TV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파친코'의 김민하 배우도 기대해 주세요. 지금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지만 '오징어 게임'도 시작할 땐 이 결과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웃음) 이 배우가 극에서 갖고 있는 롤이 어떤 롤인지 상상을 잘 못할텐데, 원작을 본 분들은 아실거예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고요. '미나리'도 한국 사람 이야기, '오징어 게임'도 한국 드라마, '파친코' 역시 한국 역사를 확장한 이야기를 다뤄요. '어떤 결과가 오든 배우로서 행보에 발을 붙이고 있자' 말하고 있어요."

 
애플TV플러스 '파친코'에 출연하는 비밀병기 김민하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애플TV플러스 '파친코'에 출연하는 비밀병기 김민하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기쁨을 누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돼죠.
"약간의 기회이자 위기랄까요? 붐은 현상이고, 시장성이 넓어지는 것이지 절대 우리만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더 큰 스타는 또 탄생할 것이고, 새로운 행보도 나타날 거예요. 전세계가 들썩들썩할지언정 한국 콘텐트의 한 배우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는 자세가 필요한 타이밍이 아닌가 싶어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 새로운 모습으로 또 만나게 될테니까요. 정호연, 김민하 배우 모두 시작하는 단계라 저도 '잘 케어해야겠구나' 매 순간 긴장하고 있는건 맞아요. 다만 어떤 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보다 모범이 되는 사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스타는 다르네. 이게 다르구나' 두 배우 모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고, 저를 포함한 매니지먼트에는 유지·보수의 의무가 있죠.(웃음) 굉장히 냉정해져야 할 순간인 것 같아요."

"감정을 공감하되, 교감하지 않는다"

-매니지먼트 수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뭔가 '누군가에게 보람을 느낀다'는 마인드는 버려서 계속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 이 안에서 나의 의지나, 직업적 사명감, 윤리관을 인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떳떳하게 중심을 잡고 있으면 훨신 훌륭한 후배들이 더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해요. '뭘 증명하려고 이렇게 혹사하지?' 싶다가도 '그 시간에 일을 더 하자'는 마음이죠. 어떤 말을 내뱉는 순간 결과를 내야 하는 업이라. 일에 대한 결과가 아니면 진심이 잘 밝혀지지 않기도 하고요."

-아티스트들이 느끼는 것 이상의 외로움을 느낄 것 같기도 해요.
"하…. 눈물이 나려고 하네. 하하하. 감정적으로 꽂히면 객관적으로 안 보여요. 배우가 감정에 꽂히거나 깊숙하게 들어가 시야가 좁아질 때, 매니저는 넓게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는거죠. 이것도 결국 배우들을 통해서, 배우들과 일을 하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나아가는지 보고 배운 세계관이에요. 고맙게도 우리 배우들이 수 많은 감독, 작가님 등 업계 최고 창작자들과 일을 했고, 저는 프로모션 전 과정, 시작과 끝을 함께 하다보니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죠. 오히려 간접 경험이 더 많은 스터디를 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하고요."

-감정적 교류를 지양하는 것일까요.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직업윤리는 버리면 안돼요. 저는 배우를 대변하는 사람이고 해야 할 일이 명확하죠. 이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봐 주고, 정리해줘야 하는데, 감정에 같이 편승되거나 함께 빠져 있으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을 받아주는 순간, 한쪽에 휩쓸리기 마련이고 그럼 다른 한쪽은 망가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모두가 흥분하거나 반대로 차가워졌을 때, 저는 적당한 온도를 계속 유지해야 해요. 그래서 때로는 냉정해 보인 적도 있을 거예요. 외로운 싸움의 과정은 말로 다 못해요.(웃음)"

-명확한 역할을 찾기까지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중심을 잡았나요.
"끊임없이 질문을 해요. '객관적 판단을 하고 있나? 감정을 따라가는건 아닌가? 모든 정보를 받았나?' 가끔은 배우들도 '왜 내 감정을 몰라줘!' 하기도 하고, 주변에서는 '강성이다' '대표가 강압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어요. 사실 '일 밖에 모른다'는 말은 결국 '돈 밖에 모른다'까지 나오기 마련인데, 알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제 가치관은 더욱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죠. '감정을 공감하되, 교감하지는 않는다.' 정말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에도 '매니지먼트 내 나의 역할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 나갔어요."

-사랑하지만 거리를 둬야하는 느낌일까요.
"직업을 중심에 두고 따지면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고, 선구안을 갖게 해주는 훌륭한 직업이고, 배우도, 작품도 너무나 애정하지만 자꾸 떨어져야 하는, 한 식구가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은 분명히 있어요. 때론 '와, 이거 진짜 못할 직업이구나' 싶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저변에 애정이 있다는건 변함 없어요.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가볍게 던져보고 싶은 질문인데, 대표님이 보는 '배우'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직업? 배우는 공감으로 감정을 치유하고 스토리를 전달하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아주 포괄적으로, 개개인의 성향이나 이미지는 떠나서요.(웃음) 실시간으로 같이 교감을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생각하고, 아티스트 범주에서 '배우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로 보기도 하고요. 사람엔터에도 무용을 하다가, 순수 아트를 하다가 배우를 하는 분들이 꽤 있죠. 진짜 종합 예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악 전문가, 미술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준비해준 자리에서 표현을 해야 하는 가장 끝의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그 순간 모두가 그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명예로워야 하고, 누구보다 겸손해야 하고,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협업의 중요성이요. 그래서 영향력이 큰 것 같기도 하고요. 아주 클래식한 타이틀이고, 흔하게 쓰이지만, 아무나 가져갈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죠."

-선배 매니저로서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매니저는 배우를, 사람을 컨트롤하는 직업이 아니다. 많은 정보를 열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지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처럼 움직이면 안된다. 케어에는 집중하되 전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함께 긍정의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흔히 이미지 관리라고 하죠. 강압적인 가르침이나 교육은 한계가 있어요. 배우 스스로 성장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본연의 매력이 빛난다는건 대중 분들도 잘 알아요. 무엇보다 '당신의 선택을 믿어라. 법칙, 룰은 없다.'는걸 꼭 전하고 싶네요. 분위기에 휩쓸리는건 위험해요. 지금 내가 생각하는게 가장 맞다는걸, 누구보다 스스로를 믿어주길 진심으로 바라요."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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