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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실버클럽·컨템포러리…'세종대왕도 울고 갈' 한글날

입력 2021-10-08 21:26 수정 2021-10-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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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8일) 밀착카메라는 좀 불친절한 영어 안내판들을 모아봤습니다. 지구촌 세상에서 한글로만 꼭 쓰자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시민들에게 잘 알려주는 게 목적이라면 누구나 알기 쉽게 써놓으면 더 좋지 않겠냐 하는 겁니다.

이희령 기자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기자]

서울 홍대의 한 상가 건물 앞입니다. 건물에 많은 간판이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9개 정도의 간판 중에 한글로만 적힌 건 2개뿐입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간판이 별로 없는 겁니다.

여기저기 보이는 영어 간판들 어떤 뜻일까.

[직원 : 그런 건 모르겠는데. (다른 분께)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

[직원 : 그건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이탈리아어인데 아마 맞을 거예요. 프랑스어.]

직원들도 모릅니다.

시민들도 마찬가집니다.

[이철 (서울 연희동) : 나우? 나부르? 뭔지 모르겠는데요.]

[김하나린 (서울 연희동) : 영어 전공자인데 (뜻을) 모를 정도면 솔직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백영훈 (서울 송파동) : (어떤 가게인지) 한 번에 쉽게는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에도 가봤습니다.

승강기, 화장실, 안내소를 알리는 표시가 모두 영어입니다.

영어를 우리말과 함께 섞어 쓴 문구도 보입니다.

[80대 이용 고객 :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불편하긴 하죠. 필요해서 오긴 하지만. 우리는 주로 (사람들한테) 물어서 가. 그게 편해요.]

층별 안내가 적힌 책자에도 영어 표현이 먼저 눈에 띕니다.

한글 설명이 있지만 사실상 영어 발음대로 옮겼습니다.

[오예림/10대 : (컨시어지라고 되어 있는 부분의 뜻을 혹시 아실까요?) 아니요.]

[박지애 문주원/10대 : (컨템포러리 이런 건 어떤 건지 감이 오세요?) 저는 처음 들어봐요.]

외국인의 생각도 물어봤습니다.

[하스나/미국인 : young character?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모호한 두 단어가 합쳐진 것 같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살펴볼 텐데요. 또 다른 백화점을 검색해 들어가면 이렇게 안내 화면이 뜹니다. 그런데 화면 구석에 있는 영업 시간 부분을 빼고는 전부 영어인데요.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구도연/70대 : (어느 걸 눌러야 백화점에 있는 식당가가 보이는지 한 번 찾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모르겠는데요. 전혀.]

[지보람/30대 : 어 잘 모르겠는데. 아 여기구나.]

[김태형/20대 : 당황스러운데, 뭘 찾아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임우순/50대 : 스페이스, 아트, 컬쳐. 이건가요? 어우. (이게 아닙니다.) 진짜 어렵네요. 굳이 영어를 써야 될 이유가 있나요?]

세대별로 만난 6명 중 4명이 포기했습니다.

남은 2명도 30초에서 1분 넘게 걸렸습니다.

상업 시설만 영어를 많이 쓰는 건 아닙니다.

제 옆에 있는 곳은 흡연구역인데요, 영어 문구가 여러 개 써 있습니다.

한글 표시는 어디 있을까요, 영어 아래 작게 적혀 있습니다.

[홍성인/서울 도림동 : 외국인만을 위한 곳이 아닌 이상 한국어로 흡연구역이라고 같이 표기되어야 균형이 맞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로당은 '실버 클럽',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키즈 스테이션', 노점은 '스마트 로드 샵'이 됐습니다.

버스 하차 벨엔 '멈춤' 대신 'STOP'이, 가게 문엔 '당기세요' 대신 'PULL'이 써있는 모습도 이젠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외국어 사용,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하지만 익숙하고 멋있어 보여서 쓰는 영어가 누군가에겐 이해할 수 없고 불편한 상황, 돌아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이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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