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탈레반이 풀어준 아내 살해범, 女판사 살해 위협" 숨죽인 아프간 여성들

입력 2021-09-29 15:42 수정 2021-09-29 16:3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아프가니스탄의 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의 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전화를 20통 넘게 받았어요. 직접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있어요.”

현지시간 28일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판사 사나가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탈레반이 집권한 뒤 여성 판사들이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권력을 잡은 탈레반이 '유화책'을 내세우며 수감돼 있던 죄수들을 대거 석방했기 때문입니다. 풀려난 이들은 과거 자신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여성 판사들에게 보복하겠다고 나섰습니다.

■ 은신 중인 여성 판사·변호사 약 220명

아프간의 다른 여성 판사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여성 판사인 마수마는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해 20년 형을 선고했던 남성에게 최근 전화가 왔다”며 “내게 '복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판사 나빌라 역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협박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유심 카드를 아예 잘라버렸다”고 했습니다. 불안한 나머지 지금은 나흘에 한 번씩 거처를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사형수들의 살해 협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BBC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에서 은신 중인 여성 판사와 변호사는 약 220명입니다. 지금 아프간에선 이 전문직 여성들조차 직장에 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탈레반 집권 후 바닥으로 떨어진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슬람 우선"…여학생 등교 금지에 여교사 쫓겨나

지난 19일 반탈레반 시위에 나선 아프간 여성들. 〈사진=연합뉴스〉지난 19일 반탈레반 시위에 나선 아프간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아프간 여성들의 미래는 사실상 불투명합니다. 현지시간 27일 아프간에 있는 카불대학교의 모하마드 아슈라프 가이라이트 신임 총장은 “여성들이 대학에 다니거나 일하는 건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슬람이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프간의 학생 10명 중 4명이 여학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이 교육을 받는 것이 더 어려워질지 모릅니다.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미 아프간 여성 교사 약 1만 6000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최근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여성 판사 나빌라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과 폭력 방지를 위해 일해 왔습니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먼저 구해야 할 때 같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