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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 조진웅 "질병 창궐해도 韓영화는 성장하며 이겨내"

입력 2021-10-08 17:30 수정 2021-10-0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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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진웅.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조진웅이 "코로나19에도 한국영화계는 성장하고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조진웅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이곳에 와서 관객을 만나니 '내가 이것 때문에 살았지'란 생각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한 태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조진웅은 "개막식을 하는데, 관객분들이 있을 줄 몰랐다. 다른 영화제나 시상식은 비대면이어서 관객이 없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관객분들은거리두기를 하며 참석하셨더라. 보면서 눈물이 났다. '관객들 만나려고 열심히 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다"며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아주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을 도대체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개막식 레드카펫에 서면서 나의 본질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개막식에 참석해 정말 행복하다"며 "대한민국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큰 영화 축제이고, 세계적인 영화제다. 대한민국 콘텐트의 힘이 난리가 났지 않나. 명맥을 이어온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이다. 아무리 질병이 창궐했다 해도, 우리의 영혼과도 같은 영화제를 지속하고 지켜낸 계기가 된 것 같아 흡족했다. 여느 때와 다른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사진=JTBC 엔터뉴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사진=JTBC 엔터뉴스

조진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올해의 배우상'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잠재력을 갖춘 신인 배우를 발굴하기 위한 상이다. 조진웅은 15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직접 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심사 기준을 묻자 조진웅은 "다른 기준은 없다. 정말 우리 선배들이 해왔던 발자취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8일 오후 6시부터 상영작을 극장에서 관람한다며 "(심사위원으로서의) 무게감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객관성을 가지고 관객의 심정으로 영화를 즐겨야 한다. 남의 영화 평가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어 "배우로서의 덕목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은 내가 체크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분명히 다가오는 배우가 있지 않을까. 작품마다 그런 배우가 나타난다면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조진웅은 단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국 영화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영화인이다. 이에 "연극 연출은 많이 했는데, 영화 연출은 처음 해봤다. 나는 정말 재미있는데 아무도 안 만들어줄 것 같아서 영화를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시퀀스 정도를 떼어내 장편으로 갈 수 있는 톤 앤드 매너를 잡아 만들었다. 투자자에게 소개해 같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제작했다"면서 "작업에 참여한 스태프의 열의를 느꼈다. 카메라 앞에만 서다가 뒤에 있는 스태프의 동선을 처음 봤다. 5회차를 두 달 정도 찍었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스태프의 동선을 보고 매일 밤 울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한번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감독님과 작업했는데, 그 스타일이 다 노트가 되더라.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과 '어떻게 하면 영화를 그렇게 잘 찍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를 할 때 가진 소신은 항상 진심이다. 이것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조진웅은 충무로의 대표적 다작 배우다. 매년 소처럼 일하며 끊임없이 신작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팬데믹이 초래한 한국영화계의 위기 때문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사진=JTBC 엔터뉴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사진=JTBC 엔터뉴스

"그간 정말 소처럼 일했다. 그런데 최근 1년 반 동안엔 작업을 한 편도 안 했다. 팬데믹 이후 제작 현장이 너무나도 힘들어졌다. 어렵게 선택한 작품은 11월부터 촬영이 들어간다. 극장 개봉을 2~3주 먼저 하고 이후 OTT로 가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다. 그 자체도 기적적인 일"이라면서 "대한민국 영화계에 참 힘든 시기가 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시기에 투자가 돼 만들어지는 작품은 제작진의 마인드부터 달라질 거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이 더 많아졌고, 더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영화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계의 위기를 희망적 시선으로 바라봤다.

또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팬데믹으로 인해 OTT로 넘어가는 시기가 빨리 당겨졌다. 그러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면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당황하지 않고 주어진 작품을 열심히 잘 만들 것이다. OTT 드라마도 기획하고 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베테랑 배우이자 신인 감독인 조진웅은 코로나19팬데믹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콘텐트의 선전에 기대와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제야 알아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매년 매번 극장에서 (한국 콘텐트의 저력을) 확인하고 있었다"며 웃어 보인 그는 "'기생충'이란 영화가 세계 영화 역사에서 매우 큰 업적을 남겼다. 시상식을 보면서 혼자 집에서 펄쩍 뛴 건 처음이었다. 전쟁에서 승전보를 듣는 것 같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네'라는 생각도 했다. 한국 콘텐트의 힘이 남달라졌다. 어디 가서 '나 대한민국에서 영화하는 사람인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저처럼 신인, 꿈나무에게는 아주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한 조진웅은 '우리 형'·'비열한 거리'·'퍼펙트 게임'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2012년 '범죄와의 전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끝까지 간다'·'군도: 민란의 시대'·'아가씨'·'독전'·'공작'·'완벽한 타인'·'블랙머니'·'사라진 시간'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명량'과 '암살'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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