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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식물 죽이는 식물 '가시박'…제거 현장 가보니

입력 2021-09-2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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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제 옆으로 보시는 식물은 주변 식물을 죽이는 가시박 입니다. 1년 사이에 면적이 3배 넘게 늘어나기도 할 만큼 번식이 빠르다고 하는데요. 자라는 속도 보다 더 빨리 없애보겠단 사람들을 밀착카메라가 만났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낙동강을 따라 녹색 빛깔의 식물이 가득 자라있습니다.

언뜻 푸르른 녹음이 짙은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지만, 제 뒤로 보이는 많은 사람은 오늘 이 식물을 제거하러 모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저도 함께 가보겠습니다.

예초기를 대자 무성한 줄기가 잘려 나갑니다.

덩굴 식물 가시박으로, 억새와 갈대가 자라던 곳을 모두 뒤덮었습니다.

[박현상/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장 : 낙동강 유역 120㎞ 구간에 작년 기준 약 30만㎡에 분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줄기를 잘라 수분 공급을 차단하여 가시박을 고사시키는 방법으로 (제거)합니다.]

말벌이 자꾸 따라붙지만, 작업을 미룰 순 없습니다.

가시박이 열매를 맺으면 그 안의 씨가 흩날려, 더 번지기 때문입니다.

줄기에는 가시가 붙어있습니다.

[박남규/울산·경남 환경보전협회 : 참 이게 힘듭니다. 박히면 이게 가시가 안 보여요. 근데 통증은 계속 있거든요.]

취재진은 가시박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관찰해봤습니다.

가시박 옆에 나뭇가지를 놓고 지켜봤더니 덩굴손이 천천히 올라가 점점 가까이 갑니다.

이내 나뭇가지를 감싸고, 3시간 만에 아예 한 바퀴를 감습니다.

다음날 다시 가봤습니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진을 보시면 가시박이 나뭇가지보다 길진 않은데요.

지금은 훨씬 더 길게 나와있고, 어제는 안 보였던 꽃도 확인됩니다.

다른 나뭇가지도 볼까요. 나무가 꺾이는 부분에 별다른 특징이 없었는데, 지금은 마치 용수철 모양으로 감쌌습니다.

이 덩굴손은 제가 잡아당겨도 잘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질깁니다.

1980년대 후반 북미에서 들여온 가시박은 성장이 빨라 오이같은 작물의 대목으로 쓰였습니다.

2009년 들어선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습니다.

근처 다른 식물을 빠르게 타고 올라 커다란 잎과 줄기로 광합성을 막아 고사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시박 군락의 안쪽을 들여다보니, 햇빛을 못 받아 매우 어둡습니다.

강변에 주로 있는 가시박은 인근 마을까지 퍼졌습니다.

[변정섭/경남 합천군 청덕면 : 걱정되죠. 좋은 약초 나무나 주위에 풀이 많은데 저게(가시박) 들어와서 완전 전멸 다 시켜버려요.]

많은 시민이 찾는 한강 산책로 역시 마찬가집니다.

[임성길/서울 여의도동 : 아이하고 지나가다가 자전거 타고 가면서 내려다보니까 여의도뿐 아니라 숲길마다 나무 위로 덩굴이 자라고 있더라고요.]

해마다 제거작업을 하고 있지만 피해는 계속됩니다.

[이원기/작업소장 : (가시박이) 지금 다 붙어가지고 얘들이 죽고 있거든요, 나무들이. 다 이게 휘감고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풀어) 살려줘야 얘들이 살죠. 나무가 살죠.]

국립생태원은 가시박 주요 서식지를 매년 조사하는데, 일년새 면적이 3.2배 증가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번식이 빠릅니다.

생물 다양성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효혜미/국립생태원 외래생물연구팀장 : 갈대나 (나무의) 뿌리 층이 하천 토양들이 유실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가시박이) 다 죽였을 경우 큰 비가 오면 하천이 쉽게 무너지고 둑이 무너지는…]

1년생인 가시박은 날이 추워지면 시들고 삭아 당장 눈앞에선 안 보일 겁니다.

하지만 땅 속에 있는 씨는 길게는 수십 년간 묻혀 발아를 기다립니다.

생태계교란종 지정 후 지난 10년은 일시적인 제거작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장기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VJ : 박선권 최효일 이원석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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