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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민주당 경선…이재명·송영길 "원팀으로 나아가야"

입력 2021-10-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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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민주당 소식 짚어 보겠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결과 수용 선언으로 이제 민주당 대선 경선 완전히 막을 내렸죠.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는 지난 경선의 상처는 뒤로하고 민주당은 원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학적 결합이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After a storm comes a calm',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꼬꼬마 시절 외워뒀던 영어 속담 중 하나입니다. 폭풍 뒤에 고요가 온다라는 뜻인데요. 우리나라 속담으로 치면 '비온 뒤 땅이 굳는다' 정도가 되겠군요.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를 수용하면서 민주당 경선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명낙대전을 넘어 명낙혈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치열한 경쟁이었지요.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5일) : 대장동 사건은 저희 민주당에게도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좀 놀랐습니다. 국민의 분노와 상실감 앞에서 호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혹시 이걸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삼겠습니다'라고 했다면 모르지만 국민들 앞에서 호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생각이셨습니까?]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난 5일) : 후보님도 전남지사하시고 국회의원하시고 총리하실 때 그 휘하에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납니까. 그 점에 대해서도 총리님께서도 똑같이 한번 생각을 해봐주시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이제 고요가 찾아왔을까요? 민주당으로선 그간의 상처를 봉합하고 이제는 '원팀(One team)'으로 뭉치는 게 급선무일 텐데요. '줌 인'이 선정한 오늘(15일)의 인물, 이재명 후보, 송영길 대표, 이낙연 전 대표 3명인데요. 앞으로 상처를 꿰매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할 분들이죠. 민주당 재봉사 3인방에게 줌 인해보겠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큰 차이들이 오히려 큰 시너지의 원천이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조금씩 인정하고 또 존중하고 함께할 때 1+1은 2가 아니라 3이 되고 4가 돼서 큰 힘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큰 장벽들을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후보로 선출된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첫 상견례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이 후보의 일성은 결국 '원팀 정신'이었는데요. 말로만 원팀을 외친다고 화학적 결합이 일어날 순 없을 겁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이낙연 전 대표 끌어안기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 후보의 승리를 확정했던 지난 13일, 이 전 대표와 통화를 나눈 사실을 밝혔는데요. 이 전 대표를 칭찬하며 이낙연 캠프에 몸 담았던 이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격려 말씀도 들었고 국정감사 지나면 저희가 한번 만남을 갖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자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낙연 후보님의 품격과 품 넓음에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훌륭한 원로로서, 또 중진으로서 정말로 많은 정치 경험을 가지신 선배로서 제가 많은 가르침을 받고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 후보가 직접 찾아가 포옹을 나눈 사람도 있습니다. 이 후보 공격의 최일선에 섰던 적장이죠.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입니다.

[설훈/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2일) : 이재명 후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흠결 사항 때문에. 대장동 사건도 있고 그 외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전과 부분도 있고 스캔들 부분도 있고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는 사안들이 있는데.]

설 의원,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탈아시아급 공격력을 선보였는데요. 거친 발언 탓에 이재명 캠프로부터 가장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었죠. 이 후보 그럼에도 원팀은 적장을 기꺼이 껴안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민주개혁진영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아쉽더라도 결과들을 수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세월이 약이 되는 것도 있으니까 마음들도 추슬러지고 해서 잘 될 거라고 봅니다. 존경하는 이낙연 후보께서 품 넓게 받아주시고 하시기 때문에 저는 뭐 하나의 단일대오로 반드시…]

송영길 대표도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이제 이 후보를 필두로 당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요.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금부터 이 순간 우리는 원팀이고 민주당은 하나입니다. 저희가 지난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고 나서 눈물로 보냈던 세월을 다시 생각하면서 우리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모아갔으면…]

지금은 수석 재봉사로서 근엄하게 원팀 선언을 했지만요. 사실 본인이 먼저 원팀 정신을 해칠 수 있는 발언을 꺼내기도 했었죠.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3일 / 화면출처: 유튜브 YTN news) :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언론개혁을 떠들던 그런 개혁 당원이라는 분들이 이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된다고 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가공해서 악의적인 비난을 퍼붓는 거죠.]

일부 강성 이낙연 지지자들을 가리켜 '일베'라고 칭한 건데요. 논란이 커지자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일부 극단적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있었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또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반드시 고요만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쉽게 씻겨질 수 없는 상흔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요.

[JTBC '뉴스룸' (지난 8월 30일 밀착카메라) : 도로를 덮었던 아스팔트가 이렇게 아예 벗겨져버렸습니다. 사과나무를 지지하던 쇠 파이프는 태풍이 지나간 방향 그대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 경선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앙금이 남았는데요. 어제 캠프 해단식에서 아쉬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화면제공: 이낙연 캠프) :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에 맺힌 게 있었습니다. 그것을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습니다. 동지들에게, 상처 주지 마셔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애써 덕담은 건넸을지 몰라도 속마음은 씁쓸한 것 같은데요. 특히 송영길 대표의 일베 발언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화면제공: 이낙연 캠프) :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가지고 유린하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만이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입니다. 지지해 주시는 국민을 폄하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비록 송 대표가 사과는 했지만요. '원팀(One Team)'이 아니라 '언팀(Un Team)'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애초 민주당은 경선에 함께 뛰었던 후보들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겨 '원팀 선대위'를 꾸린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할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전 대표는 주변 의원에게 "기약 없이 돌아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합니다. 경선 과정에서 서로 안면몰수하고 다퉜는데 갑자기 웃으며 마주보는 게 쉽지는 않겠지요. 아무래도 마음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듯하군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민주당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어제는 경선 결과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습니다.

[김진석/민주당 권리당원 (어제) : 무리한 사사오입식 해석을 한 주체가 다시 해석에 대한 심판을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으니 이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승복이란 표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죠. 무턱대고 승복이란 단어를 썼다가 뭇매를 맞은 사람도 있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불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튀었는데요. SNS에 이 전 대표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고 글을 올렸다가, 잇따라 이른바 '손절'을 당했습니다. 뒤늦게 '경선결과 수용'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이제는 불 난 집 부채질에 가담한 분도 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인데요. 단호하게 '언팀(Un Team)'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번 민주당 경선 이후에 이낙연을 지지했던 사람 중에서 60~70%는 절대로 이재명한테 안 갈 거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형식적으로는 원팀으로 하는 거죠. 형식적으로.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고.]

실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이 전 대표 지지자 가운데 이재명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14.2%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총장은 40%가 넘었습니다. '이재명 찍을 바에 국민의힘 찍겠다'는 반발심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럼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다면 상황이 좀 나을까요? 김 전 위원장은 비관적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선대위원장을 합류한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가, 자기 혼자는 선대위원장을 할 줄을 모르지만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까지 다 끌고 가기는 힘들 거예요.]

민주당 상황, 쉽게 정리하자면요. 폭풍 뒤에 간신히 표면적인 고요는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민심은 쉽사리 수습될 거 같지 않은데요. 앞으로 민주당이 원팀(One Team)이 될지 아니면 언팀(Un Team)이 될지는 결국 재봉사 3인방의 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경선 대단원 막 내린 민주당, 원팀(One Team) 또는 언팀(Un T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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