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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유적 옆 '병풍 아파트'…'층수 높여준' 부산 문화재위

입력 2021-10-09 18:20 수정 2021-10-0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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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태릉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고층 아파트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선 아파트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이쯤 되면 애초에 어쩌다 아파트 짓는 걸 허가해준 건지 궁금한데요. 저희가 그 허가 과정을 취재해 보니 황당한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은 19층 아파트를 요구했는데 되레 문화재심사위원회가 갑자기 32층까지 확 늘려서 허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크로스체크' 윤재영, 서준석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선 14대 왕 선조의 아들이자 16대 왕 인조의 아버지였던 추존왕 원종과, 그의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는 김포 장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능이 자리 잡은 곳까지 올라가 봤습니다.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습니다.

과거 사진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풍수지리적으로 '조산'이라고 불리는 계양산까지가 왕릉의 구역입니다.

왕릉에서 바라보는 조산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모두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시선을 고층 아파트가 가린 겁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조건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빗발칩니다.

아파트를 철거하자는 국민청원에도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문화재청은 아파트 공사 중단하는 명령을 내렸고 경찰도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과 건설 허가권자인 지자체는 서로가 잘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문화재위원회에 개별 심의를 받아야 되는데 그 절차가 없었다는 거죠.]

[인천시 관계자 : 문화재청에서도 행위제한에 대한 고시를 하려면 지자체에 미리 통보해야 하는데 이행되지 않았던…]

입주예정자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입주예정자 : 아예 처음에 허가를 내주질 말든가 걸릴 것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자꾸 시비 거는 것 같아.]

[입주예정자 : 저 타워크레인이 이미 보였을 거라고요, 어느 정도. 문화재청에서 이거 모를 리가 없어요. 근데 이제 와서 왜 거냐고 시비를. 다 서민들만 피해 보는 거야.]

주변의 건설공사로 문화재가 원래의 가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곳은 여기만이 아닙니다.

부산의 복천동 고분입니다.

국가 사적인 이곳은 보시는 것처럼 재개발예정지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개발이 이뤄지면,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이곳을 둘러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 사적 273호인 복천동 고분군은 4세기 만들어진 철갑과 갑옷 등이 발견된, 가야 문명의 보고입니다.

근처에는 동래 읍성 등 시 지정 문화재도 14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화재 주위는 2000년대 초반 부터 재개발이 추진돼 왔습니다.

구역은 복천동 고분군을 둘러싼 39만9000여 제곱미터입니다.

재개발을 논의한 부산시 문화재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위원 간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한 위원이 '32층 이하'를 허용하자고 제안을 하고, 그 밑에 '전 위원은 동의했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참석했던 한 위원은 JTBC와의 통화에서 "동의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조합원이 낸 최대 층고 19층 높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화재위원회에서 32층 안건이 나왔고 전원이 동의합니다.

시의회는 이 기록이 조작됐다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부민/부산시의원 : 복천 고분 주위가 다 둘러싸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병풍처럼 아파트로. 부산시 문화재위원회에서 조합이 신청한 층수보다 더 과도하게 승인을 해준 겁니다. 이것은 어느 문화재위원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겁니다.]

회의록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문화재 위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기록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조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기록 담당 공무원 : 나중에 (위원장이) '이의 있습니까' 물어봤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자기(문화재위원)도 동의를 했어요.]

층고가 조합원의 요구보다 높아진 데에 대해서도, "건물 동수를 줄여 간격을 넓히는 등 문화재 조망에 무리가 없도록 조치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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