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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 한예리 "윤여정처럼, 한예리답게 연기하고 싶어요"

입력 2021-10-08 20:10 수정 2021-10-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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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리.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예리.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데뷔 16년차 배우 한예리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고백했다.

한예리는 8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걸 오래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한다"고 말하며 '액터'로서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했다.

한예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16년 개막작 '춘몽(장률 감독)'으로 초청된 바 있으며, 이듬해엔 '더 테이블(김종관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았고, 폐막식 사회를 맡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묻자 한예리는 "단편영화를 시작하고 제일 처음 와본 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계속 영화를 보고, 작은 방에서 15명이 함께 잤던 기억도 난다"면서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고 하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다. 나의 성장을 잘 지켜봐 주는 영화제다. 꼭 참석하고 싶은 영화제"라고 답했다.

한예리는 15년 차 배우이면서 동시에 무용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를 졸업한 그는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만큼이나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어떤 정서나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가진 연기와 무용 두 가지 모두를 사랑하는 배우이자 무용가다.

"공연을 하면서 점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해야겠다.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이 현저히 적어지면서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 되더라. 1년에 하나라도 (무용 공연을) 한다면 감사하고 다행이다"라고 털어놓은 한예리는 "무용을 너무 오래 해오다 보니, 밥 먹는 것처럼 (무용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 시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들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무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촬영이 끝난 후 몸이 무거워지고 에너지가 떨어져 있다. 감정적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다운돼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몸을 움직이면 에너지가 돌아오는 느낌이 있지 않나. 춤을 추며 나 또한 몸 상태가 돌아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춤을 자꾸 찾는 것 같다"면서 "공연이 아니더라도 방구석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움직인다"며 무용가답지 않은 귀여운 춤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한예리.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예리.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한예리는 정갈한 외모와 섬세한 연기력만큼이나 차분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다. 중저음의 목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신뢰를 주고, 극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한다. 목소리가 한예리의 소중한 보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과거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한예리는 연기를 하며 자신의 장점임을 깨달았다. 이에 "나는 아카데미 식의 연기를 배운 건 아니다. 그래서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첫 단편영화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정말 당황했다. 목소리를 듣기 민망해 (극장에서)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어렸을 땐 중저음인 것 같아서 노래를 맑게 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왜 맨날 알토이지'라고 생각했다. 얼굴과도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고, "연기를 하면서 이 목소리가 중요해졌고, 어떤 정서를 표현할 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내 목소리 안에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연기를 시작한 후 변화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한예리는 섬세한 연기력의 비법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타고난 듯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고민과 계산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했다.

한예리는 "연기를 하면서 정말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 눈을 몇 번 깜빡여야 하는지, 목소리의 높이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숨은 쉬었는지 안 쉬었는지, 손가락 위치는 어디였는지 등 말이다. 그리고 항상 그 상황 상황에 충실히 해 연기하려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초 영화 '미나리'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예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받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영화를 통해 한예리의 진가를 재확인하게 했다.
 
영화 '미나리' 스틸. 영화 '미나리' 스틸.

'미나리'에 대해 한예리는 "좋은 사람들과 만들어서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보상이었는데, 아카데미에 갔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한 '(윤여정) 선생님이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내 인생에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어도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은 느낌이다. 그들(할리우드)만의 리그,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지 모르겠지만 찾아주시는 곳이라면 거기가 어디든 크게 상관하지 않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나리'를 함께했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윤여정을 언급하면서 "윤여정 선생님을 옆에서 보며 '선생님답게 오래 (연기)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예리답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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