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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입력 2021-10-11 09:32 수정 2021-10-11 09:3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0)
그래픽으로 보는 2030 NDC
2018년 대비 40% 감축? 뜯어보니 실상은 30% 감축
갑자기 늘어난 국외감축 비중…방법은? 재원 마련은?
2050 탄소중립엔 공감하나 주요 부문별 상반된 입장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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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0)
그래픽으로 보는 2030 NDC
2018년 대비 40% 감축? 뜯어보니 실상은 30% 감축
갑자기 늘어난 국외감축 비중…방법은? 재원 마련은?
2050 탄소중립엔 공감하나 주요 부문별 상반된 입장 쏟아져

지난 8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공개됐습니다.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그 목표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8년여. 이 목표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각계각층에선 같은 (혹은 다른) 의문이 쏟아졌습니다.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40%인듯_40%아닌_40%같은
그 의문을 살펴보기에 앞서 알쏭달쏭한 NDC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정부는 40%를 줄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40%가 아닌 30.1% 감축”이라는 목소리도, “40%가 아닌 36.4% 감축”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최근 마련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엔 2030 NDC의 하한선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35% 이상'입니다. 30.1% 감축이라면 법을 어긴 셈이고, 36.4% 감축이면 하한선을 간신히 턱걸이로 넘어선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우리가 배출량을 이야기할 때, 흔히 두 가지로 나누어 표현합니다. 하나는 '총배출', 다른 하나는 '순배출'입니다. 총배출은 우리가 뿜어낸 것들의 합을 의미합니다. 순배출은 이와 더불어 해양이나 토양, 산림 등을 통해 흡수한 것도 포함한 것을 의미합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했을 때, 2050년의 배출량은 '순배출' 기준으로 0이 되는 겁니다. '총배출'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죠.

NDC에서 기준으로 삼는 2018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2760만톤입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NDC를 발표하며 내세운 2030년 배출량은 4억 3660만톤이었습니다. 혼란은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4억 3660만톤은 총배출량이 아닌 순배출량이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의 총배출량과 이번 NDC가 내세운 2030년 총배출을 비교하면 감축률은 30.1%에 불과합니다. 2018년의 순배출량과 NDC 상의 순배출량을 비교하면 감축률은 36.4%로 소폭 오릅니다. 그럼 정부가 말한 “2018년 대비 40% 감축”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요. 2018년의 총배출량과 2030년의 순배출량을 갖고 계산한 수치입니다. 최대한 가장 큰 숫자와 최소한 가장 작은 숫자를 '이용'해 감축률을 '최대화'한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총배출끼리 비교를 하든, 순배출끼리 비교를 하든 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을 발의한 입법부도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하한선만 담아놨을 뿐, 감축률을 계산할 때 총배출을 기준으로 할지, 순배출을 기준으로 할지 세부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총배출과 순배출을 놓고 감축률을 계산했다'는 것에는 여권에서조차 “도대체 왜 그랬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우리가 감축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뿜어내고 있는 것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상식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이번 NDC는 '40% 감축'이 아닌 '30.1% 감축'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이번 NDC는 '40% 감축'이 아닌 '36.4% 감축'일 뿐입니다.

#2030년_배출_미리보기
그렇다면 실제 배출량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2018년 7억 2760만톤에 달했던 총배출량은 2030년 5억 870만톤으로 감소합니다. 당초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동의 1위' 전환(에너지, 발전)부문은 2030년, 1위 자리를 산업부문에 넘겨주게 됩니다. 전환부문 배출량이 현재(2018년) 2억 6960만톤에서 2030년 1억 4990만톤으로 대폭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반면 산업부문은 현재 2억 6050만톤에서 2030년 2억 2260만톤으로 유일하게 2억톤 이상을 뿜어내는 단일 부문이 되죠.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부문별 감축 계획을 살펴보면 새로운 점들이 눈에 띕니다. 앞서 언급했듯 전환부문의 감축률을 44.4%로 가장 큰 감축량을 자랑합니다. 반면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산업부문의 경우 감축률은 14.5%에 그칩니다. 수송부문의 감축률은 37.8%고요.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수소'와 '국외감축'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을 위해 대대적인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선다고 하는데, 수소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수소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린수소,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등으로 나뉩니다. 색감을 갖고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듯, 탄소배출 없이 만드는 수소가 그린수소, 한껏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만들어낸 수소가 그레이수소입니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일이 100% '그린'이 아닌 만큼, 2030년까지는 수소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30년, 수소 공급량을 194만톤까지 끌어올리는데, 그중 물을 전기분해 해서 얻는 그린수소는 24톤. 나머지는 추출, 부생, 해외수입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인 겁니다.

