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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간신히 탈석탄 고개 넘었더니…이젠 LNG도, 벼농사도 걱정

입력 2021-10-04 09:32 수정 2021-10-05 17:0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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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9)

도로변을 걷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노후한 대형버스가 지나가면 잠시 숨을 참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거나, 색이 검지 않더라도 지독한 배기가스가 코를 찌르기 때문이죠. 물론, 경계의 눈초리로 그 버스를 지켜보다 한시름 놓게 되는 때도 있습니다. 버스의 측면이나 후면 등에 표기된 '천연가스 버스'라는 문구 덕분입니다. '천연'이라는 말에 괜히 '무해'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천연이라는_이름의_함정
그런데 천연가스에 왜 '천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천연'의 뉘앙스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석유와 함께 매장되어 있는,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스가 곧 '천연'가스입니다. 그것을 액체로 만들면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라고, 압축하면 CNG(Compressed Natural Gas, 압축천연가스)라고 부르죠. 인공적으로 제조한 가스가 아닌, 땅속 혹은 해저 깊숙이 묻혀있던 가스라서 붙은 말입니다. 원유를 일컬어 '천연원유'라고 하진 않지만, 가스에는 유독 '천연'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 덕에, LNG나 CNG를 활용한 제품들은 '친환경'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고요. 깨끗하거나 무해하다는 이유에서 붙은 말이 아님에도 말이죠. 납(Pb)도, 우라늄(U)도 모두 '천연' 물질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이용하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은 메탄(CH4)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탄, 부탄, 프로판 등도 함유되어 있지만, 메탄의 비중이 80~99%를 차지합니다. 'LNG는 곧 메탄'이라고 봐도 무방한 이유입니다. 현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LNG화력발전소를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메탄은 그럼 무해한 물질일까요?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를 넘습니다. IPCC에 따르면, 대기중 잔존 기간(한 번 뿜어져 나오면 대기에 남아있는 시간)은 이산화탄소가 최대 200년, 메탄은 12년가량입니다. 이산화탄소처럼 오랜 시간 지구에 남아있진 않지만,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강렬한 셈입니다.

#이산화탄소에_이어_메탄도_줄이자는_국제사회
[자료: 청와대 공식 유튜브][자료: 청와대 공식 유튜브]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탄소뿐 아니라 메탄에 대한 감축에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EU가 주도해 글로벌 메탄 서약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는 곧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현지시간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 최소 30% 감축”을 공식 발표한 것이죠. 기후·에너지 관련 주요경제국포럼(MEF, 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 Chage)에서의 발언이었고, 이러한 '글로벌 메탄 공약'엔 EU 등도 동참했습니다. 오는 11월 예정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국제사회가 말 그대로 '온실가스 감축'의 고삐를 바짝 죈 것입니다.

MEF엔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자료: 청와대 공식 유튜브][자료: 청와대 공식 유튜브]


“한국은 국제적 메탄 감축 협력에도 적극 공감합니다. 한국은 지금 에너지, 농업, 폐기물 분야에서 구체적인 메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메탄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만, 2030 NDC 상향 과정에서 메탄 감축 방안을 적극 모색할 예정입니다.”

이제 막, 그것도 어렵사리 '탈석탄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이러한 메탄 압박은 앞으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메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발언은 '시한부 팩트'와도 같습니다. 향후 LNG화력발전소가 속속 지어지고, 가동이 본격화하면 메탄의 배출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간신히 탈석탄 고개 넘었더니…이젠 LNG도, 벼농사도 걱정

그런데 이런 상황, 마치 10여 년 전의 상황의 '데자뷔'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녹색성장을 외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호기로운 포부와 함께 등장한 '클린 디젤' 정책 말입니다. 동급의 가솔린차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후화할수록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 등 온갖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는 간과했죠. 결국 정책 도입 10년만인 2018년 11월, 공식 폐기됐던 클린 디젤 정책이었습니다. 이번엔 탄소 줄이려다 메탄을 늘리는 실수를 범하진 않을까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메탄 배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26만 5400톤(이산화탄소 상당톤)에 달합니다. 농축산업, 폐기물과 함께 주요 메탄 배출원으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에너지로써 LNG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메탄이 뿜어져나오는 것일까요. 전체 메탄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탈루', 바로 메탄의 보관이나 이동, 이용 과정에서 누출되는 가스입니다. 양은 무려 446만 6960톤으로 전체 배출의 71.3%를 차지합니다. 메탄을 연소시킨 결과가 이산화탄소와 물이라는 것은 분명한 화학공식입니다. 하지만 연소 과정에서도 179만 8450톤의 메탄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EU가 LNG의 보관과 이용 과정 전반에 주의를 기울이고,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현실은 화학 공식과 무조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메탄 감축 압박으로 LNG화력발전은 졸지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하이브리드-순수 전기차로 오랜 시간을 두고 변화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급진적인 전동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등에 집중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몇몇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죠. 한 번 발전소를 만들면 최소 30년은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스 발전에 뒤늦게 몰두하다가는 이들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농축산업으로_향하는_감축_압박
[자료: 국가농림기상센터][자료: 국가농림기상센터]


