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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中 장악한 글로벌 공급망…산시성에 비 오면 美증시 몸살 앓는다

입력 2021-10-08 07:02 수정 2021-10-08 12:16

中 강력한 제조력 흡수한 글로벌 공급망 덕택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 열흘만에 신상 출시

전력난으로 '공급망 쇼크'…전세계 인플레 비명
산업단지 가동 중단돼 국내 소·부·장 기업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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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강력한 제조력 흡수한 글로벌 공급망 덕택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 열흘만에 신상 출시

전력난으로 '공급망 쇼크'…전세계 인플레 비명
산업단지 가동 중단돼 국내 소·부·장 기업도 불똥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쉬인이 자사 로고를 도용했다고 고소했다. 리바이스(왼쪽)과 쉬인의 로고 디자인. [사진=리바이스, 쉬인]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쉬인이 자사 로고를 도용했다고 고소했다. 리바이스(왼쪽)과 쉬인의 로고 디자인. [사진=리바이스, 쉬인]

2008년 중국 난징에서 설립된 중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 아마존 다음 다운로드가 많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입니다.

자라·유니클로 등 기라성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아성을 쌓은 시장에 뛰어들어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었고 8년 연속 매출 100% 초과 달성 기록도 세웠다고 하니 폭발적 성장세를 가늠할만 합니다.

쉬인이 디자인한 의류는 중국 광둥성에서 만들어져 전세계 20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저임 노동력 착취 의혹도 나왔고 베끼기 논란에도 휩싸였습니다.

갖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쉬인의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이 구축한 강력한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쉬인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소재 구매, 생산까지 10일 밖에 안걸린다고 합니다.

장쥔 푸단대 교수(경제학·중국경제연구센터 소장)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 과정의 일단이 소개됐습니다.

“쉬인의 제품은 유럽에서 설계된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제조된 뒤 유럽 물류창고로 보내진다. 전과정이 10일이면 완료된다고 한다.”

쉬인이 구축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이 가동되면 단 열흘만에 새 제품이 시장이 풀린다니 놀랍습니다. 지난 30년간 중국이 전세계 공급망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 있는지, 그 공급망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고 있었는지 쉬인의 사례는 그 일단을 보여줍니다.

중국 안후이성의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EPA 연합뉴스]중국 안후이성의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EPA 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잘 알 수 있는 사례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 산업단지가 가동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불똥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로 튀고 있습니다. 중국발 공급망 쇼크로 인한 원료 수급난입니다.

전력난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원료 가격이 최대 3배까지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지들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중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이 중국 내 원재료 수급 불안으로 최근 웨트케미컬에 들어가는 인산 등 핵심 소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웨트케미컬은 세정·식각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공정용 케미컬입니다.

원재료 수급 불안은 왜 일어난 걸까요. 이 회사에 전자 재료를 납품하는 중국 협력사가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최근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산업단지가 멈추고 급기야 가로등과 신호등까지 불이 꺼지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코로나로 움츠렸던 경제가 기지개를 펴면서 전력 수요는 급증한 반면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게다가 중국 내 석탄 채굴도 당장 여의치 않은 형편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강화 정책으로 탄광이 조업을 줄이거나 멈춘 상태에서 갑자기 수요가 늘었다고 탄광에 신규 투자를 집행할 만큼 경제가 장밋빛 전망인가요. 코로나 사태 이후 풀렸던 자금이 회수되는 수순에 들어가고 있는 마당 아닙니까. 반짝 경기를 보고 투자에 나서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넓게 펴져 있습니다.

호주와의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이 정상화되지 않은 것도 발전용 석탄 시장의 부담 요인입니다. 게다가 석탄 산지인 산시성 일대에 폭우로 산시성 내 27개 탄광도 폐쇄됐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발전용 석탄 수급 불안→석탄 가격 폭등→화력발전 중단→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중국 장쑤성 난징의 화력발전소가 9월 27일 증기를 내뿜고 있다. 중국이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쇼크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중국 장쑤성 난징의 화력발전소가 9월 27일 증기를 내뿜고 있다. 중국이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쇼크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문제는 중국산이 워낙 저렴하다는 겁니다. 유럽이나 일본으로 대체 공급처를 찾아도 가격 부담이 커 채산성이 안 맞는다는 겁니다.

일본·유럽에서 생산하는 원재료 가격은 최근 20~30%가량 올랐고 일부 소재 가격은 배로 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웨트케미컬의 주요 원재료인 인산 가격은 최근 올 초 대비 3배 넘게 폭등해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의 파장으로 중국이 깊숙이 들어간 현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공급망에 변화의 조짐이 적잖습니다. 공급망의 탈중국 흐름은 인도와 동남아 등 대체 공급지를 찾거나 본국으로 공장을 되돌리는 리쇼어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중은 디커플링 의사가 분명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방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공급망 이른바 홍색(red)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자국 기업으로 수입을 대체하겠다는 거지요.

이런 팽팽한 기싸움 와중에 중국에서 전력 대란이 일어난 겁니다. 현실 공급망이 얼어붙으면서 뉴욕 증시가 휘청이고 중국을 비롯한 홍콩ㆍ한국 증시가 심한 몸살을 앓는 지경에 이른 겁니다.

[사진=AP 연합뉴스][사진=AP 연합뉴스]

미·중 갈등에서 촉발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운명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중국을 주요 플레이어로 하는 공급망을 유지하냐 아니면 완전히 빼고 갈것이냐. 문제는 현재의 공급망에 중국의 제조 기반이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겁니다. 우리 경제는 중국으로부터 값싸게 조달하는 중간재 수급에 병목이 생기면 산업 전반에 중대한 파급이 미칩니다. 우리 경제도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난에서 시작된 중국발 공급망 쇼크는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합니다. 금리상승을 부르는 일이죠. 증시에 금리인상만큼 큰 복병도 없습니다. 큰 자금은 이자만 더 받을 수 있다면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기 마련이니까요.

산시성의 탄광은 비에 젖고, 열효율이 좋아 자국산과 섞어 때던 호주산 석탄을 금수하는 바람에 제 발등 찍듯 전력난이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병목을 초래했습니다. 산시성 시골에 내린 비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뉴욕 증시가 경기를 일으키고 한국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세상입니다.

이게 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들어와 생긴 일입니다. 시시비비를 떠나 글로벌 공급 구조의 현주소입니다.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이 녹록치 않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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