눈에 띄는 또 하나, 바로 국외감축입니다. 해외에 나무를 심거나 국제탄소배출권시장에서 배출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의미합니다. 실제 우리가 감축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돈 주고 사는 감축'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파리협정에서도 분명 인정하는 감축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비판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정부는 “이는 일본, 스위스 등에서도 감축수단으로 반영중”이라면서도 “국내외 모든 수단 반영하되, 국내 수단부터 우선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지난 8일 열린 2030 NDC 온라인 토론회에선 이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전환부문 전문가로 토론에 참석한 구윤모 서울대 교수는 “2018년 NDC 수정안의 대표적 변경 사항 중 하나가 국외감축을 줄이고 국내 감축노력을 늘렸다는 것”이라며 “이번 2021년 감축안에선 국외감축이 다시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NDC와 모순이 생기진 않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구 교수의 평가였습니다.

수송부문 전문가로 토론에 참여한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도 “이번 정부 들어 국외감축을 최소화했었는데 다시 늘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 교수는 “과거 국외감축 줄인 이유가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탄소중립 자산을 국내에 구축해야 할뿐더러 국부 유출의 문제, 국외감축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는 문제도 있었다”는 겁니다. 또 “국제탄소배출권 시장을 중단기적으로 NDC 달성을 위한 유연성 기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 국내감축 따로 국외감축 따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2030년 국외감축 분량 3510만톤을 모두 배출권 구매로 충당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까요. 전 세계가 감축에 몰두하면서 탄소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줄이기 힘든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너도나도 '배출권'을 사려고 할 테니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선진국에선 톤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딱 100달러'라고만 해도, 35억 1천만달러(우리 돈 4조 2천억원 가량)에 달합니다. 앞으로 10년동안 들어갈 돈의 합이 아닙니다. 2030년 한 해에 4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죠. 국내 감축을 충분히 하지 못 했다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물론, 3510만톤을 모두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충당할 계획은 아닐 겁니다. 이번 상향안에서도 배출권 구매와 함께 거론된 방법은 '해외 온실가스 감축활동'입니다. 다른 나라에 나가 나무를 심는 등 각종 활동에 나선 후, 그 실적에 따라 얻은 '크레딧'을 활용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해외 온실가스 감축활동의 경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감축량을 얻으려면 그의 배에 해당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A라는 나라에서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벌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와 A의 니즈가 서로 충족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내감축으로는 모자란 부분을 얻기 위해 국외감축에 나선 것이고, A 국가는 기술이나 재원 부족으로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서라도 감축을 해야 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 활동으로 1만톤을 줄였다고 했을 때 그 감축량은 우리나라와 A 국가가 서로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국외감축 3510만톤'이라는 숫자는 곧 '해외 감축활동 7020만톤'이라고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국외감축의 평균 비용은 톤당 10~11달러 선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너도나도 다른 나라에서 탄소를 줄이겠다고 나서게 되면 이 비용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죠. 이러한 이유로 탄소배출권 구매든 해외 온실가스 감축활동이든 '국부 유출'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탄소감축 기반에 쓸 재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기술과 재원이 해외를 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_할_수_있을까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의 뉘앙스는 서로 달랐습니다. '이거 너무 높은 목표인데 가능할까?'하는 의문도 '이거 너무 낮은데 2050년 탄소중립이 될까?'하는 의문도 나왔죠. 먼저 전환부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30년, 정부가 제시한 우리나라 전체 연간 발전량은 612.4TWh였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전체 30.2%로 가장 높았고, 원자력의 비중이 146.4TWh로 뒤를 이었습니다. 원전 발전량은 2019년(145.9TWh) 수준입니다. 재생에너지의 연간 발전량은 184.9TWh로 2020년(36.5TWh)의 5배가량입니다. 당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2018년에 내놓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번 2030 NDC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이보다 더 늘리겠다는 포부가 담긴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에 필요한 로드맵은 부족했습니다. 정부의 설명은 “석탄 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추가 무탄소 전원(암모니아 발전) 등을 활용하여 전원믹스 구성”이라는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련 대책들이 준비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비단 발전기만 세우는 것이 아닌 관련 인프라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으로 전력수요를 뛰어넘을 정도로 만들어지는 전기를 흡수할 스토리지(배터리를 이용한 ESS, 양수발전, 수소 저장 등)와 새로운 송·배전망의 구축 등이 필요한 것이죠.

