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26회 BIFF' 한국계 저스틴 전 감독 "윤여정 최고…아름다운 韓문화 그리겠다"

입력 2021-10-12 14:18 수정 2021-10-12 14:2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저스틴 전 감독. 사진='푸른 호수' 스틸 저스틴 전 감독. 사진='푸른 호수' 스틸


제2의 '미나리'로 불리는 영화 '푸른 호수'를 만든 저스틴 전 감독이 "한국 문화에 대한 아름다운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며 세계 속 한국 콘텐트·배우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12일 오전 진행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 '푸른 호수'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름다운 영화제에 초청돼 영광이다. 이 영화에는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에 관한 고민, 그리고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아온 아시아 아메리칸으로서의 질문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푸른 호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한 남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분투를 그린 영화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지만, 미국 이민법의 허점으로 시민권을 얻지 못해 갑작스레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인 남자 안토니오(저스틴 전)와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의 스토리를 통해 부당한 현실 앞에 가족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뜨거운 드라마가 담긴 작품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저스틴 전은 최근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다. 배우이자 각본가이기도 한 그는 할리우드 히트작 '트와일라잇'(2008)·'뉴 문'(2009)·'이클립스'(2010)에 연달아 출연했고, 영화 '맨 업'(2015)·'국'(2017)·'미스 퍼플'(2019) 등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푸른 호수'에서도 각본·연출·출연을 맡았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직접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지 못한 그는 "과거에도 한 번 초청된 적 있는데, 아름답고 인상적이며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축제였다.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며 초청 소감과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푸른 호수'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받은 영화 '미나리'를 연상케 한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으며, 미국 내 비주류로서 느끼는 고민을 담아냈다. 이에 '푸른 호수'는 제2의 '미나리'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푸른 호수' 포스터. '푸른 호수' 포스터.
"이 이야기에서 나 자신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정체성에 관한 고민, 백인들 사이의 아시아 아메리칸으로서의 질문이 이 작품에 녹아있다. 내 작품엔 항상 그런 고민이 담겼다. 미국 토양 안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사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늘 구하려고 한다"며 '푸른 호수'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이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다루는 영화들이 한국계 미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 등 한 민족성을 가진 인물만 그린다. 그런 것을 보면서 '왜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과 교감하는 모습은 보지 못할까'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부다. 왜 백인들만 남부 사람으로 영화에 등장할까 생각해봤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사람이 남부 사람으로보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또 "내 아내는 러시아 사람이고 우리 가족 역시 다문화 가정이다. '아버지는 아시안인데 아이들은 백인인 모습을 왜 보여주면 안 될까'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푸른 호수'는 미국 내 아시안의 모습을 담는 것뿐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미국 내 입양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푸른 호수'의 주인공 안토니오처럼, 미국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이민법 문제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양 관련 이슈를 보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안토니오는 입양이 된 후 미국에서 살았다. 그러나 23년 뒤 서류 하나 빠졌다고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나. 자신을 원하지 않아 입양을 보낸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또 이미 그들에게 거부가 돼서 미국에 왔는데 미국에서도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로 이런 이슈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현재의 미국 아동 시민권법의 허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푸른 호수'를 둘러싼 사례 도용 논란을 간접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푸른 호수'에서 한국계 입양인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상혁)의 사연을 동의 없이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아담 크랩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할리우드 야망을 위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입양인 다섯 사람과 계속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를 만들며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한 사람은 '입양인으로서 중요한 순간은 아이가 나올 때'라고 하더라. 혈연관계가 생기는 것이니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안토니오가 자신의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이 굉장히 '파워풀' 할 것이라고 해서 그 피드백이 작품에 반영됐다. 그렇게 계속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고쳐나갔다. 추방되기 전인 아홉 명의 입양인을 만나기도 했다"면서 "이 영화에 모든 스토리를 녹여 그들의 목소리가 다 섞이게 됐다"고 했다.

 
'푸른 호수' 포스터. '푸른 호수' 포스터.
그룹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그리고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자신의 뿌리가 있는 한국의 콘텐트가 세계 최대 콘텐트 시장인 미국을 뒤흔드는 현실에 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 게임'·'기생충' 등 한국 콘텐트가 정말 많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람들도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관해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한국 콘텐트가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콘텐트 르네상스는 90년대부터 시작됐고, 시네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한과 같은 정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문화나 정치적 상황을 몰라도 된다. 어떤 감정인지를 이해하면 된다. '기생충' 같은 경우에도, 사회 계층에 대해 알고 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알고, 인간의 다이내믹도 알면 공감할 수 있다. 뭔가 징글징글한 감정들이 한국영화에 들어있다. 인간의 기본적 감정이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어 "K-POP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그룹은 한 명이 아닌 그룹 전체 멤버가 얼마나 서로를 챙겨주고 함께 무대에서 멋있는 것을 창조해 내는지를 보여준다. 그 퍼포먼스를 보면서,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걸 보면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배우 윤여정을 향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 저스틴 전 감독은 윤여정과 이미 촬영을 완료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윤여정은) 최고"라고 정의한 그는 "윤여정은 돈을 벌지 못할 때도 계속 연기를 했다.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일을 사랑하고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다. 그리고 잘못된 것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타협하려고 하지 않고, 문제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는 열정이 있다. 정직하고 친절하고 넓은 내면에 엄청난 프로 정신을 가졌다. 함께 작업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팬데믹이 물러간 후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고 싶다고 밝힌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문화에 대한 아름다운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