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낙태약 급해요"…법 공백에 음지서 '위험한 거래'

입력 2021-10-04 20:3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2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제 낙태를 해도 처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낙태를 어디까지 허용할 건지 규정하는 입법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료 현장엔 혼란이 생기고 낙태는 여전히 음지에서 맴도는 현실을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유남석/헌법재판소장 (2019년 4월 1일) : 주문. 형법 제269조 제1항(낙태 여성 처벌), 제270조 제1항(낙태 시술 의료진 처벌)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지난주 일부 국가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시위 모습입니다.

참가자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보장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낙태죄 폐지 후 첫해를 지나고 있습니다.

낙태죄가 없어졌으니, 이전과 정말 달라졌을까요?

산부인과에 찾아가 임신중절수술 상담 문의를 해봤습니다.

어떤 곳은 안 된다며 거절하고,

[A병원 : (중절 상담도 받을 수 있나요?) 수술 따로 안 해서요.]

또 다른 곳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B병원 : 7주 정도까지 하고, 8주는 저희가 (다른 지점) 쪽으로 보내드려요.]

취재진이 문의한 산부인과 30곳 중 21곳에서 수술이 가능하거나 진료 후 상의하자고 했는데, 기준과 가격이 제각각입니다.

[C병원 : 수술은 가능해요. 뭐 20주도 하니까. 11주, 12주까지는 100만원 잡으시면 될 거예요.]

[D병원 : 보통 130만~140만원 이상 예상하셔야 해요.]

낙태가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잘 모르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E병원 : (이제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되는지 안 되는지.]

기존 모자보건법에 남아있는 '배우자 동의' 부분을 두고도 설명이 다릅니다.

[F병원 : 결혼하셨어요? (아뇨.) 남자친구분이랑 오셔야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해요.]

[C병원 : (동의가 있어야만 받을 수 있나요?) 아니요, 그냥 오셔도 돼요.]

낙태약이 은밀히 불법 거래되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낙태약이 있다는 사람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OOO(낙태약) 거래죠? 안녕하세요.]

기자임을 밝히고 구입처를 물었습니다.

[(혹시 이거 어디서 구매하셨어요?) 인터넷이나 이런 데 보면 갑자기 떠요.]

출처도 정품 여부도 모르지만 약국에선 못 사니 어쩔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냥 믿는 거죠, 어쩔 수 없이. (만약 사기라) 돈을 날리면 어쩔 수 없고.]

실제 온라인에 낙태약을 검색하자 '급하게 구한다'는 구매글과 판매글 모두 많습니다.

낙태약을 취급한다는 사이트에서 상담 문의를 하니 실시간으로 답변이 옵니다.

합법이 아니라 직거래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역시 약사법 위반입니다.

최근 2년간 낙태약과 관련된 확정판결 19건을 살펴봤습니다.

상담부터 배송, 관리까지 조직적으로 했는데 일부는 중국산을 미국 정품으로 속이기도 했습니다.

813번에 걸쳐 3억 원어치 낙태약을 판 사람도 있는데, 복용자가 부작용으로 자궁을 적출하기도 했습니다..

의료진의 판단하에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재선/산부인과 전문의 : 저는 약이 도입돼야 된다고 생각하기는 하는 사람이에요. 병원에 와야죠.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고 제대로 약을 사서 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정우/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 태아는 아무리 작고 어떠한 단계에 있어도 인간 생명이기 때문에 태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나영/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 : 임신중지를 보편적인 의료행위로써 인정하는 것,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

법의 공백 상태는 불안을 낳았고, 불안한 사람들은 더욱 음지로 숨고 있습니다.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몸을 맡기는 악순환을 막을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습니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이나영)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