구윤모 교수는 “작년 말에 수립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가정해 양수발전 등 스토리지 자원을 신규 추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때 결정된 신규 양수발전이 2030~2040년 사이 준공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수발전을 만드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10차 계획에 이번 NDC의 양수발전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양수 같은 자원은 2030년까지 전원믹스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겁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NDC가 목표로 하는 2030년이 이제 불과 8년여밖에 남지 않은 '눈앞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8년 사이 전환부문에서 새로운 기술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특히 송배전망 구축이나 해상풍력발전, 양수발전의 설치는 투자와 건설에 들어가는 시간이 8년보다 더 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비의 적기 확보가 비용뿐 아니라 시간 측면에서도 관건이라는 겁니다. 박 교수는 이어 “지금 대책을 보면 공급측 대책만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목표를 상향하면 비용 상승은 어느 정도인지, 이것이 요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요금 상승에 대한 소비자 정보 제공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는 겁니다. 또한 “에너지 정책의 첫 단추는 수요 관리”라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전력 수요 관리를 하는 부분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습니다.

 
8일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을 공개했다.8일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을 공개했다.

새롭게 추가된 발전원인 암모니아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그는 “NDC에 담긴 22TWh 발전이 2030년까지 가능한 것인지, 언제 상용화되어 실제 전원믹스에 포함될지 궁금하다”며 “이런 부분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이전에 충분히 논의가 안 됐던 것 같아서 현실성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30년, 여전히 우리나라의 주요 발전원으로 남게 되는 석탄화력발전을 놓고도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석탄은 퇴출이 아닌 축소에 그쳤다”고 비판했습니다. 1.5℃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 이전에 탈석탄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규명됐음에도 정부의 의지가 미약하다는 겁니다. 기후솔루션도 “OECD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여전히 2030년 석탄 비중 21.8%를 상정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같은 탈석탄 촉구뿐 아니라, 이전보다 늘어난 '석탄 감축'에 대응할 준비는 갖췄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박종배 교수는 “석탄발전 이용률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10%포인트 낮다”며 “그러면 석탄화력발전소의 추가 폐지가 필요할 텐데, 법적 기반으로 좌초비용을 어떻게 보상하고, 재원을 확보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첨예한 갈등이 주를 이룬 각 온실가스 배출부문과 달리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 부문도 있었습니다. 바로 수송부문입니다. 무공해차(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목표 초과 달성'을 해왔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빨라진 덕분입니다. 안영환 교수는 “무공해차 보급목표가 2030년 450만대인데, 이는 현재 상황을 보면 As Usual로(별다른 노력 없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며 “최소한 550만대로 더 의욕적으로 상향하고, 국외감축 같은 애매한 부분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총론엔_동의_각론엔_반대
 
8일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을 공개했다.8일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을 공개했다.


농축수산부문에선 감축 방법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박종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농업부문 대책은 논에 물 얕게 대기, 간단관개 비율 확대 등이 거론된다”며 “현장에선 어이없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농축산업 현장에선 이를 통해 넷제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박 사무총장은 “축산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며 “동물복지와 지역자원에 기반한 경축순환농업(축산농가와 경종농가가 서로 퇴비와 사료를 주고받는 순환구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찬희 중소기업중앙회 혁신본부장은 “탄소중립 달성 필요성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원료 자체에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석회석이나 광업, 유리 등 비금속 업종은 대체연료 개발 없이는 감산 또는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본부장은 이어 “에너지 절감은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52% 가까운 중소기업이 '더 이상의 에너지 절감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며 “상생 통한 지원사업, 금융이나 세제 지원, 설비투자 등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지원체계와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감축하느라_경쟁력_상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회피하고 늦춘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2030년까지 8년밖에 남지 않아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환경산업 육성엔 막대한 비용이 들어 기업 혼자의 힘으론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계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논평을 냈습니다. “산업부문 감축목표는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며 “무리한 감축목표 수립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가 축소돼 국민 경제에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환경단체들은 산업부문의 감축이 저조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린피스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에 비례하지 않는 미흡한 목표”라며 “최신 기후과학의 분석과 예측에 근거한 경고를 따르지 않은 매우 실망스러운 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기업을 고려하느라 충분한 감축을 하지 못하고 소위 '산업계 봐주기'식 감축 계획을 세운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내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내용