문제는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가 비단 '발전 부문'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메탄과 농축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소나 돼지 등이 지내는 축사뿐 아니라 벼가 자라는 논에서도 메탄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축사에서 나오는 메탄의 문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소나 돼지의 '장내발효'로 나오는 가스부터 이들의 분뇨 처리 과정에서도 메탄은 계속해서 대기중으로 배출됩니다. 이 때문에 대규모의 공장식 축사를 비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축사의 메탄 배출을 이유로 채식에 나선 분들도 많죠.

국내에서 메탄이 뿜어져 나오는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배출되고 있습니다만 위의 지도를 보면, 특히 서쪽지역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시보다는 외곽이, 산지보다는 평지가 더 배출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모습의 지도가 떠오릅니다. 바로 우리나라 벼 수확 면적을 나타낸 지도입니다.

[자료: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자료: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우리나라에서 벼 수확 면적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들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늦은 곳, 덜 줄어든 곳은 이 지도에서 짙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과 메탄 배출량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일치합니다. 분명, 농축산업 부문의 메탄 배출하면 너무도 자연스레 가축이 떠오르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우리나라 전체 메탄 배출량 2796만 2150톤(이산화탄소 상당 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당연 농축산업이었습니다. 전체 43.5%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농축산업 부문의 메탄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축산업이 아닌 농업, 그중에서도 벼농사였습니다. 벼의 재배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은 629만 6820톤에 달했습니다. 전체 농축산업 배출량의 51.7%에 달합니다. 가축의 장내발효와 가축 분뇨처리 등 축산업 전체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보다도 큽니다. 논농사에서 비롯되는 메탄 배출량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간신히 탈석탄 고개 넘었더니…이젠 LNG도, 벼농사도 걱정

땅과 비료 등에 함유되어 있던 메탄은 논에 물을 대는 동안 대기중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논에 물을 계속해서 대지 않고 간헐적으로 물을 끊었다, 댔다 반복하는 '간단관개'와 같은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관개로 메탄의 배출량은 줄어들지만, 또 다른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의 배출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재로썬 해결책이 간단치 않은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농업이 축산업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고 해서 “축산업보다 농업이 더 메탄 집약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미지역에서의 주요 메탄 배출원이 대규모 축사라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주요 메탄 배출원은 논인 것이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선 피할 수 없는 일인 셈입니다.


#제조업에서_농축산업까지
최근 수개월 사이 온실가스 감축을 놓고 다양한 '초강경 대책'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100% 이용을 '자발적 강요'하는 RE100, 이산화탄소 배출이 곧 비용으로 작용하는 탄소국경조정 등으로 제조업 기업들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필수가 됐죠. 누군가는 이미 준비를 마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몇몇은 아무 준비도 없이 “이게 웬 날벼락?”, “자유무역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며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이산화탄소로 출발한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메탄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미국과 EU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감축에 있어 가장 앞장서는 곳이고요.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지 않는 경우, 해당 나라나 기업에 비용을 물리는 방식과 같은 일종의 페널티가 주어진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젠 메탄에 대해서도 그러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마저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젠 기후위기 대응이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뿐 아니라 농축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과의 교역에 있어, 기후변화 외교에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페널티를 줄이거나, 우리나라는 예외로 만들려는 노력은 좋게 말해 '임시방편', 결국 '꼼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10년 '동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야기하는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확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되게' 낮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도 안 되게' 높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2021년 10월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그 '누군가'의 의견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도 제대로 못 세운 사이, 국제사회는 또 다른 온실가스에 대한 규범을 만들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온실가스 감축을 미루고, 국제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높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간신히 탈석탄 고개 넘었더니…이젠 LNG도, 벼농사도 걱정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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