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몸이 뒤로 꺾인 채 손발이 묶였고 얼굴엔 머리 보호대가 씌워졌습니다. 우리나라 외국인 보호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강제 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임시로 지내는 곳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CCTV에 담겼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손과 발은 뒤로 꺾였고 몸은 부자연스럽게 접혔습니다.
엎드린 상태에서 제대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습니다.
머리엔 보호대를 씌웠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애써보지만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손목에 채운 건 수갑, 양 발엔 포승줄을 감아 손과 함께 묶었습니다.
머리 보호대 위엔 테이프를 감았습니다.
모로코인 A씨가 수용돼 있던 경기도 화성의 외국인 보호소 3평짜리 방 안 모습입니다.
[A씨/화성외국인보호소 수용자 : 저는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이들이 저에게 한 행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제 인생의 트라우마입니다.]
이렇게 결박된 상태로 지낸 시간은 보호소 안 CCTV 영상으로 확인된 것만 4시간 30분입니다.
[이한재 /변호사 (A씨 법률대리인) : 외국인보호소는 범죄자들을 가두는 곳이 아닙니다. 등 뒤로 사지를 묶는 방식은 이미 수십 년 전에 구금시설에서 자행되다 모두 금지된 상황입니다.]
A씨가 보호소에 들어온 건 지난 3월입니다.
외국인보호소는 불법체류가 적발됐거나 강제 추방 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머무는 곳입니다.
A씨는 두 차례 난민 신청을 거절당한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머물다 보호소에 수용됐습니다.
보호소는 A씨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설물을 부수고 자해를 하는 등 다른 외국인과 직원들을 위협했다는 겁니다.
[길강묵/화성외국인보호소장 : 신체 안전과 생명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저희가 불가피하게 손과 발을 같이 일시적으로 결박하게 되었습니다.]
A씨 측은 보호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수용소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조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