문제는 '지금 감축을 안 하면 경쟁력이 유지되느냐'는 겁니다. 당장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도입이 1년 2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26년부터는 시범이 아닌 '본격 적용'을 시작하고요. 공장의 설비는 한 번 투자 및 설치하면 10~30년간 운영됩니다. 당장의 '선택'과 '행동'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지금 감축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감축 기술 도입에 들어갈 돈은 아낄 수 있지만 결국 그만큼 수출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감축 기술을 일찍이 도입한 해외 경쟁사와의 경쟁력에 있어 가성비뿐 아니라 '탄성비(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불리해지는 겁니다. 단순 '조삼모사' 수준을 넘어서는 일인 거죠.

#나라마다_서로_다른_NDC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이번에도 역시나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잇따랐습니다. 탄소중립 '과속', 온실가스 감축 '과속' 등 남들보다 지나치게 빠르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익히 알려졌듯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NDC를 내놓고 있습니다. EU는 55%, 미국은 50~52%, 일본은 46% 감축을 약속했죠. 그런데, 나라마다 '○○○○년 대비'라는 기준이 저마다 다릅니다. 단순히 1~5년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0년 가까운 차이를 보입니다. 저마다의 '배출 정점' 시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감축목표를 '정점 대비'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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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이유로 우리나라의 감축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탄소중립 목표시점까지 우리나라는 연평균 4.17% 감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주요국 대비 도전적인 목표”라는 정부의 설명에 여러 감축 주체들은 “과도한 목표”라며 반발하고 있죠. EU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연평균 1.98%씩 줄이면 되는데, 하물며 이웃 나라인 일본도 연평균 3.56%씩 줄이면 되는데 우리는 4%가 넘는다고요. 연평균 감축률이 높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습니다. 감축을 뒤늦게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감축이 늦어진 데에는 정부와 감축 주체 모두의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EU와 미국의 탄소세 우려가 처음 제기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8년이었고요. 이러한 경고를 20~30년간 무시한 결과가 바로 오늘의 모습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연평균 감축률이 높다는 것은 감축이 어려운, 감축을 미루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더는 감축을 늦추지 말고,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죠.

#시간이_없다_시간은_있다
 
8일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을 공개했다.8일 대통령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을 공개했다.

이번 NDC가 목표로 하는 2030년까지 이제 8년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주요 산업 설비가 30년의 가동 기간을 갖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선택이 2050년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를 만큼 온실가스 감축은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감축을 더 하자는 쪽도, 감축을 좀 덜 하자는 쪽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습니다. 이 2030 NDC 정부안을 놓고 우리 사회가 논의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합니다. 불과 일주일 남짓 하는 시간, 빠르게 의견수렴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오는 18일 국무회의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편으론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릅니다. 바로, NDC는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후퇴'는 못해도 '상향'은 언제든 가능한 것이죠. 부디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는 실천 계획이 나오기를,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NDC가 마련되기를 바라봅니다. 100번째 기후 1.5,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지난 8일 토론 마무리 발언으로 마칩니다.

“2030 NDC 설정은 우리가 넘어야 할 많은 산 가운데 첫 번째로 넘어야 할 것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어떻게 그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것인가 이고, 2030년 NDC 설정이 끝이 아닙니다. 2035년, 2040년, 2045년 5년에 한 번씩 그 목표를 강화해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겐 더 이상 후퇴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만 남아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어야 할 고난과 고통은 이젠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그 고통과 고난을 줄이면서 함께 나아갈 것인가를 놓고 더 많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40% 감축"한다더니…실상은 30% 감축?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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